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 10만 명이 함께한 서울시교육청 인문학 강좌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 1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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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야말로 첫 번째 교양이다!

신화, 철학, 문학, 미술, 영화, 환경, 역사, 미래까지

10만명이 함께한 서울시 교육청 인문학 강좌

 

 

[교실밖 인문학 콘서트]는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교육청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중에서 고른 열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강사진의 풍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교실밖' 이라고 해서 청소년용줄 알았더니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충분한 깊이가 있는 교양서였다.

1장 유럽 신화, 완전 첫 걸음] 에서는 신화란 무엇이고 신화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떠올렸을 법한 유럽신화에 대한 기초내용을 개괄해준다.

신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원(origin)에 관한 오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p. 17) 신화는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 왜 죽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즉, '근원적인 철학적 사고'를 하게 한다. 인간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신화는 은유나 상징, 알레고리라는 신화만의 방식을 통해 이러한 것들에 대해 말해왔다. (p. 19) 신화가 늘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신화가 가진 한쪽 면만을 보는 것이다. 국가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신화나 미디어의 조작으로 형성되는 신화는 경계해야 한다. 신화는 양날의 검으로써 기능할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p. 24) 신화는 종교나 역사와 관련이 있지만, 유익하고 풍부한 상상력의 보고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수천 년을 인류와 함께 살아남은 강력한 이야기인 신화를 아는 것은,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다. (p. 25)

인문학의 3대 큰 줄기를 문사철이라 부르곤 한다. 문학, 역사, 철학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 모두 다 좋아하는 영역이다 보니 이런저런 책을 읽다보면 신화는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문학도 역사도 철학도 그 첫 시작은 신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신화를 빼고 그냥 지나갈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원전번역서로 시작하길 권한다. 신화 자체가 사실이라기 보다는 상징과 은유로 풀어지는 이야기인데 중역이나 축약같은 다양한 변화를 거친 책들은 그 본연의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원전 번역이라해도 사실 완전한 원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남아있는 이야기들 자체가 이미 유구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다양한 변이를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더욱 신화는 줄거리를 아는 것보다 원전 자체의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신화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을 통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켈트신화가 해리포터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북유럽신화가 어벤저스시리즈와 반지의 제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신화가 여전히 우리의 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한국의 저승관과는 어떻게 닮아있는지 읽다보면 재미에 폭 빠져읽었음에도 새로이 알게되는 것들과 더 알고싶은 것들이 남아 지적호기심을 자극한다.

2장과 3장은 철학이다. 2장 살면서 갖고 싶은 다섯 가지] 에서는 일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철학적 사고를 돕고 3장 철학하는 삶이란] 에서는 변화된 시대에 앞으로 어떤 철학적 질문을 가져봄직한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4장~7장은 문학과 예술이다. 때로는 소설로 때로는 영화로 때로는 미술로 풀어지는 이야기들은 다양한 작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만큼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4장 자아의 발견] 은 청소년에게 추천할만한 다양한 소설들과 함께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데 백세시대가 될수록 어른이 되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다 보니 사실 '자아의 발견'은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서 혼란스러운 젊은 나이에 읽기에 좋은 내용이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 로이르 로이의 '기억전달자' ,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과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며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읽는이의 성장에 조언을 해주는데 해당 문학 작품들을 읽었다면 따듯한 충고처럼 다가오고 읽지않았다면 읽고싶은 마음이 들게 될 이야기들이었다.

5장 원작과 함께 영화 읽기] 또한 소설보다 오히려 더 접하기 쉬울 영화라는 장르로 인해 더욱 재미있게 읽게 되는 부분이었다. '위대한 개츠비' , '작은 아씨들' , '엠마' , ' 레미제라블' , '허삼관매혈기' 에 대해 원작 소설과 영화를 함께 다룸으로써 장르를 넘나드는 이해와 시대를 넘나드는 해석을 통해 원작과 영화를 세트로 함께 보면 재밌겠구나 싶어 바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6장 필환경 시대, 문학에서 길을 찾다] 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통해 변해가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문학이 먼저 던진 질문들을 되새겨보게 하고 있었다. 잃어버린 자연을 생각하게 하는 시들과 에세이 '월든' 의 소박함과 '멋진 신세계' 와 '오릭스와 크레이크' 라는 소설이 미리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등을 통해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 했다.

7장 단박에 읽는 서양 미술사] 는 소제목 그대로 서양 미술사롤 40여페이지에 압축해서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이 발휘된 장이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고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인상주의를 지나 현대까지 굵직한 사조들을 빠짐없이 다루면서도 예술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없게 해주면서 예술 자체에 대한 질문까지 남겨주는 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미술사 하면 곰브리치만 알았는데 단토의 책을 읽어야 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어서 특히나 인상적인 파트였다.

8장은 스토리 이고 9장과 10장은 역사와 미래 라는 토픽을 다루고 있다.

8장 이야기꾼 프로젝트]는 이야기를 직접 써보는 연습을 시켜주고 있는 듯한 장이었다. 이 장 또한 짦은 페이지로 스토리작법을 훈련시켜주기에 이정도라면 나도 한번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쉽고 알차게 스토리텔러연습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9장 역사 속 뉴노멀의 현장을 가다] 에서는 세계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혁명들(네덜란드 독립, 영국내전, 미국 독립,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을 보면서 그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반추해보게 한다.

10장 새로운 접촉문명, 온택트 시대] 는 딱 지금 의 현실 모습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변화들이 미래에 더욱 어떤 모습이 될지 생각해보게 한다. 중요한 것은 언택트 가 아닌 온택트 라고나 할까.

이제 매뉴얼로 가능한 일들은 기계에 맡기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전례가 많은 일들은 인공지능이나 기계자동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일처리 재주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기민한 대응력이 중요하다. 인간은 매뉴얼에 없는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 매뉴얼에 없는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매뉴얼을 만드는 힘이 필요한 사회가 21세기 선진사회다. (p. 416) 21세기 디지털 미래사회는 변화무쌍한 사회다. 어제의 패턴이 반복되지 않고 어떤 변화가 닥칠지 가늠하기 힘든 'VUCA사회'(VUCA는 휘발성Voi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의 준말이다. VUCA사회란 미래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모든 것이 선택의 문제로 모호한 세상을 의미한다)라고도 한다. 어제까지의 모범사례가 미래의 대책이 되지 않는 사회, 즉 미래를 개척하는 최고의 상상력이 요구되는 사회다. (p. 417)

무에서 유가 창조된 적은 없었다. 세상을 뒤집은 발견발명들도 갑작스러운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은 다 작지만 꾸준히 쌓이고 끊겼다가도 다시 이어지는 시간들이 쌓여 창조된 것들이었다. 누군가의 무엇이 없었다면 위인의 업적도 없었다. 아무리 미래사회가 VUCA사회라 해도 그런 미래조차 현재의 우리가 한 것들로 인해 다가올 사회다. 그러니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따라서 여전히 우리는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기왕이면 원전들을, 부담스럽다면 이런 교양서들로 시작해보면 어떨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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