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식탁 - 진화론의 후예들이 펼치는 생생한 지성의 만찬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인터넷 보급에 따른 높아진 고급정보에 대한 접근성 덕택인지, 디지털 2.0 시대 분위기 탓인지 한때 ‘그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분야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어렵게 여겨져 전문가들에게 내맡기던 이슈들이 이제는 다양한 의견을 지닌 범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더욱 활발해지며 논리의 빈틈을 채우고 더 탄탄히 다져지는 양상이다. 더불어 그들만의 리그를 꿈꾸며 이해불가적인 전문용어와 고압적인 자태를 유지하던 학계 지성인들도 보다 손쉬운 말투로 점차 대중 속으로 파고들며 자신의 논리를 피력하고 지지를 유도하는 모습이다.
 
때문일까, 이 책의 제목, ‘다윈의 식탁’은 ‘다윈’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학문’적인 뉘앙스와 ‘식탁’이라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이러한 작금의 트렌드에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왠지 전문적인 화두이지만 결국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는!
 
다윈의 식탁은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의 후예들, 이른바 서로 다른 논리를 주창하는 진화론계의 양대 산맥인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팀과 ‘단속평형론’을 주창한 ‘스티븐 제이 굴드 팀이 출연해 각자의 논리를 피력하고 상대방의 맹점을 지적하는 ‘지성의 대결’을 다룬 책이다. 따라서 비록 진화론에 대한 얄팍한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최고 지성의 ‘논리의 대결’에 초점을 두고 읽는다면 박진감 넘치는 스릴감과 통쾌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창시절 배웠던 화석화된 진화론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현재 생생하게 꿈틀거리며 전개되고 있는 진화론에 대한 이슈를 접할 수 있다는 데에서도 ‘살아있는 지식’의 신선함을 만끽할 수 있다.
 
1. 자연선택의 힘을 다룬 ‘ 강간도 적응인가?’
2. 협동의 진화를 테마로 한 ‘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3. 유전자, 환경 그리고 발생을 짚기 위한 ‘유전자의 진실을 찾아서’
4. 진화의 속도와 양상, 진화는 백미터 경주인가 넓이 뛰기인가?
5. 진화와 진보, 박테리아에서 아인슈타인까지
6. 휴식, 진화론의 나무 아래서
7. 진화와 종교, 다윈의 진정한 후예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미국사회의 지적설계론(ID) 득세에 관해서도 진화론의 입장과 그 대응이 소개되어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다. 과학뿐만 아니라 온 분야의 수재가 배출되고 모여드는 지성의 전당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이란 나라에서 수백 년 전 등장해 뿌리내린 ‘진화론’을 거부하는 ‘지적설계론’이 가장 강력히 부상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한편, 책 페이지마다 진화론 역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다양한 도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픽션으로 꾸민 대가들의 토론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서적은 좌우 끝단에 책 사진과 함께 저자의 짤막한 책 소개가 첨부되어 있다. 지성의 만찬을 즐기며 차후에 읽을 책을 찬찬히 골라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일 듯싶다.
 
마지막으로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내리 든 생각은,
단 일분도 잡담으로 허비하지 않고 알짜 엑기스를 말 하나하나에 그득 채워 뭔가 제대로 배웠노라 보람되게 해주는 노련한 교수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전공이든 아니든 현재 진화론계의 전개양상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의 독서의 폭을 보다 확장하고픈 지적호기심이 충만한 분이라면,
그리고 최고의 지성이 펼치는 논리 대결을 탐닉하고 싶으시다면,
한번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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