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하는 일이다. 공부를 온전하게 하려면 당연히 과학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인문학을 공부했지만 나 자신을 안다거나 세상을 이해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다. 과학을 공부하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내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왜 존재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내가 누구이고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했다. 진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인간의 행위와 사회의 역사를 해석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더 교만한 사람이 될 뻔 했다.

기껏해야 과학교양서였지만 꾸준히 읽으니 배운 게 없지는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를 느꼈다. 때로는 짜릿한 지적 자극과 따뜻한 감동을 받았다. 과학 공부가 그런 맛이 있는 줄은 몰랐다. 먹는 것은 몸이 되고 읽는 것은 생각이 된다. 나는 여러 면에서 달라졌다. 내 자신을 귀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워졌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덜 무섭다. 인간과 세상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품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떤 문제에 대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따져본다. 인문학의 질문을 다르게 이해한다. 오래 알았던 역사이론에 대한 평가를 바꾸었고,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책을 쓴 철학자를 존경하게 되었다. 꽃과 풀과 나무와 별에 감정을 이입한다. 오로지 과학 공부 덕은 아니겠지만 과학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달라지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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