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달팽이 식당.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할 맘 한켠 웅어리진 아픔이
단 한 끼의 따스한 식사로 살포시 녹아내리며 위안을 받은 적 있었나요?

혹시 그런 적이 있다면
혹은 그런 토닥거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 책, '달팽이 식당'을 펼쳐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맘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분홍빛 가득한 이 아담한 책 한 권에서
쌓이고 쌓여 이젠 더 이상 말로는 풀어낼 수 없게 되버린
가슴 한 구석의 웅어리를 살며시 토닥여주는 요리를 맛보실 수 있으니까요.

엄마와의 불화로, 아니 어쩜 일방적인 증오감으로 집을 뛰쳐나온 지 어언 10년.
그 동안 엄마와의 소통은 단 몇 통의 연하장이 다인 링고.
그런데 돌연 그녀는 오늘밤 고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 화려한 불빛 도시에선 그녀는 이제 더 이상은 잃을 게 없는 외톨이일 뿐이니까.

지난 십년 간 그녀의 도시에서의 삶은, 따스함과 사랑 그 자체였다.
엄마완 달리 다감하고 다정한 친할머니로부터 자연을 품은 요리를 배웠고,
전문 요리사를 꿈꾸며 고군분투하던 그녀에게 지난 삼년 간은
사랑하는 그를 만나 둘 만의 소박한 미래를 공유했던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남은 게 아무 것도 없다. 사랑이라 믿었던 그는 돈과 함께 사라지고
충격으로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유일한 위안이라면
할머니의 유품인 겨된장 항아리 하나.

'그 작은 공간을 란도셀처럼 등에 짊어지고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62p


변함없는 하지만 어색한 뿐인 고향에서 그녀가 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일자리는 역시나 '요리'뿐.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탄생한 식당이 바로 '달팽이 식당'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그런 신비로운 식당이면서
무엇보다 사람들이 맘을 열고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비밀스런 공간처럼 말이다.
따라서 정해진 메뉴도 없고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식당이다.

고객의 취향과 인품에 따라 그날의 메뉴를 정하고
단 한끼의 식사를 위해 산중턱을 오르고 변두리의 과수원에서 제철과일을 따는..

이 책을 읽으며 음식엔 만든 이가 걸어놓은 마법의 주문이 깃들여져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음식은 손맛이라고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기울리는 손끝의 정성이
입안으로 담아가는 사람에게 전해지기 때문일 터.

그래서 낯선 누군가이지만  속 깊숙한 맘을  조심스레 눈치채고
토닥여주는 따스함이 담겨진 요리이기에 달팽이 식당의 한 끼는 누군가에겐 여유를,
혹은 웃음을 되찾아 주는 건 아닐까 싶었다.

더불어, 이 책은  봄날이라 가득이나 설레이는 입맛을 자극하는 너무나도 섬세한
요리법에 대한 설명이 한 가득이라 새벽녁 주방을 침입하게 했던 책이기도 했다.

곧 시바사키 코우 주연의 영화로 개봉된다고 하니깐 상상만으로
군침을 흘렸던 음식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겠다.

  '빵에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고 맛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빵 표면에 수증기 김을 쐰 밀크 초콜릿을 얇게 발랐다.
  쓴 비터 초콜릿보다 밀크 쪽이 크림과 과일과의 궁합이 좋다.
  한 입 물면 폭신폭신한 빵 사이에 과일즙이 자르륵 넘치고
  씹는 동안 은은하게 초콜릿 맛이 입에 퍼진다...'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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