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시민력을 키우는 허승 판사의 법 이야기, 세상 이야기
허승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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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력을 키우는 허승 판사의 법 이야기, 세상이야기

교양 있는 시민을 위한 세상 쓸모있는 법 공부

허승 판사가 생생히 중계하는 우리 사회 24가지 법정 다툼

북트리거에서 나오는 청소년 교양서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엔 법! 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서슴없이 질문을 하게 하는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가치를 일깨우는 <나만 잘 살면 왜 안 돼요?>

사회적으로 뜨거운 쟁점들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입장의 합리적 입장을 동시에 살펴보게 하는 <거침없이, 토론!>

등 근래 출판되고 있는 책들이 다 유용한 내용들을 가득 담고 있어서 눈여겨 보던 북트리거 출판사였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또한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가독성과 유익함을 동시에 담고 있는 좋은 책이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이 우리나라 또한 법치주의 국가이다. 모든 것의 기준은 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평상시엔 법을 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정말 큰 문제가 생겼을때 판결을 내려주는 것은 결국 법이다. 그리고 굳이 법의 판결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올바른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할 시민에게 법은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 책은 <고교독서평설>에서 2년간 연재한 '교과서 속 법 세상'을 일부 수정하고 다듬은 것입니다. 지금 현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크게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를 법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재의 목적이었습니다. 단행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청소년 독자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의 눈높이까지 고려해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추가했습니다. (p. 10)

이 책에 각색된 24개의 법정 풍경은 대부분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법정에 선 양측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자신이 법대에 앉은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선고할지, 그 판결이 법정에 선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후 사건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유심히 살펴보길 바랄게요. 나아가 현행법에 따른 결론이 부당하다면 법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정책과 법률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그와 같은 고민이 쌓이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가는 시민력(市民力), 즉 시민의 힘이 더욱 성장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p. 11)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주요 글들은 고교생들용으로 썼던 글이지만 책으로 나오면서 청소년용으로 편하게 읽히면서도 성인들도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법정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당 사건에 관련된 법조항을 읽어보며 양쪽 입장을 듣고 보면 어느 사건 하나 단번에 판결할 수 없었다. 더불어 법에 이런 부분은 좀 문제다 싶은 생각도 깨닫게 되어 시민으로서의 교양에 한층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시민이라면 적어도 자신만의 입장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므로 ㅎㅎ

책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 서너개의 사건들이 등장한다. 실제적 사건들을 드라마처럼 시작하다 보니 사건별로 몰입하는 재미가 있었다.

1장> 시장질서, 어떻게 바로잡을까 - 법과 경제 에서는 갑질문제와, 타다 사건, 일감 몰아주기 를 다룬다.

경제적 약자는 보호해야 하고 거래상 지위 남용은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느 선까지가 거래상 지위 남용일까? 공정거래법으로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경제적 약자 보호에 예민한 것은 우리나라 문화의 특수성도 엿보이는데 왜 그런 것일까?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 '타다' 와 택시 업계의 갈등은 현재로서는 법이 택시업계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공유경제에 대한 법적 조항이 미비한 점이 드러났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대기업지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상속세를 피한 상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병폐를 개선시킬 방안은 없는 걸까?

2장> 공정한 계약이란 무엇인가 - 법과 계약 에서는 최저임금, 전속계약 분쟁, 해외여행 사고, 예금과 투자금 관련 계약들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좀 독특한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최저임금산정에도 복잡한 계산이 뒤따른다. 비정규직이 늘어가는 추세 속에서 임금체계는 바뀔 수 없는 것일까? 최저임금인상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한류문화의 선두를 이끈다해도 과언이 아닐 아이돌 그룹에 대한 법정분쟁은 이제 익숙한 뉴스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연습생 제도 때문이다. 표준 계약서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산업의 특성과 개인의 이익 가운데 어느 쪽도 쉽게 손을 들어주기 어려워 보였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지 30여년 밖에 안됐다는 것이 무색하게 패키지여행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크고작은 여행사들이 제시하는 여행 속에서 여행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은 정말 중요하고 관심의 대상이다. 누구나 돈을 불리고 싶어한다. 투자성향은 개인차가 있지만 투자하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손실이 났을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3장>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 법과 인권 에서는 집회의 자유, 양심의 자유, 개인정보 수집, CCTV,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다룬다.

