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모르는 세계에 희희낙락 뛰어드는 쾌활함은 내게 없다. 먼저 공포가 있다. 그 세계에 친숙해질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을까. 공포는 잠시 내 몸을 정지시킨다. 그리고 그 정지를 간신히 풀고, 등을 밀어주는 것은 체념이다. 내게는 이 세계밖에 없다, 여기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는 체념은 태어난 순간의 `이미 태어나버렸다`는 사실과 느슨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있는 모두는 언젠가 만날 수 없게 되는 친구들이다. 어렸던 우리는 자연스레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 시간을 소중히 했다. 한순간, 한순간은 우리 안에서 스파크를 일으켰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기에 그 반짝임은 강렬했다.
나에게 침을 뱉은 그 아이는 내 웃음의 의미를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결국 그들을 얕보고 있었다는 것을. 대하기 힘든, 우리와는 수준이 다른 인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방식은 절대적으로 잘못되었지만, 잘못된 만큼 진실이었다. 자신을 더럽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어머니는 그들과 같은 지평에 서 있었다.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 `인간으로서 비열하다`하는 규탄받을 방식으로 어머니는 외쳤다. 반면 나는 안전한 장소에서, 누구도 돌을 던지지 못할 장소에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압도적으로 그들을 멸시하고 있었다. 어머니보다 깊은 곳에서.
처음 왔을 때는 지독하게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모든 것들이 나를 안심시키고 정겨운 마음이 들게 했으니 `산다`는 경험이 가져다주는 것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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