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계 구출 류츠신 SF 유니버스 1
류츠신 지음, 김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티비를 보다가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유랑지구 라는 영화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됐는데 그때 영화의 원작 소설가인 류츠신 의 이름을 처음 들어 알게 됐었다. SF소설계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2015년에 수상했다는 SF소설계의 샛별 같은 작가

어른용 SF소설을 써오던 작가는 청소년용 SF소설을 제안받고 청소년들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한 작품들을 썼고, 시리즈로 출판하게 됐다. 이 책은 그의 SF유니버스 시리즈 의 첫번째 책이다.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모음집으로, 대개 단편모음집은 실려 있는 작품들 중 대표적 작품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나니 각각의 작품들에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흐르는 흐름을 제목으로 도출해 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각양 각색의 작품 모음으로 낸 단편집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처럼 통일적인 주제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작품집이 더 좋았다. 


위안위안의 비눗방울 은 소녀와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비눗방울을 좋아하던 소녀가 자라서 과학자가 되고 과학자였던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아내의 꿈이 깃든 도시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시장이 된다. 황폐해진 환경 점점 살 수 없어지는 환경속의 도시 그 도시의 끝자락을 잡고 있던 아버지에게 딸의 비눗방울은 한숨이었다가 희망으로 바뀌게 된다.


땅불 은 광산 이야기 이다. 탄광촌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은 작가의 어린시절이 투영되 있기도 하다고 한다. 척박한 작업환경 의 광부들을 좀더 나은 여건속에서 일하게 하고 싶었던 주인공은 석탄을 기체화하여 가스로 이동시키는 실험을 구상하고 고향에 와서 실행에 옮긴다. 보이지 않는 땅속 지층에 섞여 있는 석탄 광맥에 불을 붙이고 예상 밖의 땅불은 현실을 처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보이지만 백여년 후의 결말은 그렇지 않았다.


달밤 은 묘한 구조의 이야기였다. 현재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전화를 건다. 미래사회의 암울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시점은 과거이자 현재인 전화를 받은 주인공의 시대이므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한다.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순간 또다른 미래에서의 내가 전화를 걸어온다. 바뀐 미래또한 다른 문제가 생겼다며... 짧은 시간동안의 통화로 먼 미래의 역사는 자꾸 바뀌게 되고 현재의 나는 결국 그대로인데...


미시 세계의 끝 은 소품 같은 이야기이다. 과학자들이 모여 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입자라고 알려진 쿼크를 쪼갤 수 있음을 증명하는 날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순간의 날 티비는 그저 축구중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쿼크를 쪼개는 실험이 시작되고 까맣던 밤하늘은 하얗게 변한다. 변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붕괴 는 영화적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였다. 지구는 우주에 속해있고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팽창하던 우주는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을때 폭발한다. 우주의 폭발은 몇백광년 후에나 지구에 도착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즉시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에 대한 가정이 신선했다.


고래의 노래 는 첨단과 무지가 동시에 보여지는 이야기이다. 고래의 뇌를 전파로 조정해서 배처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한 과학자는 애초에 그러한 기술을 요구했던 국방부에서 떨궈지고 마약상과 손을 잡는다. 피노키오처럼 고래를 타고 가던 마약상을 뒤쫒는 것은 군함도 아니고 잠수함도 아닌 작살을 대포처럼 쏘아대는 포경선이었다. 그리고...


작품 하나하나 아이디어가 새로워서 감탄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최근에 당신 인생의 이야기 라는 SF 단편집을 읽었는데 그 책의 작가는 테드 창 이었다. 이 책속의 작품 하나는 영화화 됐었는데 바로 컨택트 라는 영화 였고, 비슷한 제목으로 칼 세이건의 유일한 소설인 콘택트를 영화화한 콘택트도 있다. 테드 창의 작품들을 보면서 기막히게 대단하다 싶었는데 류츠신의 작품들도 대단했다. 둘 다 굉장히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설을 써서 기존에 알던 약간은 터무니없는 공상과학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잇어 더욱 감탄스러웠다.


류츠신은 1970년 중국 최초 인공위성 둥팡홍1호 발사를 보았고 2013년 달탐사위성 창어3호 발사를 보았고 올해 1월 창어4호가 찍은 달표면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작가가 자라는 동안 중국은 우주에 대한 과학적 발전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그 과학적 성과들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성과들을 보며 자란 새싹들에게는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계기를 주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SF 작가들의 대열에 중국 출신 작가들이 굵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영향을 알 수 있는게 아닐까


지구는 우주에 속해 있고 우리는 체감할 수 없지만 우주와 별도로 존재할 수 없다.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탐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소 냉전시기 경쟁적으로 발달하던 우주산업은 냉전종식과 함께 선진국들의 전유물로만 남았지만, 우리의 미래가 선진국들의 점유물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


우리도 우주산업을 발달시킨 답시고 벌였던 이소연우주쇼 는 결국 수십억원의 세금을 날린 과학쇼였음이 밝혀졌고 우리나라최초 우주인 이소연씨는 당시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한 후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내동챙이쳐졌다. 삶도 꿈도 잃은 사람이 되어 외국에서 근근이 살고 있다. 전시행정이 아니라 차근차근 쌓아야 하는 기초과학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텐데 인공위성 하나라도 우리나라만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무한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SF 소설이라도 우리나라 작가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러한 책들이 얼마나 읽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몹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경제대국 중국의 힘을 SF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과 동시 출간된 '우주탐식자' 도 몹시 궁금해진다. 과학소설은 소설로만 남지 않는 다고 생각한다. 로봇 이라는 단어를 처음 등장시킨 것도 소설이었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SF 판타지가 미래에 얼마나 실현될 지 알수 없는 것이다. 그 미래를 우리가 꿈꾸는 데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에 대한 실천으로 SF 소설을 읽으며 무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omn.kr/r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