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 -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을 걷다
박광일 지음, 신춘호 사진 / 생각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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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역사 탐방기다. 1919년 서울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을 외쳤던 상해 시기’, 1932년부터 1940년까지 항주 등 여섯 군데를 옮겨다니며 물 위에 뜬 정부 상태였던 이동 시기’, 그리고 1940년부터 1945년 마지막 해방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중경 시기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의 길을 함께 탐사한다.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자취를 찾다 보면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열정과 희생, 미래에 대한 비전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만나는 독립운동의 모습은 굉장히 다양하다. 책은 임시정부 이동시기를 물위에 떠다니는 정부라고 썼다. 통일동맹 결성과 임시정부, 한국독립당, 조선혁명당, 한국혁명당, 조선의열단, 한국광복동지회 등으로 김구 선생님의 독립운동과 백범일지를 소개하였다. 글을 읽기만 하여도 가슴이 찡하다. 독립운동한 선조들이 있기에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역사책이니 만큼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대한민국'은 언제 나온 말일까. 여러 연구를 보면 1919411일 수립한 임시정부가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써 나라 이름을 표기했다. 1910829일 국권 피탈로 사라진 '대한제국'1919412'대한민국'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임시정부의 구성원들은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부터 야기된 전력과 지도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이란 지위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승만은 외교활동을 이유로 6개월간의 상해 체류를 끝내고 이듬해 6월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결국 임시정부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헌법 개정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19234, 임시의정원에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한 것이다.

 

우리는 노신공원(루쉰공원)으로 간다. 중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때 머물렀던 공간을 보존·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그런 유적이 있나 생각해보니 부산의 UN묘지가 떠오른다. 일본에도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의 도공인 이삼평이나 심수관 관련 유적지가 있긴 하다.

 

 

 

노신공원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욱 반가운 것이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이정표다. 공원의 주요 장소를 중국어와 함께 한글로 알려주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매원을 윤봉길 기념관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살짝 소름이 돋기도 한다. 윤봉길 기념관, 윤봉길 생가가 있는 예산에서,아니면 양재동 시민의숲에서 보던 그 이름을 중국 상해에서 보는 기분이라니!

 

1920년대 초반, 의열단이 이룬 무력쟁의 성과는 김구가 한인애국단을 운영하는 데에도 참고가 되었다. 1920년대 중반 의열단은 시야를 넓혀 독립운동의 노선과 세력 확장에 관심을 가졌다.

 

임시정부가 진강·남경에 머문 시기는 193511월부터 193711월까지 2년 정도다. 남경이야 유명하지만 진강은 한국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한 도시인데 임시정부는 왜 진강으로 옮길 생각을 했을까

 

어려움이 닥치자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해 살아나고자 하는 생명체처럼 임시정부는 아주 작은 기회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그런 모습이 남아 있는 흔적, 물 위에 떠다닌 임시정부, 그 역사의 현장으로 떠나자. 아마 그 길은 고되고 힘들 것이다.

 

지금 기념관에 가면 입구에 일본군을 피해 달아나는 중국 사람들을 조각해 놓은상이 있다. 지옥의 괴물을 피해 도망가는 절박함이 표현되어 있고 제목도 그렇게 달려 있다. 이미 죽은 아이 앞에서 슬퍼하는 조각상도 있다. 기념관 입구에 있는 탑에는 ‘1937.12.13.~1938.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데 바로 남경대학살이 벌어진 시기를 알려준다. 아직도 남경대학살은 없었다고 하는 이들이 바다 건너에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혹시 글자를 읽을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제일 가슴 아픈 글이다. 이제항 위안소 구지 진열관

일본은 남경에 40여 곳의 위안소를 운영했다.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은 그해 겨울 남경을 함락하는데 이때 많은 군대가 여기에 들어 왔다. 남경 함락 이후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성폭행을 자행했으면서 일본군은 왜 또 위안소를 만들었을까. 이성이 돌아온 평상시의 지금도 그들, 그러니까 일본 정부는 그런 반이성의 행동에 대해 반성의 말을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을까.

 

위안소 구지인 이곳 진열관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눈물이다. 건물 외벽에도, 바닥에도 눈물을 형상화해 놓았다. 전시 공간이 끝나는 곳에 할머니 흉상이 있는데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온 사람들은 그 옆에 준비해놓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비극적 역사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위로다. 언젠가 이 흉상에 흐르는 눈물이 멈추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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