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처음은 그날 이태원 거리 이유도 모른체 쓰러진 청춘들에게 미안했다
그 다음에는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물에 잠긴 서민들에게 미안했고
지루했던 여름 장마, 오송지하차도에 갇혀있던 차량 탑승자들에게 미안했다
새만금 땡볕아래 전세계 청소년들에게도 미안했고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도 미안했고
지난 역사에 대한 어떤 사과도 받지못한
우리 국민들에게도 미안했다
‘일본해’로 강제 개명당한 ‘동해’에게도
외롭게 홀로 있는 독도에게도 미안했다
못난 후손들에게 죽어서도 수모를 당하는 홍범도 장군에게 미안했고
비겁하고 무책임한 지휘관들에게 너무도 과분했던 해병대 채상병에게도 참 미안하다
그렇게 미안하고 미안하다가
이제는 아!… 바다에게도 미안하다
일렁이고 출렁일때마다 미안하다
제 것도 지키지 못하냐고 밤바다가 뺨을 후려친다

어떤 것 하나도 미안하다고 끝 날 일이 아니어서 그래서 더 미안하다

얼얼해진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싶다
미안함을 꾹꾹 다져서 단단해지고 싶다

- 탁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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