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 주는 식물 사진관 - 포토그래퍼의 반려식물도감
이정현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토그래퍼의 반려식물도감

저자는 사진작가다. 사진을 찍고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을 한다고 자기소개를 한다.

그런 저자의 눈에 식물이 들어온다. 새삼스럽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식물의 사진을 찍고 식물과 식물의 사진에 대해 글을 쓰다보니 어느덧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식물에 대한 이야기이자 식물사진전을 관람하고 나온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진작품집이기도 했다.

자칭 '식물똥손'이라며 직접 기른 식물보다는 꽃집동생의 도움으로 잠시잠깐씩 빌려온 새로운 식물과 함께 하고 사진을 찍지만 식물을 보다보니 점점 더 알고 싶고 공부하게 되고 직접 키우게 되면서 식물에 대한 마음만큼은 '식물금손' 저리가라 할 만큼 풍성해진 저자이다.

5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식물들은 하나같이 생소하고 낯설었기에 식물도감이라 할만했고, 그 식물들의 특징과 주의점을 읽다보면 반려식물을 찾아주려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여 따듯했고, 포토그래퍼의 능력이 출중하게 발휘된 사진을 보다 보면 사진하나하나 작품을 감상하듯 그윽하게 보게 되고, 식물에 대한 저자의 감성을 읽다보면 한글자라도 놓치는 것이 미안하여 천천히 꼼꼼히 읽게 되는 진심 가득한 에세이였다.

매 식물마다 첫장에 식물의 전체컷과 식물의 학명을 비롯한 정보 그리고 빛, 물, 온도 등의 재배조건등을 정리해놓고 나면 다양한 각도에서의 식물사진과 그만큼 다양한 방면으로 퍼지는 저자의 생각을 읽게 되는데 식물 하나에 대해서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싶어 신선하고 무엇보다 감각적인 사진들이 보기에 너무 멋졌다.

제목에서부터 읽는이의 반려식물을 찾아주고파 하는 마음에 응답해보고자 식물하나하나 내게 맞는 반려식물을 무엇일까 고심하며 고른 끝에 나는 3가지를 고를 수 있었다. 회오리선인장, 장미허브, 필레아. 골라놓고 보니 둥글둥글한 식물에 지금 마음이 가고있구나를 깨달으며 뾰족한 잎들에게 땡기지 않는 내 마음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겨 보기도 했다.

선인장이나 다육에 별 애정이 없던 때에는 그저 둘이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육은 줄기나 잎에 수분을 비축하는 식물 모두를 뜻하는 말이고 선인장은 선인장과에 속하는 식물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인장과의 식물은 전부 줄기에 수분을 비축하니까 모든 선인장은 다육식물에 속합니다. 그러나 선인장과는 아니지만 다육의 특징을 가지는 식물은 수없이 많으므로 다육식물이 모두 선인장인것은 아니죠. 다육식물의 원산지는 전 대륙에 걸쳐 있지만, 선인장은 주로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입니다. (p. 188)

선인장과 다육식물에 대해 나도 별다른 구분기준을 몰랐던 것 같다. 책속에는 다육식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아무래도 실내에 두고 키우기 좋은 화분용 식물의 종류가 다육이가 많아서 그런가 싶다. 나도 다육이를 여럿 보내본 식물똥손인데;;; 뾰족한 가시의 선인장은 말라죽고 매번 과습으로 썩어버리곤 했던 다육이... 여전히 내게는 어렵기만 한 식물들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만의 식물을 찾아 늘상 꽃집앞을 기웃대는 걸 보면 반려식물이 필요한 것 같긴 한데;;;

관엽식물이라는 말은 다육만큼이나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단어였습니다. 찾아보니 잎(엽)을 관찰(관)하기 위한 식물이라는 뜻입니다. 꽃보다는 잎의 모양이나 색깔을 감상하기 위해 재배하는 식물을 일컫는다고 해요. 다육이나 선인장처럼 식물 자체의 특징을 한 이름이 아니라 식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어떤 식물이든 잎을 관찰할 수 있으니 상당히 애매하긴 하지만, 특별히 잎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되는 식물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p. 194)

몬스테라를 읽으며 관엽식물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다육이 종류외에는 몬스테라에 애정이 큰 것 같은데 나는 구멍이 숭숭 뚫리거나 잎 가장자리가 여기저기 갈라지는 몬스테라 잎이 감상하기 좋지 않은 것을 보면 다른 식물 종류를 좀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에어 플랜트가 행잉 플랜트와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행잉 플랜트는 공중에 걸어 놓고 키우는 식물 전체를 부르는 말이지만, 에어 플랜트는 틸란드시아속에 속하는 식물을 지칭하는 말이었어요. 틸란드시아는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공기 중에서 수분과 영양소를 빨아들이며 살아 에어 플랜트라고 불리게 되었지요. 우리나라 말로는 공중 식물이나 공기 식물이라고 부릅니다. (p. 205)

