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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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일지 몰라도 반드시 때가 온다. "안녕"이 반기는 인사가 아니라 작별 인사가 되었구나 깨닫는 때가 온다. 그리고 죽음, 그것은 삶이라는 임시직 후에 찾아오는 상근직이다. 이제는 애써 고개를 틀지 않고서는 반대쪽을 바라볼 수가 없으니,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머리로야 납득하고 있어도 당장의 현실은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서 때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요람은 심연 위에서 흔들거린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건대,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

그 어떤 심오한 철학보다 더 큰 지혜가 육체에 담겨 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이 말은 모두에게 위안이 되었다. 디키는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다. 디키는 공수전환을 뛰고 있을 뿐이다.

시도가 실패한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모든 인생은 결국에는 실패한다. 우리가 할 일은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기는 것이다.

인생은 세가지 사건이 전부이다.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 우리는 태어나는 것은 스스로 알지 못하고, 죽을 때는 고통 속에 떠나고, 사는 것은 잊어버린다.

누구나 죽어야 하지만 나는 늘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믿었다.

세상의 하고많은 놀랄 일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이냐? 사람이 주변에서 남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은 죽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이다.

앎은 고통에서 얻어지고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아이들이 물었다, 인생의 의미는 죽음에 있어요? 나는 말했다, 아니, 인생의 의미는 인생에 있단다. 그러자 아이들이 물었다, 하지만 죽음이, 가장 근본적인 전제로서, 일상의 지리멸렬함을 초월하게 해줄 도구가 아니던가요?
나는 말했다, 그래, 어쩌면.
아이들이 말했다, 마음에 안 들어요.

나는 세상을 떠나면서 아무런 후회도 쓰라림도 없다. 나는 멋진 인생을 살았다. 그대들 모두에게 평온한 미래가 있기를. 샬롬.

삶은, 내가 10세부터 줄곧 말해온 대로, 무지무지하게 흥미롭다. 44세인 지금의 삶은 24세일 때보다, 굳이 말하자면, 더 빠르고, 더 통렬하고, 뭐랄까, 더 절박하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달려가는 강물처럼. 죽음도 새롭게 보게 된다. 죽음은 활동적이고, 긍정적이고, 다른 것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고, 신난다. 그리고 무척 중요하다. 하나의 경험으로서.

제가 보기에 삶은 단순하고 비극적이에요. 그리고 기이하리만치 아름다워요.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 어떻게 보면 바로 그런 자세였다. 기존의 지혜를 의심해보라는 것, 스스로 본 시각을 고집하라는 것, 언어를 운동장처럼 생각하라는 것, 운동장을 천국처럼 생각하라는 것. 아버지는 내 입과 내 타자기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고, 내가 내 몸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다른 누구의 거죽이 아니라 내 거죽에 담겨 있는 사실을 사랑하라고 알려주었다.

"죽음은 언제나 추해요. 언제나. 존엄한 죽음 따위는 없어요. 존엄하게 살 수 있을 뿐이지." 언젠가 나도 죽겠지만, 그 언제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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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2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5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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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사람을 빛나게 한다는 것을 나는 스구를 만난 이후 실감했다.

글을 쓸 때는 혼자다.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읽히고 평가되는 글이라고 해도 쓸 때는 혼자다. 누구의 눈도 신경 쓰지 않고 그것에 몰두할 수 있었다.

"......놀랐죠. 하지만 그게 뭔지 물어보지 못했어요. 물어보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줌마는 후후후 하고 웃었다.
"넌 어른이 되기 한참 전부터 어른이 되지않으면 안되었으니까."
이 말을 듣고 나는 뜻밖에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망쳤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지 알지 못했다. 내내 수동적이었던 나에게 뭔가를 스스로 하는 것의 무게는 거뜬히 짊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나를 데려간 거야. 지금까지 내가 믿어온 것은 내가 있었으니까 믿었던 거야.
알겠어, 아유무?
그건 내 안에 있는 거야. `신`이라는 말은 난폭하고 맞지도 않아. 하지만 그건 내 안에 있는 거야. 내가 나인 한은."
나는 고개를 숙였다. 누나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있어도 여전히 누나의 기척만큼은 느껴졌다. 농후한 기척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믿을 것은 내가 정해."
내 발밑을 개미가 기어갔다. 검은 몸은 밟으면 바로 찌그러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유무."
나는 개미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너도 네가 믿을 것을 찾아. 너만이 믿을 것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안돼. 물론 나하고도, 가족하고도, 친구하고도. 그냥 너는 너인거야. 너는 너일 수 밖에 없는 거란 말이야."
나는 누나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걷기 시작했다. 누나는 기가 꺾이지 않았다. 누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예전에 자신이 믿었고, 얼마 후에 깨끗이 버린 것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하지만 난 나를 믿어. 내가 계속 나로 있었다는 걸 믿고 있어. 그러니까 만약 그게 틀렸다고 해도 이제 나는 무너지지 않아. 나는 누군가에게 속았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맡겨진 것도 아니야. 나는 내가 믿을 것을 누구에게도 결정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그건 절대 흔들리지 않아. 너를 믿고 있어서가 아니야. 너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믿고 있어서야.

