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긴요.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알아요. 오랫동안 머리속으로만 상상하던 것을 현실세계에서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를 잡는거죠.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죠."
어맨다와 관련해 기억에 남은 것은 그녀의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이었다. 어맨다는 즐거움이든 불행이든 눈앞에 닥치는대로 받아들였다. 이 기쁨이 언제 끝날 것이며, 이 불행에서 언제 해방될 것인지 노심초사하는 법이 없었다.
"추리소설에서 최악의 결말은 `모르고 끝나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세상일엔 모두 속사정이 있고, 그걸 알아낼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해요. 정의 실현은 선택사항이지만 해답은 의무사항인거죠. 내가 홈스를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이에요. 그는 명쾌한 해답을 주고, 그가 사는 세상은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이니까요. 아름다운 세상이니까요."
거리에서 어둠과 공포의 장막이 싹 걷히면서 도시 전체가 희고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하얗게 번쩍인느 거리 풍경이 씁쓸할 때도 있었다. 두 남자 모두 그 이를 말로 설명할 능력은 없었다. 숨겨져 있던 것들이 전깃불 아래 살벌하게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어쩐지 잃은 것도 있는 듯했다. 두 남자 모두 말을 안 할 뿐, 가슴 한편으로는 낭만적으로 깜빡이던 가스등 불빛을 그리워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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