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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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저자 곽정은 프라이빗 심리 살롱 'Herz'의 대표.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3년 동안 코스모폴리탄, 싱글즈 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기자로 일했다. 서른 살에 첫 책을 낸 이후 혼자의 발견,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등 여덟 권의 에세이를 냈고, [마녀사냥], [연애의 참견]TV 프로그램에서 카운슬러로 활약했다.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성인상담 전공 석사과정 중에 있으며,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통해 삶에 대한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의 지난 10년은, 인생의 많은 기회와 결정들 앞에서 그저 혼자인 채로 잘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밤새 홀로 써 내려간 글들이 나를 작가로 살게 했고, 가부장제로부터 홀로 빠져 나온 일이 나를 자유로운 여성의 삶으로 인도했으며, 십수 년간 일했던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나온 일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큰 확장과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내가 혼자여서 괜찮은 인생을 살기 위해 애쓴 날들의 기록이다.

 

사람은 여럿이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채워줄 수 없기에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 아주 가끔은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가 되어야 한다. 어떤 안 좋은 일이 닥쳐도 이겨 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이 만약 내리막 같은 날이었다면 그 힘듦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내 인생의 일부로 수용할 것. 수용하는 만큼 나의 내면은 단단해지고 받아들이는 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해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시 오지 않을 우리의 하루, 다시 오지 않을 이 밤을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나이 들어 슬프지만 나이 들어 좋은 것도 있다고 한다. 조직 생활에 지쳐 가던 서른 살의 고통은 프리랜서의 자유로 대체 되었고, 서른 다섯에도 사라지지 않던 불안과 아집은 이제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고 좋은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별하는 눈,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확신,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결단력, 추진력,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아도 즐거움. 삼십 대가 모두 지나가고 나니 그런 시간이 온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해주지 않은 부모에 대한 원망을 모두 내려놓았고, 이제는 그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여전히 불쑥불쑥 원망의 잔해에서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게 그저 잔해에서 피어오르는 먼지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중략) 마흔, 살아온 시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살아갈 날 또한 짧지 않다. 어리고 외로웠던 그 시절의 나를 떠나 보내고 남은 인생을 살기엔 용기가 부족했는지 모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두고두고 화자되는 영화 <봄날은 간다> 의 대사다. 거침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서서히 삐걱거리는 관계, 상우는 은수에게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함께 하고 싶고,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랐지만 상대는 나만큼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여러 번을 껶어도 쉽게 무뎌지지 않는 어떤 것이니까.

    

 

 

저자는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린 마틴 셀리그만의 이야기를 한다. ‘삶의 세 가지 길에 관한 것이다. 즐거운 삶, 몰입하는 삶,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한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을 먹고, 신나는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존재를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하는 경험은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 된다.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고, 몰입의 에너지를 경험하며 자신의 일에서 깊은 성장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생은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몰입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몇 개월을 책 읽기에 몰입을 하고 있다. 근심 걱정도 있지만 책 읽는 시간 만큼은 잊어 버린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집안의 난방 장치는 고장이 나 버렸지만 그래도 온수는 문제없이 쓸 수 있으니 그것도 감사한 일이고, 해 질 녘 잠시 기분 좋은 산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 가끔은 사무치게 혼자 인 것 같아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이 불쑥 찾아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게 삶의 기본값이라는 걸 모르는 인생이 아니라서 그것 또한 감사해. 염려를 내려놓기 원한다면, 내 삶에 좀 더 기쁨이 찾아들기 원한다면 억지로 그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는 현재에 좀 더 집중하는 그 작은 노력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삶이어서 가장 감사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느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언제라고 답해야 할까. 아마 10년 전의 나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까 혼자서든 둘이서든 나는 행복하고 충만하게, 온전한 내 삶을 살 것이라는 것, 찬란했던 지난 10년이 나에게 가르쳐준 최고의 교훈이 바로 이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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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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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회부와 문화부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한 2006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중력은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한 탈락자의 퇴장에서 비롯되었다. “공군사관학교의 교관인 그는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송진처럼 굵고 뜨거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그렇게 삶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설의 세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랐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 이토록 오래 걸리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과연 과감하게 첫발을 떼고 첫 문장을 쓸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작가의 말)

 

 

이 책은 우주인이 되고 싶은 샐러리맨의 도전을 그렸다.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그러나 최고가 되는거 보다는 그 과정을 중요시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려는 이진우와 경쟁자들, 이진우, 김태우, 정우성, 김유진 네 명이 뽑혔다. 과연 누가 처음이 될 것인가.