광장에서의 집회 모습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집회 참여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집회를 하는 동안 그 집회가 장기화 됐을때 그 지역 상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냥 반가울 수 없는 것이 집회의 자유였다. 거기에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까지 ...

세계 유일의 휴전국, 분단국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손안에 인터넷을 들고다니는 시대에 뭐하나 가입하고 뭐하나 깔려면 개인정보동의란에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그 작고 상세한 내용들을 누가 읽어보고 동의체크를 할까... 그런데 그 조항들로 인해 내가 올린 자료들이 누군가에 의해 이용된다면? 그 근거가 내가 무심코 누른 동의체크에 의해 가능하다면?

CCTV 는 안전을 위해 거부감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 있을까?

40년이 넘는 세울 함께 한 배우자가 사망했고 미망인과 4명의 자녀가 남았다. 그런데 이때 아내의 상속 지분은 11분의 3이다. 만약 남편 사망전 이혼했다면 재산의 2분의 1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살며 병수발을 하는 댓가로 상속분이 줄었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4장> 법 앞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다 - 법과 생명윤리 에서는 대리모, 안락사, 낙태죄 를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혈연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입양률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핏줄로 가족을 이루고 싶어한다. 하지만 불임이 늘어가는 시대에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심심찮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아이의 법적 엄마는 대리모라는 것을 아는가?

가난한 집 노부모가 병원에서 의료장비에 의해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병원이 부담으로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러면 살인죄가 성립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우리나라는 뱃속 태아에게 한살을 쳐주는 만큼 생명존중 의식이 강한 나라다. 그러니 낙태에 대한 처벌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낙태가 죄가 되는 것일까? 여성의 자유결정권과 어떻게 배치될 수 있을까?

5장> 청소년, 그들이 부딪히는 법과 정의 - 법과 교육 에서는 학교폭력, 지역인재선발전형, 학원교습시간 을 다룬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 것이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낙인효과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진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역인재선발전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편법적으로 사용한다던가 수도권인재에 대한 역차별 이라는 논란은 무시할 수도 없어 보인다.

사교육열이 뜨거운 우리나라이니만큼 법적으로 학원도 제재해야 하는 형편인데... 이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아스러운 상황들이 드러난다.

6장> 사회적 약자에 관한 법적 논의 - 법과 소수자 에서는 반려견, 난민, 동성결혼 문제를 살펴본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는 이때에 법적 근거는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을까?

제주도에 왔던 예멘 난민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이 난민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벌써 나오고 있었다.

동성결혼을 허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의 입지는 좁기만 하다. 법적으론 더 그랬다.

7장> 환경갈등, 복잡한 숙제 풀기 - 법과 환경 에서는 공유지, 태양광발전소, 조망권 을 다룬다.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가 있다면, 목동들이 목초지에서 지나치게 많은 소를 방목해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라는 '공유지의 비극' 이라는 이론은 환경문제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는 이론이다. 기본 환경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환경보호를 위해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고자 태양광발전소를 세우려는데, 그 발전소 건설이 산림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지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집이 그저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공간이 되면서 조망권 과 일조권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분쟁으로 갈 경우 건설법에 지켜 만들어진 건물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내 집의 문제를 넘어 한정된 국토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거시적 관점을 되집어보게 만든다.

24가지 사건 모두 직간접적으로 봤던 사건들이라 친숙하면서도 이렇게 판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었다. 양쪽 입장을 읽고 법조항을 보면서도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는지 정말 어려워서 판사라는 직업이 정말 고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모든 재판에 판결을 내린다. 그리고 그 기준은 법! 이다. 사건들을 보면서 아...법이 이렇구나 하는 체감이 되면서 새삼 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보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법 이야기로 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이 책을 읽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ㅎㅎ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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