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난했으나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단원고의 한 학부모가 이런 말을 써서 팽목항에 내걸었다. 이 짧은 말의 밑바닥에 깔려 있을 절망감의 무한함까지 시간의 홍진 속에 가려지고 말 것이 두렵다

우리는 전란을 만난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에 휩쓸린 것도 아니다. 싸워야 할 적도, 원망해야 할 존재도 오직 우리 안에 있다. 적은 호두 껍데기보다 더 단단해진 우리의 마음속에 있으며, 제 비겁함에 낯을 붉히고도 돌아서서 웃는 우리의 나쁜 기억력 속에 있다. 칼보다 말이 더 힘 센 것은 적이 내부에 있을 때 아닌가. 죽은 혼의 가슴에 스밀 말을, 짧으나마 석삼년이라도 견딜 말을 어디서 길어 올리고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당할 수 없는 부조리와 기묘함의 광경 앞에서, ‘기억함’으로써 이 사건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였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잊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것은 망각이라는 순리를 거슬러야 가능한 일이고, 헛될 수 있음에도 노력하는 일이다. 그것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다



기억합니다 세월호 10주기
내 맘은 변함없다
기억은 힘이 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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