수염이 길게 자란것 같은 틸란드시아나 틸란드시아와 짝꿍인듯 함께 구성된 이오난사가 언젠가부터 여기저기서 눈에 많이 띄었었다. 보면서도 참 신기하다 했었는데 책에서 다시보니 반가웠다. 이오난사는 여전히 애정이 가는 식물인데 울집에는 식물을 걸어둘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여전히 꽃집에서 구경만 하다 오곤 한다.

식물이 공기정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효과를 너무 확대해석하지는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기정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많은 식물이 있어야 하니까요. 책상 위에 조막만한 화분을 하나 놓고 넓은 사무실이나 집 전체의 공기가 깨끗해졌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사의 실험이 이상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3.3제곱미터(약1평)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식물을 놓아야 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p. 213)

식무에 따라 제거할 수 있는 유해 물질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야자류는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고, 관음죽과 국화는 암모니아를 흡수해서 화장실에 놓으면 좋다고 해요. 스타티필룸은 벤젠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알로카시아는 사무기기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아이비는 가정용품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흡수한다고 합니다. 식물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될 것같이 들리지만, 역시나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식물이 아주 많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p. 214)

공기정화식물이라고 수식어가 붙은 식물들이 아무래도 많이 팔리긴 한다. 일정기간 꽂아두었다가 버려야 하는 꽃다발과 달리 화분은 오래둘 것이고 오래둘 것이라면 장식성 보다는 편리와 가치를 따져보게 되기 때문이다. 기르기 쉽고 튼튼하고 오래 가는데 공기정화까지 된다면 그야말로 더 바랄 것이 없으므로 공기정화식물은 어느 집에나 한두개쯤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공기정화 효과를 누리려면 정말정말 많은 화분이 집안에 있어야 한다. ㅎㅎ

우리가 스투키로 알고 있는 식물 대부분이 실은 산세베리아 실린드리카라는 것입니다. 둘은 거의 똑같이 생겼지만 스투키는 줄기 가운데에 깊은 홈이 파여 있습니다. 스투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양은 비슷하지만 성장 속도가 더 빠른 실란드리카를 판매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실린드리카는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부채 모양으로 펼쳐지며 나오는데, 이 줄기를 잘라 스투키처럼 한 줄기씩 꽂아 판매하다고 합니다. 어차피 가까운 친척 사이이고 키우는 법도 비슷해 별일 아니라고 할수도 있지만, 스투키가 국민 식물의 명성을 누리고 있으니 실린드리카나 스투키 둘 다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p. 218)

스투키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화분이다. 그런데 그게 스투키가 아니었다니. ㅎㅎ

저자는 식물의 학명과 본래 이름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참 좋았다. 무엇이든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시작하기에 식물의 이름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 식물과의 만남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가왔다.

저는 킬러급 식물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식물을 좋아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식물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입니다. 처음 듣는 음악을 친구들에게 들려줄 때의 뿌듯함과 비슷하지요. 음악도 사진도 대중적인 것뿐만아니라 소수의 취향에 맞는 것도 계속해서 생산되고 소개되어야 한다고 믿는 저는 식물도 그랬으면 합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취향이 소중하고, 무엇이든 하나라도 독특한 걸 추구한다면 식물도 그런 걸 키워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뭐든지 무난한 게 좋다면 식물에서만큼은 숨겨 왔던 개성을 드러내 보라고 바람을 넣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감추고 있는 의외의 면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p. 227)

나는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고를 때에도 가장 큰 기준은 무난함이다. 하지만 저자가 찍은 사진 속 식물들은 대부분 독특하다. 독특하지만 저자의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멋스러움을 뽑내다 보니 홀린듯이 쳐다보게 된다. 내가 그런 독특한 식물을 집에 들이는 날이 올까? 글쎄...

