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 놀라운 내러티부의 기교와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치밀한 복선과 암시구도.

이른바 현대의 찰스 디킨스로 비유되는 존 어빙의 대표작.
그 타이틀 만으로도 이 책은 ’과부?’ 라는 따분한 제목에서 주는 거리감은 무시하고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강렬한 동기를 심어주었다.

작가라면, 아니 작가를 꿈꾸는 누군가가 아니라도
이런 찬사를 받는 작가의 대표작이라면, 
누구라도 그가 펼치는 이야기의 실체가 궁금하지 않을리 없지 않은가.

 

 ’일년 동안의 과부’

정확히 이 책은 딱 일년 동안만 과부신세를 지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장황하고 당혹스러우며 결론으로 갈수록 그럴 싸해지지만 결코 수긍하기는 주저스런 그런 책이다. 

 

 "천진난만했던 4살에 뜬금없는 엄마의 가출을 겪고 
한때 유명했던 동화작가이지만 지저분한 여성편력을 지닌 아빠. 그리고 
한순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평생 사랑으로 품고 사는 엄마의 연하남. 그것도 23살 연하남.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적어도 엄마보다는 
덜 불행했던 작가의 인생 이야기이다."

 

앞서 언급한 존 어빙의 특기 그대로,
시대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치밀한 복선구도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맞딱드려 변화하는 네 주인공들의 세밀한 감정 묘사는 
단연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러움 그 자체이다.

때문에 정상적인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싫은 비도덕적인 사랑에서도
그 사랑의 진정성과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은 순간 설득적이여서 안타깝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작가의 능란한 기교와 기술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깊숙이 빠져들지 못한 큰 까닭은, 아니 거리감을 두고 싶은 이유는
책 1부의 전반적인 맥을 채우는 이야기들이, 
소설감으로도 조차 접하고 싶지 않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어리숙한 어린 여자, 쉽사리 넘어온다는 외로운 유부녀나 갓 홀로된 과부 
그리고 딸의 친구까지 건드리는 아빠. 
물론 이 아빠에겐 나름 변론의 논리가 있다. 이혼을 계획하며 
딸의 양육권을 쥐기 위해 아내에게 불륜의 먹잇감을 준비하는 남편이지만 말이다.

사고로 죽어버린 애틋한 두 아들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16살의 어린 소년. 
그 소년에게 아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인생 절정의 사랑에 빠져버리는 39살의 엄마."

 

아무리 허구를 다루는 소설이라지만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일어났음 직한 설득력을 지니기에
보편적으로 도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저자에 대한 찬사만 믿고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순간순간 못마땅해지는 장면을 허구로 넘겨버리거나 비판적으로 필터링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이 책은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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