 

국립자연원 산하에 있는 용인의 생태보호 연구원인 이진우는 우주인을 뽑는 선발에 지망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우주인이 되 보기로 한다. 몸은 등산이나 자전거로 단련되어 있어 자신이 있었다. 모두 다섯 번의 관문을 지나야 한다. 3차에 통과하자 아내는 놀라워했다. 고비와 위기를 이겨내고 회사로 돌아왔지만 마주한 것은 대기반으로 발령이었다.

 

김태우 우주인이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 올라 고더드센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인 책자며 사진이며 모형이며 자료들을 한 방 가득 모아온 우주인 마니아다.

 

정우성 '투어리스트'라는 벤처 회사에 다닌다. 최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문과 출신이며 너그럽고 또 훤칠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끄는 인물이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예리하고 경험도 풍부하여 다른 경쟁자들에게 존중받는다.

 

김유진은 최종 선발된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이자 마이크로로봇연구단의 연구원이다. 선발 과정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높은 성적을 받는다.

 

 

 

저항할 수 없는 불행을 맞을 때마다 나는 현실을 벗어나는 상상을 통해서 슬픔을 잊으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상상은 과학하는 기쁨이 가져다주곤 했다

 

나는 새벽까지 곤하게 곯아떨어졌다가 희미하게 의식이 생겨나면서 눈가에 어둑어둑한 기운이 지나갔다. 거기 가면서도 경쟁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보였고 그것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실제의 밤 풍경이 되었다. 뽀족지붕을 한 성당과 마을은 잠이 들었는데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나무 혼자 하늘에 기도하고, 달은 노란 공으로 구르는데 우주의 별들은 흰 물결로 감기면서 진한 남색의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나는 나무 옆에서서 흐르는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우리는 평범했지만 앞날로 나아가는 이런 팀워크를 통해서 비범한 데까지 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는 한때 대단한 것처럼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비범한 듯이 오래 남을 수는 없어요.

 

정우성이 페이스 북에 이런 글을 쓴 것이 기억난다.

태양의 그 모든 불꽃들을 뭉쳐서 둥근 공으로 빛나게 하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태양처럼 행성들을 데리고 홀로 사는 별도 있지만 별 두 개나 세 개가 중력으로 묶여서 쌍둥이나 남매들처럼 사는 경우도 있다. 서로 늘 힘을 미치면서. 이 모두에게는 중력이 삶의 조건이고 운명이다. 별들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무너지는 생로병사를 중력이 다 맡아서 다루는 것이다.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그 말이 마치 성큼 걸음을 내딛듯이 나에게로 들어왔다.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꿈이 스러져가도 최대치를 다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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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모자가 좋아
번 코스키 지음, 김경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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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의 볼로냐 도서전 대표작 털모자가 좋아

파랑새가 들려주는 행복한 노래를 담은 그림책 파랑새의 노래(The Blue Songbird)의 작가 번 코스키의 새 그림책 털모자가 좋아(HAROLD LOVES HIS WOOLLY HAT)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누어 주며 스스로만이 가진 특별함을 일깨우는 이 따뜻한 그림책은 세계적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의 2018년 볼로냐 도서전 대표작으로 손꼽혀 소개되었다.

  

  

 

털모자를 정말 좋아하는 아기 곰 해럴드를 소개합니다.

 

해럴드는 털모자를 정말 좋아해요

무더운 여름에도 쓰고 다니고,

학교에도 쓰고 가고,

잠잘 때도 쓰고 자고,

한 달에 한 번 목욕할 때조차

털모자를 썼어요.

 

 

 

아기 곰 해럴드는 우연히 얻게 된 줄무늬 털모자를 정말 좋아한다. 어린 친구들이 마치 담요 또는 짝꿍 인형을 꼭 안고 다니듯, 해럴드는 늘 털모자와 함께한다. 털모자를 쓰면 여느 곰 친구들과는 달리 스스로가 특별해 보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해럴드의 털모자를 훔쳐 가고 말았다. 털모자를 잃은 해럴드는 더 이상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털모자를 되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 보지만 일은 점점 더 꼬여 가기만 한다. 해럴드는 과연 소중한 털모자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해럴드는 바위 뒤에 숨어 까마귀가 둥지를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나무로 살금 살금 다가갔죠

영차

영차

영차

나무

꼭대기까지

열심히

올라갔는데

 

어어?

 

 

"아기 까마귀들이잖아!"

