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페의 그림은 경쾌하고 유머러스 하다. 서양식 유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상페가 사랑해마지않는 유머라는 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것 같다. 하지만 상페도 인정하듯이 시대가 많이 변했다. 장자크 상페는 1932년생이다. 그의 전성기와 지금은 달라도 정말 너무나 다르다.
드뷔시, 라벨, 사티... 이들이 당신의 3인방인가요?
나에게 제일 위대한 3인은 드뷔시, 라벨 듀크 엘링턴 이죠.
그리니가 난 클래식 음악을 두고 말하는 겁니다.
클래식 음악이다, 아니다 같은 구분은 없습니다.!
아, 그래요?
네, 없어요. 드뷔시는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그냥 음악입니다! 마찬가지로, 엘링턴과 라벨 사이엔 아무런 차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p. 134)
상페는 음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했지만, 사실 그가 좋아하는 음악의 분야는 특정적인 분야로 보였다. 클래식, 재즈, 샹송.
그의 그림엔 클랙식 연주장이자 클래식 악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피아노도 꼭 그랜드 피아노이다. 항상 스탠드 마이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은 댄스홀에서 왈츠를 추는 것으로 보인다. 상페가 좋아하는 음악은 아마도 느낌이 찐~한 그런 류인것 같다. 모짜르트도 바흐도 그는 즐기지 않는다. 그의 음악적 감성은 프랑스식 유머 혹은 프랑스식 경쾌함 이라고나 할까... 1950~70년대의 벨 에포크 라고 할만한 그런 분위기의 곡들이라고나 할까...
혹시 최초로 뮤지션들을 그렸을 때를 기억하나요?
뮤지션들에 대한 그림이라고요?
아니면 음악에 대한 그림이라도 좋고......
내가 오래도록 보관하고 있었는데, 결국 분실했어요. 악기를 팔던 상점 앞을 고양이가 지나가는 그림이었죠. 내용이라곤 그게 전부였어요. (p. 153)
왜 다시 그려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한데...
당신은 현실을 그대로 복사해서 그리기보다는 암시하는 편을 선호하나요?
네, 내 클라리넷들은 정확하지 않고, 내 자전거들은 굴러가지 못합니다! 나라고 그런 게 자랑스럽진 않지만, 어쨌거나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입니다. 그건 확실해요! (p. 161)
책의 뒷부분 1/3 정도는 음악과 관련한 상페의 삽화들로 채워져 있다. 아무런 멘트 없이 악기와 함께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들이 담긴 그림을 보다보면 음악적 삶에 대한 희노애락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어린아이때부터 노년까지 평생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상페의 시간들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하여튼,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 한다는 말이 음악이 되어 깔려있는 듯 각양각색의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두 편안해 보였다. 이 책을 통해 상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삽화 속 암시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상페의 그림책들이 훨씬 재밌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