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SOS - 10대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챙김
엘리너 스널 지음, 임희근 옮김, 박혜랑 녹음 / 돌배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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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교적 얇은 책이라 쑥 읽히고, 명상 CD 까지 붙어 있어 사은품을 받은 느낌도 들어서 (CD의 사용여부를 떠나) 좋았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심리 치료사로 MBSR 이라고 하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제목에 나오는 SOS 는 사춘기 자녀가 보내는 신호가 아니라,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보내는 신호이다.

그래서 부제가 10대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챙김 인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마음챙김은 요법 같은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작용, 그리고 생각과 느낌이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알아차림을 계발하는 수행을 말한다. 마음챙김이란 긍정적 사고나 긍정적 행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 그것을 알아차리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 에 집중한다는 면에서 불교적 수행이 생각나기도 했다.


10대 아이들과 마음을 챙기며 같이 살아가는 첫걸음은 즉시반응하기 를 멈추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일단 멈추어야 조율하고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10대들은 자기 몸을 느끼기 보다는 몸에 대해 생각 한다. 사실 대부분의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몸을 느끼지 않고 생각해서 판단할 경우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챙김을 하면서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파악하고 몸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은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챙김이 있는 알아차림은 도움이 안되는 생각들과 반응패턴을 끊어내가 쉽게 한다고 한다. 생각을 멈출수는 없더라도, 항상 그 생각에 귀기울이기를 멈출수 있게 되는 것이다. 쉬고 있을때의 마음은 스트레스로 지친 마음보다 무엇을 훨씬 더 잘 배우고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갈 때  '숨' 으로 돌아가는 것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고. 감정이 통제가 안됨을 느낄때 일단 멈추고 가만히 숨쉬는데 집중해 보라. 이러한 멈춤은 자녀에게도 부모에게도 도움이 된다.


10대 자녀를 기를 때의 도전은 열린 마음(마음챙김)과 따뜻한 가슴(온정)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모들은 대부분 색유리를 통해 자녀들을 본다. 렌즈 색깔이 우리 자신이 예전에 겪은 아픔, 슬픔, 상처의 경험에 의해 정해지면 그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의 우리 반응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에 대한 나의 반응이 내가 자라며 갖게된 색유리를 통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책속에 내가 좋아하는 인디언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짧게 요약하자면,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인생에 대한 교훈을 주는 대화인데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두 마리의 늑대이야기를 해준다. 한마리는 말썽쟁이에 사납고 자기중심적이고 한마리는 착하고 인내심이 있으며 배려심이 많다.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손자가 물을때 할아버지가 대답한다. '내가 먹이 주어 키우는 놈이 이기지'

내가 먹이 주어 키우는 바로 그 품성이 자라나는 것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품성은 사그라져 없어지고. 늑대의 품성중 하나를 고르는 데 매일 몇분만 쓰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챙김 시간의 몇분.


책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애벌레 이야기 였다.

'애벌레는 눈에 띄게 노력하지 않고도 늘 탈바꿈을 해낸다.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게 둘 시간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모든 일은 다 잘 될 것이다. 우리의 10대들에게도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참을성이란 시간상의 문제가 아니라 딱 맞는 순간을 찾는 문제라고 한다. 아이를 때때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끔 밀어붙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언젠가 자기가 나비로 탈바꿈할 것임을 아는 애벌레의 참을성도 도움이 된다고. 믿음은 기본적으로 안전을 느끼는 체험이라고. 고치가 일찍 터져버리지만 않으면 애벌레는 항상 나비로 탈바꿈한다고. 아이의 온전한 잠재력의 고삐를 풀어주는 것이 자녀 양육과 알아차림 기르기의 전 과정의 핵심임을 저자는 강조했다.

어떤 모습의 나비가 되었던 간에, 모든 애벌레는 모두 나비가 된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는 구절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다 다르고 각자 자신만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 믿음으로 아이를 좀더 여유있게 봐줘야 할텐데, 애벌레에게 화려한 나비의 허물부터 입히려고 조바심 내는 건 아닌지...


저자가 요약하는 10대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챙김 요약은 3가지이다.

용기- 아이를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는 것

연민-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부모 자신과 아이에게 가슴을 내어주는 것

믿음- 참을성 있게 견디고 부모 자신과 아이를 믿는 것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이었지만, 다시금 마음을 내려놓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아닐까 한다.

10대 아이를 키우며 마음에 조바심이 날때 한번쯤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저자의 사춘기딸과의 갈등에 공감하며 선배가 조언해주는 말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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