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문학 사이 - 일본 여성 프롤레타리아작가의 문학세계
이상복 지음 / 어문학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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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 프롤레타리아작가의 문학세계] 라는 부제가 설명하는 딱 그 내용의 책이다.

2019년 4월 이 초판1쇄 발행인 책인데, 표지부터 내부 편집까지 80년대 책을 읽는 느낌이 들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작가는 3명의 여성 문인에 대한 연구분석 내용을 싣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이미지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전통의상을 입고 수줍은 자세로 순종적인 모습이다. 일본 하면 군인 밖에 안 떠오른다. 그래서 궁금했다. 일본의 여성작가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겐 식민지의 아픈 시대였던 그때 일본 내부에서 그것도 여성이 그것도 프롤레타리아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미야모토 유리코는 혁명운동 내부 섹시즘과 젠더 지배 형상화를 위해 투쟁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히라바야시 다이코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사회체제에 대한 부조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타 이네코 역시 가부장적 억압으로 인한 유년시절의 고충과 사회의 계급적 억압에 투쟁한다.

뒷 표지에 설명된 3명의 여성작가의 특징설명은 아주 적절하다. 

미야모토 유리코는 1899~1951, 히라바야시 다이코는 1905~1972, 사타 이네코는 1904~1998 의 생애 중 프롤레타리아문학이 있었던 시기은 1920년대에1930년대의 작품을 주로 분석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문학, 공산주의, 사회주의 열풍이 일었던 그 시대 우리나라는 식민지였다. 새로운 사상은 독립운동과 연결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독립운동은 한갈래로 모아지기 힘들었으며, 독립후에도 '독립'이라는 민족적 과업과 맞물려 자란 사상들의 미숙함은 분열을 가져왔고 내전으로 이어졌다. 우리에게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래서 한참후인 1960년대나 70년대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대두되면서 나오게 된것이 아닐까 싶다.

근대이후 일본의 역사는 항상 우리보다 50년에서 100년정도 앞서 경험을 한다. 서양세력에 대한 개방부터 근대화 그리고 세계대전을 거쳐 현대산업문제까지 일본이 지나간 길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이미 지나간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식민지였지만 일본에선 근대화 시기였다. 갑작스런 사회의 산업화는 농민을 공장노동자로 만들었고, 전쟁은 그 상황을 악화시키고 가속시켰다. 하물며 동양의 전통적 여성관을 가진 상태에서 근대화와 교육은 여성의 지위를 높여주기엔 힘이 딸렸다. 전쟁시기 일본내부는 그저 잘먹고 잘살줄 알았더니 하층민들의 삶은 더구나 여성으로서의 삶은 거기도 고단했구나 싶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생각한 지점들은 조선의 작가의 '세여자' 소설을 생각나게 했다. 식민지나라에서 신여성으로서 사회주의를 지향한 세여성의 삶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어느 역사 사료보다 더 깊이있게 다가왔었다. 식민지였기에 일본내부의 프롤레타리아작가들과는 다른 삶의 여정을 갈 수밖에 없었다.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쓴 문학작품들의 개요를 보다보니 전태일 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의 공장노동자로서의 여성의 삶은 60,70년대 우리의 여공들의 삶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본내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그 생명이 짧았다. 전쟁시기였고, 모든 사상은 군인들에 의해 바로 진압됐다. 그래서 우리가 혼란스러운 정치와 비인간적인 노동문제로 사회가 뜨꺼울때 일본은 이미 그 모든 뜨거움들이 없어진 상태에서 차갑게 부국으로 올라섰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사상의 자유를 누린 시기가 짧아서 일본의 다양성은 더 줄어들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본은 사상적 탄압을 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탄압할 사상이 없는 나라가 된것이 아닐까.

책속에서 소개된 작품을 읽어본적도 없고, 일본문학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색다른 주제에 대한 연구서라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만, 너무 옛스러운 구성과 편집은 여전히 아쉽다. 애초에 대중서로서가 아니라 연구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면야 뭐 딱히 뭐라고 할 수 는 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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