 

 

 

해럴드는 아기 까마귀들에게 털모자를 잘 덮어 주고 조용히 내려왔어요.

"털모자가 없어도 괜찮아." 해럴드는 나직이 중얼거렸어요.

"그래도 난 특별한 곰이야."

 

 

 

"난 친구를 돕는 곰, 해럴드거든."

 

 

해럴드는 자신이 아끼던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럴드는 친구를 돕는 특별한 곰이 되었다. 유아동에게 매력적 주제인 소유욕, 배려, 나눔, 우정 등을 토대로 한 탄탄한 플롯을 지니고 있습니다. 유아들과 같이 읽어 보고 공감을 나누면 좋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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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 -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을 걷다
박광일 지음, 신춘호 사진 / 생각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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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역사 탐방기다. 1919년 서울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을 외쳤던 상해 시기’, 1932년부터 1940년까지 항주 등 여섯 군데를 옮겨다니며 물 위에 뜬 정부 상태였던 이동 시기’, 그리고 1940년부터 1945년 마지막 해방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중경 시기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의 길을 함께 탐사한다.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자취를 찾다 보면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열정과 희생, 미래에 대한 비전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만나는 독립운동의 모습은 굉장히 다양하다. 책은 임시정부 이동시기를 물위에 떠다니는 정부라고 썼다. 통일동맹 결성과 임시정부, 한국독립당, 조선혁명당, 한국혁명당, 조선의열단, 한국광복동지회 등으로 김구 선생님의 독립운동과 백범일지를 소개하였다. 글을 읽기만 하여도 가슴이 찡하다. 독립운동한 선조들이 있기에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역사책이니 만큼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대한민국'은 언제 나온 말일까. 여러 연구를 보면 1919411일 수립한 임시정부가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써 나라 이름을 표기했다. 1910829일 국권 피탈로 사라진 '대한제국'1919412'대한민국'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임시정부의 구성원들은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부터 야기된 전력과 지도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이란 지위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승만은 외교활동을 이유로 6개월간의 상해 체류를 끝내고 이듬해 6월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결국 임시정부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헌법 개정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19234, 임시의정원에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한 것이다.

 

우리는 노신공원(루쉰공원)으로 간다. 중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때 머물렀던 공간을 보존·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그런 유적이 있나 생각해보니 부산의 UN묘지가 떠오른다. 일본에도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의 도공인 이삼평이나 심수관 관련 유적지가 있긴 하다.

 

 

 

노신공원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욱 반가운 것이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이정표다. 공원의 주요 장소를 중국어와 함께 한글로 알려주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매원을 윤봉길 기념관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살짝 소름이 돋기도 한다. 윤봉길 기념관, 윤봉길 생가가 있는 예산에서,아니면 양재동 시민의숲에서 보던 그 이름을 중국 상해에서 보는 기분이라니!

 

1920년대 초반, 의열단이 이룬 무력쟁의 성과는 김구가 한인애국단을 운영하는 데에도 참고가 되었다. 1920년대 중반 의열단은 시야를 넓혀 독립운동의 노선과 세력 확장에 관심을 가졌다.

 

임시정부가 진강·남경에 머문 시기는 193511월부터 193711월까지 2년 정도다. 남경이야 유명하지만 진강은 한국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한 도시인데 임시정부는 왜 진강으로 옮길 생각을 했을까

 

어려움이 닥치자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해 살아나고자 하는 생명체처럼 임시정부는 아주 작은 기회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그런 모습이 남아 있는 흔적, 물 위에 떠다닌 임시정부, 그 역사의 현장으로 떠나자. 아마 그 길은 고되고 힘들 것이다.

 

지금 기념관에 가면 입구에 일본군을 피해 달아나는 중국 사람들을 조각해 놓은상이 있다. 지옥의 괴물을 피해 도망가는 절박함이 표현되어 있고 제목도 그렇게 달려 있다. 이미 죽은 아이 앞에서 슬퍼하는 조각상도 있다. 기념관 입구에 있는 탑에는 ‘1937.12.13.~1938.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데 바로 남경대학살이 벌어진 시기를 알려준다. 아직도 남경대학살은 없었다고 하는 이들이 바다 건너에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혹시 글자를 읽을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제일 가슴 아픈 글이다. 이제항 위안소 구지 진열관

일본은 남경에 40여 곳의 위안소를 운영했다.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은 그해 겨울 남경을 함락하는데 이때 많은 군대가 여기에 들어 왔다. 남경 함락 이후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성폭행을 자행했으면서 일본군은 왜 또 위안소를 만들었을까. 이성이 돌아온 평상시의 지금도 그들, 그러니까 일본 정부는 그런 반이성의 행동에 대해 반성의 말을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을까.

