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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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굴욕의 역사를 유머스러운 필치로 집대성한 흑역사의 바이블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때로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필요로 할때가 있다. 역사에 '가정'은 불필요하다지만 '만약에' 라는 가정을 해보는 과정은 늘 흥미롭다. 그렇기에 역사의 교훈은 원인과 결과분석을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만약에 라는 가정을 통한 상상을 통해서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흑역사'에 대해 주목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과정이다.

인류 역사 전반에 일관된 현상이 하나 있다면, 아무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인간들이 역사를 만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p. 4) 96개의 글로 이뤄진 이 책은 인류의 흑역사를 되짚어 본다. (중략) 101가지 흑역사는 각각의 상황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요술을 부렸다. (중략) 그런 흑역사가 없었더라면 오늘늘 우리 삶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의 모든 여행이 끝날 즈음이면 세상을 변화시킨 흑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p. 5)

96편의 글에서 101가지 흑역사를 풀어내는 원래의 책이 한글판으로 나오면서 2권으로 분리되어 나온 듯 하다. 고대~근대편 과 현대편이다. 하지만 고대~근대편도 대부분 근대편이라고 할 수 있어서 이 책의 흑역사들은 대부분 가까운 역사의 장면들을 주로 들춰내고 있었다. 내가 읽은 '고대~근대편' 에서는 50개의 흑역사에 대한 50번의 '만약에' 가 등장한다.

아테네 사절단이 자신들이 무엇에 동의하는지 정확히 따져보았더라면?(페르시아가 요구한 물과 흙을 바치라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알키비아데스와 니키아스가 다른 선택을 하여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델로스 동맹이 승리했더라면?

알렉산드로스대왕의 공격에서 다리우스 대왕이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기전에 후계자를 명확히 지명했더라면?

카이사르를 종신독재관으로 임명하지 말던지 혹은 암살하지 않았더라면?

바루스가 아르미니우스를 깊이 신임하지 않아 토이토부르크숲에서의 패전이 없었더라면?

율리아누스황제가 일찍 죽지 않았다면?

로마의 관리들이 고트족과의 약속을 지켜 삶의 터전을 지원해주고 세금을 쥐어짜지 않았다면?

해럴드왕이 잉글랜드의 모든 병력이 집결할 때까지 기다려서 노르만족의 침범을 물리쳤더라면?

로마누스 황제가 튀르크 군대에게 등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리처드왕이 신성로마제국에 포로로 잡히지 않고 잉글랜드로 무사히 돌아왔다면?

고려와 몽골의 연합군이 일본을 점령할 수 있었다면?

콜럼버스가 자신의 경로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었다면?

스페인함대가 왔을때 아즈텍의 몬테수마2세가 좀더 빨리 결정을 내렸다면?

교황 클레멘스가 헨리의 이혼을 용인해주었다면?

히데요시가 조선정복이 아닌 일본내치에 매진했더라면?

스웨덴의 칼12세가 발트해 정복욕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

조지3세가 미국식민지의 국민들 감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면?

조지워싱턴이 프랑스사절단을 알아보고 공격하지 않았었다면?

1781년 영국의 두 해군 장교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차 변경을 하지 않았었다면?

조지워싱턴이 과잉진료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략하지 않았다면?

미셀 네 장군이 전세 판단을 제대로 하고 나폴레옹이 워털루전쟁에서 승리했다면?

미국 남북전쟁 전에 남부 연합이 10년만 빨리 연방을 탈퇴했었다면?

영국의 무기회사 엔필드가 인도에서 사용할 총알에 동물기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미국 남부 연합이 노예제와 목화를 평화롭게 이혼시키는 방법을 찾았더라면?

북군의 매클렐런 장군이 혹은 미드 장군이 남군의 보비리 장군 추격을 서둘러 궤멸시켰다면?

남부 연합이 흑인 병사를 받아들였더라면?

링컨이 암살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미국에게 알레스카를 팔지 않았다면?

시펠린이 미국에 영국산 찌르레기를 풀어놓지 않았다면?

화학자 베네딕튀스가 플라스크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면?

미국이 의원내각제를 선택한다면?

타이타닉호에 쌍안경 열쇠가 있었더라면?

러시아군이 몰려오고 있다는 뜬소문을 독일군이 제대로 알아보았더라면?

영국 신병들이 싸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참전할 수 있었다면?

맥스웰 장군이 아일랜드인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지 않았더라면?

레닌이 스탈린의 인간성을 진즉 알아보았더라면? 혹은 레닌이 조금만 더 오래 살았다면?

연합군 소속의 미군이 러시아땅에 머무르지 않았더라면?

미국이 금주법을 실행하지 않았더라면?

히틀러가 미술학교에서 떨어지지 않았거나 그의 그림이 한점이라도 팔릴 수 있었다면?

스탈린이 라팔로조약을 맺지 않아서 독일군의 훈련기지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미국 역사상 최장수 FBI국장 존 후버가 48년이 아니라 10년만 국장을 했었다면?

이 모든 가정들은 지금의 현실보다 나은 미래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모두 상상일뿐 지나간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또한 그런 실수들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다른 실수를 했을수도 있고, 실수를 아예 하지 않았더라도 저자가 상상했던 해피한 미래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런 '가정'들을 해보는 것은 다른 미래를 생각해봄으로써 좀더 효과적으로 실수를 깨닫기 위해서일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오늘날에도 우리가 배워야 하는 유익한 교훈일 수 있다. 당장의 걱정거리와 문제 때문에 대중이 독재자와 선동가들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지 마라. 그런 인물들은 대중의 자유나 삶의 방식을 파괴할 것이다. (p. 48)

2세기에 활동했던 페르가몬의 갈렌이 만든 치료법은 거의 2,000년 동안 처음 방식 그대로 이어져 왔다. (중략) 그는 자신의 의학적 지식으로 당대 사람들이 인체에 대해 갖고 있던 많은 인식을 바꿔 놓았다. (p. 178) 갈렌은 단순 감기부터 신장 질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지 체액의 균형이 깨진 신체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피의 양을 줄이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말 그대로 환자의 몸에서 '피를 빼내는' 것이었다. (p. 179)

사실상 그가 정복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유럽의 궁극적인 평화를 위해서였다. 더는 싸울 상대가 없어서 찾아오는 평화 말이다. (p. 185)

수많은 독재자들의 모습을 보아온만큼 앞으로는 그런 독재자들을 리더로 뽑지 말아야 할 것이고, 잘못된 믿음과 상식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객관적 검증에 꾸준히 신경써야 할 것이며, 진정한 평화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흑역사는 달리 말하자면 인간의 실수 모음이다. 지도자들이 어떤 오판을 내렸는가에 따라 바뀌었던 역사적 장면들을 되짚어 보면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의 중요성과 그 잘못된 판단에 따라 무의한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일반인들이 크게 대비되었다.

흑역사라는 말은 있어도 백역사 라는 말은 없다. 사람들은 잘못을 끄집어 내기는 쉬워도 칭찬을 찾아내 일부러 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백역사 보다는 흑역사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왜냐하면 칭찬을 해주지 않아도 인간은 자주 오만에 빠지고 쉽게 자만에 빠져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흑역사가 알려주는 인간의 실수들을 하나하나 따져 보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새겨보는 시간은 가끔은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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