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한참을 뱀파이어에 홀릭하던 와중, 2pm이 좀비댄스를 선보이며 초월적 존재들에 대한 눈이 확장될 무렵,
눈에 들어온 책,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이 오버랩되는 존재, '살아 있는 시체'
거기에 더해 그 시체가 또 다시 죽었다니. 이건 무슨 이야기?
이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표하고 받아든 책의 두께에 겸허함이 느껴졌던 첫인상의 책이다.
이 책은 요한복음의 한 구절, '종말의 그날 부활의 때에 되살아나리라"에 모티브를 얻은 듯
죽은 자가 되살아나 버젓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른 바,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회현상을
주축으로 살아있는 시체를 죽인 범인을 파헤쳐 가는 본격 장편추리소설이다.
뉴잉글랜드 툼스빌에 위치한 대규모 공동묘지를 운영하는 발리콘 가문.
죽음을 앞둔 노년의 스마일리 발리콘의 유산 상속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 속에 벌어지는 살인사건.
단순히 유산상속에 얽힌 살인이라 가정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와중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부활, 그리고 죽었던 자들이 다시금 살아하는 상황에서 살인 자체에 대한 무의미함으로
머릿 속을 헤짚는 '죽음'에 대해 살아있는 자의 시각이 아닌,
죽은 자들의 현실이란 시각에서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이다..
'그래, 인간도 태어날 때부터 체내에 죽음을 내포하고 있지.
수명이 있는 인간이 매일매일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매일 조금씩 죽어간다는 뜻이야.' -265P
이른바, 인간은 죽음에 대한 본능을 내재한 채 태어났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은 매일 60가닥씩 빠지고 식사를 할 때 장벽에서는 음식물이 통과하면서
7백 억개의 세포가 감소한다. 서른을 넘으면 신경세포 중 평균 1%가 해마다 사라지니까.
방대한 분량의 스토리로 촘촘하게 엮어져 초반에는 전반적인 인물구도나 배경에 대한 할애부분이
다소 졸음을 몰아왔지만, 이윽고 주인공 그린의 죽음과 시작된 스릴감 넘치는 추적본능 스토리는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다음장을 외치게 하는 흥미진지함을 선사했다.
이색적인 슈퍼내추럴 스토리를 원츄하시는 분이라면,
혹은 죽음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열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여유있게 펼쳐볼 만한 흥미과 진지함을 모두 갖춘 추리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