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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눈 오고 비오는 날, 운전하는 남편과 언니, 그리고 동생들을 걱정하는 것. 새벽녘 추위에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에서 딸아이가 이불을 차내고 자는 것은 아닐까 하며 딸의 방문을 열고 확인하는 것. 무더위에 허름한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청소에 여념이 없는 아빠를 볼 때 가슴이 저리는 것. 고기라면 입에는 물론 젓가락이 닿는 것도 싫은데 아이와 남편을 위해 양념육을 사 와 맛있게 먹을 저녁 시간을 생각하며 행복해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내가 살면서 느끼는 사랑이다. 이런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나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느 날 저녁 별 무리 중에서 작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싸냐의 무릎에 점으로 내려앉는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사내아이 바냐와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결혼에 이르지만, 싸냐만을 사랑하겠다는 바냐의 굳은 맹세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세상에 너무 쉽게 흔들리고 만다. 싸냐에게만 시선을 두지 못하는 바냐는 싸냐가 그의 곁을 떠났을 때에라야 겨우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싸냐를 찾아 끝을 향해 내닫는다. 왜 바냐는 함께 별을 바라보던 순수의 시간, 꽃을 선물하던 아름다운 시간, 새로 산 자전거와 오래 기다린 그네를 양보하던 배려의 시간들을 잊었던 것일까?
가로등을 밝히기 위해서 별을 쫓는 가로등지기 노인처럼, 자신의 가슴을 빛나게 해주는 훈장을 갖고 싶어 별을 쫓는 힘 센 장군처럼, 반짝이는 귀걸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귀부인처럼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 자체로 인정하고 보호하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나 자신의 생각에 따라 바꾸고 싶어 한다. 그리고 처음 사랑했던 본질은 잊은 채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결국 사랑했던 기억마저 부정하는 사람들.
이제 나도 바냐를 보며 알게 되었다. 아니,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인정이 되고 나를 바꾸고 싶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지금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언제가 될지, 어떤 모습으로 떠날지 알 수 없지만, 정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랑하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하리라. 줄어든 몸 때문에 너무 커진 바지를 접어 입고 쓸쓸히 고개 숙인 싸냐의 모습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지 않기를, 사랑이 떠난 후에 사랑의 흔적을 찾아 내 발치만을 내려다보며 살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