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어휴, 이렇게 엉뚱하고 답답하며 또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었던가? 로큰롤과 텔레비전을 끼고 살며 여성 해방의 최전선인 가정에서 육아와 살림을 맡아 하는 주인공 마티는 아내에게 버림을 받고 만다. 아내가 사회생활을 최적의 상태에서 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주고 식생활에서도 최고의 것만을 직접 만들어주며 아이가 아플 때에는 엄마를 대신해 밤을 새워 돌보는 마티. 그런 자신을 집 밖으로 내몰려는 아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공감이 가는데 이유는 여성이 주부로서 온전히 살 때, 남성들은 여성들이 집 밖의 생활도 있다는 것을 굳이 이야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이 집안일을 대신할 때는 왜 그렇지 못한가? 아마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옛날부터 관습적으로 여성은 여성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남성은 남성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알게 모르게 배우고 생활 속에 뿌리깊이 녹아있기 때문은 아닌가싶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티는 불쌍하게 아내에게 버림을 받는 남편으로 보이지만 아내 헬레나의 입장에 서면 그렇지만도 않다. 미래에 대한 꿈도 없고 사회적 부적응자가 분명한 남편을 바라볼 때 얼마나 애가 타고 답답했을지 상상이 간다. 정작 문제가 산더미처럼 커진 자신들의 것은 어떤 노력이나 대책을 세우려 하지 않으면서 말로서 세상을 바꾸려 하는 남편.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성향과 다른 정치적 발언을 들으며 양동이를 놓고 토하는 남자를 도대체 어떤 여자가 참고 살 수 있을까?

  아내의 마음을 돌리고 다시 곁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는 정원이 딸린 아담한 집을 마련하는 것이라는데 결론을 내린 마티. 그때부터 ‘내 집 마련’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그러나 보통의 방법, 즉 부동산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고 자신의 자산과 은행 대출을 고려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남자 마티가 자신의 집을 갖는 데는 괴상망측하고 어이없는 방법을 동원한다. 턱없이 높은 집값으로 시작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마티의 내 집 마련은 직장과 장물 취급, 마사지사로서의 생활을 병행하게 한다. 여기에 엽기적인 행각은 계속되어 집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스크랩하고 관련한 사람들의 신상을 필요이상(스토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으로 수집한다. 이웃의 휴대폰을 몰래 훔치고, 이웃으로 점찍은 자들의 집에서 오줌을 누는가 하면 그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자 다시 접근하는 사이코적인 행동을 예사로 한다. 급기야 사고자 마음먹은 노인의 집을 내놓은 값의 80%도 안주고 억지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 일로 마티는 결국 경찰서행이 되고 만다.

  1년 전 아내가 곁을 떠났을 때의 일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 맨 첫 장의 글과 같은 똑같은 글로 마무리된 ‘그 남자는 불행하다’는 주인공 마티와 아내, 위층 사람들, 이웃, 부동산 중개업자, 경찰등 모두 1인청 화법으로 글을 써 나가 생동감 있지만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 등장인물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면면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모양만 다를 뿐이지 내 안에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덮으며 가족을 이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갖기는 우리나라나 이웃 일본, 멀리 유럽의 핀란드까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렵게 찾은 사랑과 행복을 또다시 자잘한 실수로 떠나보내지 말고 황혼의 나이까지 잘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핀란드식의 블랙 유머, 잘 읽었습니다, 카리 호타카이넨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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