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열전 -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김영철 엮음,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 창비교육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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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당신에게 '공부'란 무엇입니까?

공부란 사람이 되어 가는 길입니다. 공부가 사람을 꽃이게 합니다 - 김용택

공부가 곧 인생이지요. 인생은 공부의 연속입니다 - 서재경

여행이야말로 가장 멋진 학습입니다 - 나효우

손자 세대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는 것 - 조정래

민주 공화국의 시민에게 요구되는 기본 능력을 계발하는 것 - 도정일

공부는 인내심을 기르는 시간이지요 - 이순재

마음대로 하는 공부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지요 - 이수정

평생학습과 일자리는 생명력과 발전의 원천입니다 - 문국현

대접받는 말을 거부하고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 정성헌

세상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들로 가득합니다 - 김성수

진실에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그것 말고 다른 게 있을 수 없어요 - 강만길

제목만 보고 학생들에게 도움되는 공부 조언서가 아니라는 것을 표지만 봐도 확실히 알게 해줘서 다행이다. ㅎㅎ​

크게 기대하고 읽은 책은 아니었지만, 읽고 나서 기대 이상으로 좋안던 것은 한국사회에 이렇게 멋진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다.

한분 한분 짧게 소개된 약력에서 엄청난 사회적 '기' 가 느껴졌다. 알던 분들보다 모르던 분들이 많아서 죄송스러울 정도로 다들 과거부터 지금 현재까지 올곧게 존경스러운 삶을 살고 계셨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기획하고 진흥원 원장님이 인터뷰한 11분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으로 시작은 김용택 시인이었다.


솔직히 시작인물로는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인의 책을 읽을땐 몰랐는데, 강연을 들었을때 청중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너무 자기멋대로랄까... 말도 너무 직설적이고...

그런데 그런 시인의 성격이 잘 드러나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었다.

도시생활이 힘들어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제가 말립니다. 그냥 거기 살아라.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의 삶이 행복하고 좋아야 시골에 가서도 즐겁지. 지금 사는 곳에서 힘들면 어딜 가든 거기에도 다 인간이 있어 이런저런 일로 또 힘들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신선끼리 사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나 삶의 고통과 절망이 있다. 시골에서 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으니 그냥 살던 데 살아라, 이렇게 말합니다.

시인의 이력과 시인의 시만 보고 엄청 따듯하고 감성적이고 배려심 있을 거라 기대하면 강연이나 인터뷰를 봤을 때 놀랄 수 있다. 나처럼. 시인은 본인이 인정하고 종종 말하듯이 그냥 좋아서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라고. 힐링이나 위로 위안을 기대하면 큰코 다친다. 그런 기대가 없다면 뭐 soso

지금도 뭐가 되고 싶은 게 없어요. 희망이없어 편해요. 희망이 어쩌고 하면 불안해. 뭔가 이뤄야 되잖아요. 이루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바라는 게 없으니까 편하지. 살다 보면 별일들이 있지만 그런 별일들도 다 지나가지요.


두번째 분부터 슬슬 장난 아니다.


서재경 남도학숙 원장, 아름다운 서당 이사장

이미 예전에 청년취업 문제의 근본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청년들의 기본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아름다운 서당을 만들고 봉사하고 계신 분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모두 1등을 향해 뛰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탓에 학생들은 점수 따는 기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성능은 우수하지만, 사유할 줄 아느냐, 배려할 줄 아느냐, 자기 성찰할 줄 아느냐 물어보면 꽝입니다. 학교 밖에서는 돈을 향해 질주해 왔습니다. 그럼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느냐, 삶의 가치를 증진시키느냐, 전혀 그렇지 않지요. 이렇게 두 개의 허상을 좇아 오다가 막다른 골목에 탁 걸린 형국입니다. 소위 SKY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장 모범적이고, 리더십을 가장 잘 발위하고, 한국이 앞으로 기대를 걸 만한 젋은이의 모습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 입니다. 이 잘못된 문화와 방향성을 잡아 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공정여행 이라는 것. 스토리가 있는 여행. 유기농 여행. 가격이 아닌 가치로 경쟁하는 여행상품

사람이 세계 인식을 넓히는 방법에는 독서와 여행이 있지요. 매년 천만 명 이상이 여행을 가는데,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하고 현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더 많은 걸 배울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대안여행, 공정여행, 착한여행 같은 것입니다.

조정래

두 말 할 필요 없는 한국의 대표 작가 이긴 하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이라는 대하소설 3부작을 완성한 큰 작가 이시다.

