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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응원가 - 어머니 머릿속에 지우개가 생겼습니다
나관호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치매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건 1년 전쯤, TV에서 30대 정도 되는 주부가 치매에 걸려 요양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생이별 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같은 빌라에 살고 계시는 60대 후반인 시어머님의 경우 눈에 띄게 기억력이 감퇴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해 드리면 중요한 것을 반대로 기억하시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부각시켜 이야기 하실 땐 은근히 치매를 의심하게 되는데, 의심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하지?’ 하며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머니 스스로도 ‘내가 혹시 치매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선뜻 걱정 마시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문제는 나이 드신 어른보다는 이제 30대 중반인 내가 더 걱정된다. 압력밥솥에 밥을 해서 그릇에 담아 놓은 걸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해서 침대 밑과 장롱 속을 샅샅이 뒤진 일도 있고, 한 번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두 세 번씩 문을 잠갔다 풀었다 하며 들락날락 할 때도 많다. 버스카드가 든 지갑을 놓고 온다거나 가스 밸브가 잠겼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이다. 돈도 계획을 세워 지출될 항목대로 분류하다가 전화를 받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세던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넓지도 않은 집을 헤매고 다닐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젊은 사람의 기억력이 이 정도면 정말 심하지 싶어 책도 많이 읽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최대한 많이 웃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는 80넘은 노모의 치매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께 진 사랑의 빚을 갚는 아름다운 이의 사모곡이다. 기독교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답게 저자인 나관호 선생님은 어머니의 치매를 불치병으로 보지 않고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젊은 시절 쉽게 아이를 갖지 못했고 낳은 자식도 넷이나 먼저 다른 세상으로 보내신 후, 나관호 선생님을 낳아 기르신(후로도 자식 하나를 더 잃으셨으니 그 정성이 어떨지 짐작이 된다.) 어머니의 아들 사랑과 섬김은 극진하다. 과일을 사도 상한 과일을 사고, 돈이 아쉬운 이들에겐 꿔서라도 돕는 착하고 어진 어머니의 모습과 지극한 사랑이 자식들에게 숫자로 셈하고 기록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성품으로 나타난 것 같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아들을 오빠라 부르며 과거와 현재를 분간 못하고 우울과 기쁨 사이를 수없이 넘나드는 어머니를 보며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 붇는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러나 나관호 선생님이 어머니를 대하는 모든 생각과 말, 행동은 어머니를 위한 ‘빚진 자의 응원가’일 뿐이다.
치매에 걸린 어른들을 대하는 방법, 불안을 없애는 방법, 웃게 만드는 방법, 치매 노인을 바라볼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 작가가 어머니를 대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소개하고, 치매 노인을 모시며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소개해 주는데, 이는 치매에 걸린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땅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다면 또 다른 병자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나관호 선생님은 치매 노인을 둔 가정의 구성원들은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칠 때 구름 위로 올라가 비를 피하는 독수리의 기질을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한 마음으로 고통의 폭풍 위를 날기를 권하신다.
이 책을 계기로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오랜 세월 ‘노망’이라 불리면서 나이를 먹으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해 방관되거나 버려져 수많은 불효자를 양성해 온 ‘치매’가 사랑과 정성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예 : 2005. 11. 11. 국민일보 쿠키뉴스 「85세 할머니,29세 손자와 ‘캠퍼스 커플’」)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와야 할 것이 내게로 올 때 당황하지 않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좋은 지침서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