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가 없는 소설이라니 낯설다. 시도 아닌데 줄거리가 없다니.
이미지로 진술하는 소설이라니 낯설다. 시적 상징이나 은유도 아닌 그저 이미지라니.
문학평론가도 좀처럼 읽어내기 힘들었다는 작품에 대해 그 작품을 쓴 작가의 무의식을 유추하며 읽어야 한다는 건 독자에겐 모험이다.
이러한 모험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읽혀지지 않는 글에 대한 방해물을 생각하고 읽고, 읽는 내용에 대해 이해하려는 습관을 돌이켜보고, 소설읽기가 주는 감동에서 멀어져보는 경험이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감각' 이란 애초에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므로 비록 쓰여진 글이라 읽기는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러한 낯선 문장들이 내게 전해오는 서늘하고 외롭고 불안한 감각을 느낀 것으로 이 책은 온전히 읽은 셈이 된 것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