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당신은 누구 십니까?
아니 어디 소속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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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모를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흔히 우리는 다니는 학교명이나 직장명을 덧붙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은연 집착하며 쉽게 놔버릴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집단에 속한 나란 존재.
바로 소속감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태어나자 마자 가족이라는 집단에 편입되어 정서적인 유대감을 맛보고
자연스레 학교라는 테두리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정체성을 확립하며
사회로 내던져지는 시기를 맞아서는 격렬하게 다시금 직장이란 집단으로 수용되고자 고군분투하기에 여념이 없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가 물질적이든 정서적 안정감이든 말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가.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며 자아에 대한 존중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인간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태생 자체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일까 말이다.
 
삶에 있어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속감.
그 중에서도 '국가'라는 집단에의 편입은 그 땅에 태어난 순간 바로 거머쥐게 되는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우리 곁엔 누구나 별 노력없이 쟁취하는 이 소속감을 박탈당한 사람들.
바로 이도 저도 편입되지 못한 채, 경계선 위를 방황하는 그들이 있다. 
  
  


 
이 책, '랩소디 인 베를린'은 잊혀져 가지만 엄연히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경계인의 삶을 소재로
국가로부터 외면받은 그들이 겪어야 했던 비참한 디아스포라의 삶과
음악이라는 아득한 꿈에 닿아 머물고자 했던 그들의 사무치는 열정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아. 이것은 모질지 못한 것일까 모진 짓일까.
 내가 늘 찾던, 내가 평생 가닿고자 했던 곳이 하나코였다는 사실을 못내 고백하는 것' -28p
 

18세기 독일 음악태동기에 바이마르 궁정에서 음악가로 활동했던 조선인의 후손, 헌터 마이어.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삼엄한 냉전체제 하에서 일본에 태어난 재일동포 켄타로, 아니 김상호. 차라리 토마스. 
  
이야기는 18세기와 21세기를 넘나들며 조선에서 바이마르,
일본에서 독일 그리고 평양과 서울을 배경으로 경계인으로 내몰린 그들을 숨가쁘게 오고 간다.

 
두 경계인의 삶의 궤적과 음악이라는 유일한 탈출구로 행복을 찾고자 했던
두 사람의 결코 쉽지 않은 인생 스토리는 그렇게 중첩된다.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거죠.
떠도는 것도 아니면서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죠. 영원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음울한 운명을 불치의 통증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 물론 그들 잘못은 아니죠...'-206p
 
한 마디로 이 책은 참 지독하다.
한없이 떠돌며 단 한 순간도 편히 머무를 수 없었던 그들네의 인생살이가 
무서운 흡입력으로 다가와 무겁게 한자 한자를 읽어내리도록 했기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종반부로 치다를 수록 그들의 어찌할 수 없음에 심장이 먹먹해져 갔기에 말이다.
 
그들이 가닿고자 했던 그 곳.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 주변을 떠도는 경계인들이 진정 가닿고자 하는 그 곳.
모두가 하나가 됨은 아직도 요원한 일인지 다시금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되새기게 된다.
 
 

  PEN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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