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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얇은 책임에도 몇 번을 나눠 읽어내린 책,
의외로 이런 책...너무 무섭다.
이 책, '벽은 속삭인다'는
한 공간에서 일어난 끔직한 사건들, 그 불행한 기억들이 벽에 고스란히 스며들며
그 공간에 들어서는 예민한 누군가에게 그 흔적의 고통을 되돌려준다는 이야기이다.
어린 딸을 잃고 남편과도 이혼한 주인공 파스칼린,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한 첫 출발로 비싼 월세지만 맘에 쏙들어온 5층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볕이 잘드는 위치에 안뜰까지 갖춘 공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이사 첫날부터 갑작스런 오한과 몸살 그리고 어지럼증..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계속되는 현기증과 울렁거림에 고통스런 나날이 지속되는데
그 때 이웃으로부터 전해들은 '사건', 바로 그녀의 집이 범죄 현장이었다는 이야기.
''두려웠다. 이제는 장소마다 사연이, 자기만의 사연이, 고통과 아품이 있었다....
나는 삶의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감정들이 두려웠다. 벽의 속삭임이 두려웠다.''
벽이 그 공간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기억한다는 발상도 으시시하게 하지만
벽에 스며든 흔적들로 인해 주인공이 변해가는 모습, 또한 공포스러웠던 소설이었다.
흔히, 살면서 한 번쯤은 특정 공간의 기분 나쁨, 때론 서늘함을 느껴본 기억이 있을 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기억들과 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겹쳐져서 몇 번을 나눠 읽었다.
뭐랄까...벽이 속삭인다.
이젠 여행을 가서든 어떤 공간을 들어설 적마다 손끝에, 감각의 끝에 전해지는 느낌에 촉각을 곤두세울 듯만 싶다.
그리고 내 공간에 나는 어떤 흔적과 감정을 담고 싶은 지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오늘도 함박 웃음을 가득 채우고 잠들어야겠다며..
'벽은 속삭인다'는 두께는 얇지만
일상에 던져주는 심리적인 공포감은 짙은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