 

위안소 구지인 이곳 진열관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눈물이다. 건물 외벽에도, 바닥에도 눈물을 형상화해 놓았다. 전시 공간이 끝나는 곳에 할머니 흉상이 있는데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온 사람들은 그 옆에 준비해놓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비극적 역사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위로다. 언젠가 이 흉상에 흐르는 눈물이 멈추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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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권하는 사회 -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모니크 드 케르마덱 지음, 김진주 옮김 / 생각의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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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권하는 사회

 

 

저자인 모니크 드 케르마덱은 임상심리 치료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현대사회 연구 주제 1순위인 고독을 다룬 <혼자를 권하는 사회>는 출간 즉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심리 분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고독을 다루었다.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사는데 외로움을 느낄까 문명이 발달되고 편리한 생활임에도 감정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가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책을 만났다. 이웃과 친척은 물론 가족들의 유대관계까지 약화되는 원자화된 사회, sns에서 사생활을 드러내서까지 주목을 받으려고 하는 모습으로 미루어 알 수 있는 나를 계속 내세우는 사회, 서로를 도구로 여기는 생각의 힘이 강해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나를 지키면서도 두려움 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지식인들에게 고독이란 두 가지 장점이 있는 것이다, 하나는 자기 자신과 함께하는 것이고,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우리는 고독의 순간을 통해 나 자신을 알고, 나아가 타인 또는 자신의 운명과 진실하고 풍요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의 비극은 자신의 고독을 말하지 못 하는 데서 온다. 내담자는 온전히 소통하길 원하고 자신의 감정을 정의하려 해보지만, 더욱이 타인의 도움을 받고자 자신의 불행을 전달하려 하지만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휴대폰, 이메일, SNS, 영상통화 등 새로운 소통 수단을 통해 멀리 사는 학교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빠르게 연락할 수 있게 되어, 그들과 가상으로만 연락을 취하려고 하지, 실제로 만나는 일은 이제 구식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분열된부모를 마주하는 아동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부모의 분열은 별거로 인한 사실상의 분리일 수 있고, 삶과 교육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으며, 부모들이 자녀의 선생님들과 분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모의 분열은 그들 권위의 정당성을 상실케 한다. 그리고 이는 교육방식과 교과과정이 아동의 자율성 추구를 보편적 철학으로 삼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위 사람들과 친밀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것을 강렬히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볼비의 이론에 따라, 정신분석의 관찰 영역도 정신 내부에서 정신 간(), 즉 사람 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관계 형성이란, 성욕이나 자기보존 욕구를 충족하는 데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다.

 

홀로 설 수 있는 능력, 자기 자신으로 살면서도 두려움 없이 타인과 관계 맺는 연습을 하면 된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과 모든 것이 자기 중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자기 자신과 약간의 거리를 두기로부터 시작된다. 고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혼자라는 사실이나 이러저러한 상황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관심을 돌려 새로운 삶의 방식에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타인, 친구, 비밀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 등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을 회복시켜주는 존재에게 다가서는 첫 걸음을 떼야 한다.

 

자신이 불안전하다고 느끼는 개인은 자신의 이미지가 타인에게 왜곡되고 나쁘게 받아들여지며 이 때문에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고통스러운 고독감에 빠지기도 한다. 연인 관계의 두 사람이 현재 서로에게 갖고 있는 애착은 과거 그것이 무엇 덕분에 강화되었는지, 또는 무엇 때문에 악화되었는지를 항상 되짚어볼 때 유지된다. 자기 인생을 계속 영위해가는 동시에 연인뿐만 아니라 세상과도 건설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자주적인 성인, 즉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충분한 안전감을 주는 견고하고 유연한 기반인 안전기지가 필요하다.p211

 

 

정신분석가 위니콧은 고독감에 관심을 보인 초기 학자들 중 하나였으며, 사람은 인생에서 두 가지 형태의 고독과 맞닥뜨린다고 보았다, 하나는 미숙한 단계의 원초적 고독이고, 다른 하나는 이보다 조금 더 정교해진 고독이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고독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 자아의 미숙함은 부모가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이 미숙함이 보완되면 개인은 자신을 지지하는 어머니를 자신 안으로 내재화해, 실제 어머니나 어머니 상징에 기대지 않고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때가 온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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