독특한 것과 평범한 것은 조화를 이룰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면 일탈을 꿈꾸게 되고, 독특한 일만 일어나면 이내 지쳐서 잔잔한 평범함이 그리워집니다. 어찌보면 독특함과 평범함은 저마다의 기준에 맞춰 마음대로 그어 놓은 아주 불분명한 선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장 평범한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특별하다고 느꼈던 것의 평범한 모습을 발견할 때 더 감격하곤 합니다. 평범하게만 느꼈던 식물의 특별함을 날마다 발견하면서 일어난 변화인 듯 합니다. (p. 230)

모든 것은 조화로울 때 가장 편안할 것이다. 독특함도 평범함도 어느 한쪽이 튀게 되면 사실 불편해진다. 평범했던 일상을 그리워하게 된 요즘 저자의 독특한 식물들이 멋있어도 딱히 반려식물로 들이고 싶어지지 않는 것은 평범한 식물이라도 보면서 지금의 독특한 일상을 잊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 마스크 벗고 다닐날은 과연 언제쯤 온단 말인가...

글을 잘 쓰려면 그저 참신한 글거리를 찾아 매끈한 문장으로 만들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살면서 일어나는 일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그것이 마음속에서 흩어지지 않고 잘 내려앉아 어떤 의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붙들어 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해 주었죠. (p. 249)

사진찍는 모든 이가 글까지 다 잘 쓴다면 불공평하지 않겠는가 ㅎㅎ 저자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자신감도 없었다 한다. 하지만 친구의 도움으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과 성장이 가능했다고 한다. 저자처럼 초보작가라 할만한 이의 글을 읽다보면 마음에 닿는 글이 있고 아닌 글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 쓸 수 있느냐가 읽는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곤 한다.

저도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 날은 집에 돌아오면 한라산 등정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영혼이 나갑니다. 잠들기 전에는 오늘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사람들이 내게 한 말이 과연 무슨 의미였는지 사골국 끓이듯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곤 합니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이 나한테는 유독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별거 아닌 일에 심한 내상을 입는, 예민한 오십령옥이 된 것 같은 순간이 저에게는 많습니다. 식물로 치면 그렇게 탱탱하고 강인한 식물은 못 되는 거죠.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힘을 내어 씩씩하게 잘 자라고 새끼도 치고 번성하는 식물도 있지만, 영 활개를 치지 못하는 식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민한 식물도 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나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예민함도 그 식물의 중요한 성격입니다. 식물도 최선을 다하고, 키우는 사람도 최선을 다해 보는 거죠. 그렇게 수많은 작은 성공과 실패 끝에 조금 더 적응하고 조금 더 강해지겠지요. (p. 286)

나의 반려식물 후보로 3가지를 골라놓긴 했지만 사실 가장 우선 순위는 오십령옥 이라는 다육이였다. 하지만 식물깨나 키워본 사람도 선뜻 키우기 쉽다고 말하지 못한다는 식물인 오십령옥의 그 예민함을 내가 잘 보듬어줄 자신이 없다. 그저 저자가 표현하는 사람이든 식물이든 남들과 다르게 좀더 예민한 그 성정을 공감해볼 뿐이다. 전에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집에 오자마자 쇼파에 뻗곤 했는데 요즘은 원래 알던 환경과 원래 알던 사람들을 만나고 나도 집에 오면 일단 쇼파에 뻗는 나를 보면서 이 예민함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고민이다. 오십령옥을 키우면서 깨달음을 얻어봐야 하려나...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반듯하고 정상적인 모양의 식물보다 어딘가 이상하게 제멋대로 자라난 식물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는 환경에 맞게 자기만의 모양새를 갖춘 식물의 아름다움은 쉽게 설명하기 힘듭니다. 오랜 세월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처럼 전해주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는 조금씩 바뀌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죠. 내 식물은 나에게, 나는 내 식물에게 서로 적응해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식물을 키우는 사람 모두가 꿈꾸는 바가 아닌가 합니다. (p. 293)

표지에 있는 식물의 이름은 리틀장미다. 제멋대로 뻗어나간 그 자유를 보며 저자는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나도 겉표지를 보자마자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식물사진들은 하나같이 굉장히 모던하면서도 감각적이다. 하여튼 멋지다!

하지만 멋진 식물보다는 건조한 겨울철에 비염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는 '실버레이디' 라는 고사리과 식물을 사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식물에 대한 애정이 모자란것 같다;;;

집안에 갇혀있다시피 지내는 요즈음 책으로나마 안구정화해보려 읽게 된 이 책이 이렇게 다양한 멋을 느끼게 해줄줄은 몰랐다. 식물사진을 보며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랠 수 있겠거니 예상했는데 식물사진이 이렇게 도회적일 수 있는건지 감탄할 따름이었다. 사진과 글 모두에서 저자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도 쏠쏠한 정보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까지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식물에세이들과 확연히 달랐다. 저자의 이 사진감각과 진정성 있는 글로 표현한 다른 식물책도 어서 펴내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