나도 태백산맥, 아리랑 을 숨도 못 쉴 정도로 몰입해서 뜨겁게 읽었던 적이 있었다.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었고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몇년 전 2권짜리 소설을 읽었었다. 조정래 작가의 교육소설이라기에 엄청 기대를 품고. '풀꽃도 꽃이다'

이 책은 .. 많이 아쉬웠다. 현실감은 높았으나 교육 문제의 모든 책임이 엄마 때문이라는 결론은 몹시 불편했다. 어려서 읽었을 땐 몰랐는데 나이들어 읽어서인지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내용중에 해당 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사실 그 소설은 학부모들이 제일 좋아할 줄 알고 썼는데, 학부모들이 제일 싫어합디다. 문제가 학부모에게 있다고 썼으니까. 현실이 이렇게 악랄한데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하는 걸 깨달았지요. 대한민국 독서계는 20~30대 여성 독자를 잡지 못하면 실패하는 건데, 내가 그분들한테 졌어요.

문제가 학부모에게 있다고 쓰지 않았다. 엄마에게 있다고 썼지. 20~30대 여성 독자에게 진 것이 작가에게는 악랄한 현실인건가? 대 작가로 존경했었는데... 물론 지금도 여전히 대하소설 3부작 때문에 존경스럽긴 하지만... 어르신으로 존경하기엔 많이 아쉬워서 안타까웠다...


도정일 인문학자, 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인문학적 가치를 중심에 두는 교양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셨던 분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함양하자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공감의 능력이죠. 인문학의 가장 큰 힘은 타자를 향해 내가 열리고, 내 가슴이타자를 만나 열리는 일, 그래서 타자가 늘 내 사유의 세계 속에 들어올 수 있는 감성과 사고의 체계를 만들어 낸다는 데 있습니다. 인문학은 그래서 민주주의 교육의 요체입니다.

이순재

말이 필요 없는 한국의 대표적 대~ 배우 ^^ 끊임 없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으신 분. 배우일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셔서 역시~! 싶었다.

내가 정치를 하면서 딱 하나 배운 게 겸손입니다. 정치는 '행세'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라고, 지금도 누누이 말하고 다녀요.

캬~! 겸손하게 선거홍보 하고 당선되는 순간부터 버리는 게 겸손인줄 아는 정치인들이 드글드글 한데... 그래놓고도 행세 만 하는 정치인들이 드글드글 한데... 이순재 선생님 말씀 좀 새겨들었으면.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경기대학교 교수

큰 사건이 터졌다 싶으면 빠짐없이 보게 되는 얼굴로 여느 연예인 못지 않은 인지도를 가지고 계신 분

역시나 직접적이고 분명한 인터뷰 내용들이 팍팍 꽂힌다. 가해자의 인권침해 관련 질문에...

그런 주장에 동의 못 합니다. 그렇다면 피해자 인권은 누가 지켜줍니까?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은 피해자 인권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더라고요. 형사 사법 제도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범죄자다 보니 범죄자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만 강조하는 것이지요. 그들이 희생양으로 삼은 피해자는 증인에 불과합니다. 아예 관심에서 멀어졌어요. 지금까지는 경찰에서 피해자분들을 증인으로만 취급하고 방치했어요. 빼먹을 것만 빼먹고 버렸어요. 그렇다 보니 2차피해도 발생하고요. 당연히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훈련받은 전문 요원들이 피해자 조사를 하게 해달라고 저희들이 거듭 요청했지요.

청소년 범죄 관련...이미 검증된 답도 다 나와 있어요. 그런데 이런 정책이나 대책을 집행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그게 확보가 잘 안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저는 새삼 뭘 더 해야 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우리같은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소년원에 예산을 더 배정해 주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미국 FBI에선 심리학 박사 300명이 일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이런 박사들, 절대 경찰 못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전문성 가진 인재들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결코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화학박사, 생화학 박사를 뽑아서 투입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되는데, 우리는 순경을 뽑아서 연습시킨 뒤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거든요.

오래된 가정폭력으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들... 그런 사건은 제가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지금은 전문심리위원 제도가 생겨서 재판까지 가서 의견 개진을 해요. 구치소에 있는 배우자 살해범을 만나 면담도 하고 심리 평가도 하고 해서, 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거든요. 제발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고요. 하지만 한 건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맨날 불발이긴 한데,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요.

지금 처럼 활발하고 확실하게 오래오래 활동해 주셨으면 좋겠다.


문국현 한솔섬유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로 재직 중 나라 경제상황이 안좋아졌을때, 해고 대신 단축근무와 교양교육을 실천했던 기업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존경할 분인데, 평생교육사업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셨다.