나는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믿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계속 살아간다는 것을 내가 믿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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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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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세계에 희희낙락 뛰어드는 쾌활함은 내게 없다. 먼저 공포가 있다. 그 세계에 친숙해질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을까. 공포는 잠시 내 몸을 정지시킨다. 그리고 그 정지를 간신히 풀고, 등을 밀어주는 것은 체념이다. 내게는 이 세계밖에 없다, 여기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는 체념은 태어난 순간의 `이미 태어나버렸다`는 사실과 느슨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있는 모두는 언젠가 만날 수 없게 되는 친구들이다. 어렸던 우리는 자연스레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 시간을 소중히 했다. 한순간, 한순간은 우리 안에서 스파크를 일으켰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기에 그 반짝임은 강렬했다.

나에게 침을 뱉은 그 아이는 내 웃음의 의미를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결국 그들을 얕보고 있었다는 것을.
대하기 힘든, 우리와는 수준이 다른 인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방식은 절대적으로 잘못되었지만, 잘못된 만큼 진실이었다. 자신을 더럽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어머니는 그들과 같은 지평에 서 있었다.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 `인간으로서 비열하다`하는 규탄받을 방식으로 어머니는 외쳤다.
반면 나는 안전한 장소에서, 누구도 돌을 던지지 못할 장소에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압도적으로 그들을 멸시하고 있었다. 어머니보다 깊은 곳에서.

처음 왔을 때는 지독하게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모든 것들이 나를 안심시키고 정겨운 마음이 들게 했으니 `산다`는 경험이 가져다주는 것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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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
그레이엄 무어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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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긴요.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알아요. 오랫동안 머리속으로만 상상하던 것을 현실세계에서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를 잡는거죠.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죠."

어맨다와 관련해 기억에 남은 것은 그녀의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이었다. 어맨다는 즐거움이든 불행이든 눈앞에 닥치는대로 받아들였다. 이 기쁨이 언제 끝날 것이며, 이 불행에서 언제 해방될 것인지 노심초사하는 법이 없었다.

"추리소설에서 최악의 결말은 `모르고 끝나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세상일엔 모두 속사정이 있고, 그걸 알아낼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해요. 정의 실현은 선택사항이지만 해답은 의무사항인거죠. 내가 홈스를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이에요. 그는 명쾌한 해답을 주고, 그가 사는 세상은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이니까요. 아름다운 세상이니까요."

거리에서 어둠과 공포의 장막이 싹 걷히면서 도시 전체가 희고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하얗게 번쩍인느 거리 풍경이 씁쓸할 때도 있었다. 두 남자 모두 그 이를 말로 설명할 능력은 없었다. 숨겨져 있던 것들이 전깃불 아래 살벌하게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어쩐지 잃은 것도 있는 듯했다. 두 남자 모두 말을 안 할 뿐, 가슴 한편으로는 낭만적으로 깜빡이던 가스등 불빛을 그리워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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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포드케인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4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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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디는 언제나 내게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이 되렴." 맞는 말이다. 그러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 그리고 "유명한 탐사대장, 포드케인 프리스 선장"을 잠시만 잊기로 하자. 어떤 모습이 보일까?

아저씨는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누구도 다른 사람을 책임질 수는 없는 법이야. 사람은 각자 혼자서 세상을 마주햐야만 하지.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무심한 태도로 우리를 위해 일부러 그 냉엄함을 누그러뜨리지 않아.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세상이 우리를 이기고,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된단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책임지려는 우리의 노력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야. 지금 너와 내가 이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 우리는 사태를 되집어보고 앞으로 책임을 더 확실하게 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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