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과 한국인 사이
고철종 지음 / 다산라이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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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선진국의 척도라는 OECD에 오래전에 가입하고도 스스로 선진국, 선진국민이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없는 나라, 5천년 찬란한 역사를 내세우며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있으면서 집단적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는 나라, 세계 최강의 시위대를 자랑하고 분신과 새끼돼지 사지 찢기와 같은 극한의 퍼포먼스를 거리낌 없이 펼치는 나라, 성공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가 없어도 아이비리그를 향해 끝없이 질주하는 나라, 남의 자식 공부 잘하는 꼴은 못 보기 때문에 특목고 설립을 반대하고, 온갖 비리가 모두 폭로되었어도 ‘휠체어 연출’로 무마가 되는 나라, 세계 최고와 세계 최초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로 표현되는 삼성과 LG의 제품들이 어느 나라 상표인지 인지시키지 못하고, 세계 속에 ‘동방의 핵’ 북한은 알아도 ‘동방의 등불’의 존재는 알리지 못하는 나라. 이 나라는 모두 내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기자로서 명성이 자자한 저자 고철종 선생님이 기자 생활을 통해 얻은 고찰을 근거로 출판된 ‘세계인과 한국인 사이’에 나오는 자랑스럽지 못한 우리의 모습들이다. 자신이 가진 격을 웃도는 곳이나 부족한 곳에 있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게 인간의 당연한 모습이지만 환경이나 목표가 바뀐다면 그에 따라 품격도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우리 스스로 선진국임을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고 세계 속의 한국이란 말이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계에서 통하는 고품격 한국인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최상위 1%의 엘리트도 제대로 지니고 있지 못하는 세계인의 기준을 지켜라. 공중도덕은 물론 나이나 계급, 체면 때문에 홀로 부담하는 지불문화를 고쳐야 한다. 한 치 앞을 못 보고 즉흥적인 인기성 발언이나 상스런 말을 일삼는 국가 지도자보다는 선견지명과 통찰력 있는 잘 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정당한 부자마저도 모두 죄인 취급해서도 안 되고, 특정 분야에 도통한 영웅을 꿈꾸고 인정해야 한다. 또한 완벽한 인간이 있을 수 없듯이 완벽한 영웅 역시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 체면을 챙기는 것보다 실속을 따지고 원칙을 정해 놓았어도 유연성은 있어야 하며 명분보다는 실리를 따지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값싸고 형편없는 중국산 제품을 헐뜯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정정당당하게 겨루어야 한다.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세계 최고와 국수주의에 의한 세계 최고를 분간해라. 우리 스스로가 중심국 마인드를 가지고 능동적인 틈새 국가로서의 장점을 누려라. 작은 차이가 일류를 가리기 때문에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한국이 고도 산업국가로 떠오른 데는 서구의 6분의 1, 일본의 3분의 1수준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만, 빠른 스피드가 부작용을 최소화하지 않는다. ‘빨리빨리’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속도조절에도 성공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자식에게 노후를 맡겨 왔지만, 막을 수 없는 고령화 시대의 노후 대책은 스스로 준비해야 하며,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리더와 안목을 갖춘 국민이 되어야 한다.

  PART 1 을 읽으면서 내내 부끄러웠다. PART 2를 읽으면서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내 행동에서 수정할 부분을 파악했다. PART 3을 통해서 부끄러워 움츠렸던 어깨를 피며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루어 낸 ‘한국인’ 우리에겐 위에서 언급한 부끄러운 모습들도 많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한 자랑스러운 면모 역시 많이 갖추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인정하는 선진국 역시 완벽하지 않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모순을 해결하고 상처를 치유하듯이 우리도 우리가 가진 못난 부분을 치유해야 한다. 세계 영토 0.07%의 크기를 가진 나라, 세계 인구 0.7%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국력은 세계 9위다. 외형으로만 세계 10위 권 안에 드는 나라가 아닌 내면도 세계인의 품격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위기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의 민족, 뛰어난 개인적 자질과 언제든지 가능한 단합의 힘을 이용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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