중요하게 고민할 문제는 이겁니다. 외국은 평생학습을 자발적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군대 문화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평생학습마저도 군대식으로 하려고 해요. 학습과 교육도 경영처럼 소비자, 즉 근로자나 시민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진흥원이나 공무원 교육원, 기업의 큰 연수원들은 자꾸 군인을 만들려고 해요.

평생학습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모두 네 번 감옥살이를 하고 박 정권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소위 골수 운동권 출신인 그가 박 전 대통령이 남겨 놓은 가장 큰 조직의 수장이 된 사연과 인터뷰 내용들은 새마을운동단체에 대한 편견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 세 가지 공부가 있는데, 제일 쉬운 게 책 공부, 두 번째가 사람 공부, 즉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지요. 그리고 세 번째가 마음 공부 입니다. 진짜 공부를 하려면 안 보이는 걸 봐야 해요. 안 보이는 걸 보는 게 지헤이고, 책으로 공부하는 건 지식입니다. 인터넷 찾아보고 아는 건 정보라고 하고요. 지혜가 많은 사람이 지식이 많으면 좋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 정보가 많으면 좋은데, 요즘 사람들은 거꾸로 되서 지식은 없고 정보만 넘치게 알지요. 그러니 우선 책 공부부터 하고, 좋은 사람을 찾아가든지 불러서 사람 공부를 하고, 마지막으로 마음 공부를 하면 돼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결국 평생교육의 힘으로 바꿀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처럼 교육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 중심의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계, 종교계, 언론계가 동시에 나와 줘야 해요. 교육 '개혁'으로는 안 되고 교육 '개벽'이 되어야 교육이 좀 바뀔 겁니다.


김성수 강화도 우리마을 촌장,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인천 강화도 길상면에 있는 '우리마을'에는 발달 장애인 90여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냥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교육도 하고 마을내 공장을 만들어서 직업을 갖게 한다. 나이들어 가면서 발달장애인전용요양원을 건립하려고 동분서주 하고 계시다. 이 마을안의 콩나물 공장을 풀무원이 지원한 시설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기업이 다 나쁘기만 한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앞으로 풀무원 콩나물만 사먹어야 겠다!

하나님은 결코  쓸모없는 사람을 세상에 내놓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도 버릴 게 없고 쓸모없는 게 없다. 세상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이런 얘기를,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안 할수가 없어요.

국내 전국 신도를 다 합쳐도 서울 대형 교회 하나의 신도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데서도 하지 않은 일을 나서서 평생을 해오신 종교인들을 뵈면 종교를 떠나서 무척 존경스럽다.


강만길 역사학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우리가 올바른 역사를 배우기까지는 역사학자들의 역할이 대단히 컸을 것이다. 시대에 편승하고 권력에 붙어 진실을 숨기는 학자같지 않은 학자들도 많았지만 이분 처럼 역사를 바로 세우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다. 친일민족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셨던 분... 아직 그 단체에서 할일이 많은 것 같은데...

학문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진실에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그것 말고 다른 게 있을 수 없어요. 특히 역사학은 진실을 밝히는 학문입니다. 내 글이, 내 학문이 진실을 밝히는 데 가까워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역사라는 건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속에서 얼마만큼 진실된 역사적 사실을 찾아낼 것인가. 그걸 모아 놓은 게 가장 중요한 역사책이 된단 말이에요. 소설은 재밌어야 되겠지만, 역사는 진실에 가까워야 된다, 그런 말이지요. 근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려면 역사적 상상력이 상당히 발달해야 합니다. 역사적 상상력을 높이는 방법은 독서를 많이 하는 것밖에 달리 없어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학문은 무조건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다, 주옥같은 말씀들이 많고 굳이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서 쉬엄쉬엄 읽어도 읽을 때마다 감탄스러운 좋은 책이었다. 배울만한 존경스러운 어르신들이 계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뒷표지 안쪽에 함께 읽으면 좋은 창비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기대 없이 읽었던 이 책이 좋았던지라 다른 책들도 관심이 간다.

'공부의 시대' 시리즈 와 '지혜의 시대' 시리즈 모두 찬찬이 찾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해 본다.

시리즈 중 읽었던 책이 있어서 반가웠다. '김현정, 뉴스로 세상을 움직이다' 는 지혜의 시리즈 중 한권인데 시리즈가 얇은 시집 정도의 사이즈라서 짧고 굵은 메시지를 던져 주면서 가독성도 높아서 좋았다. 뉴스란 어떠해야 하는가 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책이라 그때도 시리즈를 다 읽어야지 싶었는데 이렇게 또 다시 결심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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