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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맛있다 -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강제윤 지음, 이상희 사진 / 생각을담는집 / 2013년 7월
평점 :
막연히 홀로 떠나고 플 때, 가고픈 곳이 바로 내겐 '통영'
바닷가가 보이는 언덕 집들 사이사이로 이야기가 흐르는 벽화를 따라 조용히 걷고 싶어서 였다.
그렇게 눈에 들어왔던 '통영'의 맛과 예술을 담은 여행기, '통영은 맛있다'
사실 맛하면 떠오르는 고장이란 전라도이기에 통영이 맛있다는 제목은 첨엔 의아했다.
통영에 여행갔다 눌러 앉게 된 저자에 따르면, 원래 통영은 경상도가 아닌 전라, 충청, 경상 삼도를 합친 맛이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은 행정구역상 경상도이지만 맛으로는 삼도가 어우러진, 독특한 통영만의 맛과 그 역사를 소개한다.
동피랑에 닿으면 만날 수 있는 구판장 카페
이 곳은 통영에서 가장 전망 좋은 노천카페란다. 그것보다 더 매력적인 건 할머니 바라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맛.
한때 동피랑도 개발이란 명목 하에 철거될 뻔 했던 위기가 있었지만 서민적인 골목문화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벽화가 그려지고 사람들이 왕래하며 생명력이 되살아났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선지 동피랑 할머니 바라스타가 내리는 커피맛은 왠지 짙고도 그윽할 것만 같다.
통영만의 독특한 음식
이 책을 통해 첨 접한 우동과 짜장면을 섞은 음식 '우짜', 바로 강구안에서 시작되었다고.
서호시장의 아침을 여는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시락국'
그리고 여객선 승객들의 점심식사로 탄생했던 '충무김밥'
통영식 빵인 '꿀빵', 특히 기름맛 없는 담백한 오미사 꿀빵!!
여러 해산물이 두루 나오는 선술집 안주 '통영 다찌'
피로회복제보다 효과 빠른 '멍게'비빔밥
책을 펼쳐가며 입을 다시기를 여러 번, 사진까지 곁들인 음식 소개에 절로 허기가 하늘을 찔렀다.
언젠가 통영에 먹으러 가리라 리뷰를 겸해 먹고 싶은 목록을 정리해본다.
통영,사랑에 빠지다
통영을 제목으로 시를 선보인 시인 백석
'소' 연작을 통영에서 그린 이중섭
그리고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의 청마 유치환
'토지, 김약국의 딸들'의 박경리
윤이상과 전혁림..
통영이 낳은, 혹은 통영을 무대로 활약했던 예술가들이 이리 많았던가.
삼도의 맛이 합해진 곳이라 뭔가 더 독특한 지력?으로 예술혼을 뽐낼 수 있던 것인지
그간 몰랐던 통영의 문화력도 접해볼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 추억을 되살려주는, 유치환이 써내려간 그 시들을 따라
중앙동 우체국에 들려 편지도 써보고 이중섭이 자주 들렸다던 항남동 포트극장 근처 복자네 집도 들러보고
5일장이 서는 날, 아침시장을 구경하며 통영의 맛을 하나씩 음미해보고 싶다.
간만에 맛따라 멋따라 여행한 듯한 독서였단..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던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