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아일보 사회부와 문화부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한 2006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중력은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한 탈락자의 퇴장에서 비롯되었다. “공군사관학교의 교관인 그는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송진처럼 굵고 뜨거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그렇게 삶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설의 세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랐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 이토록 오래 걸리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과연 과감하게 첫발을 떼고 첫 문장을 쓸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작가의 말)

 

 

이 책은 우주인이 되고 싶은 샐러리맨의 도전을 그렸다.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그러나 최고가 되는거 보다는 그 과정을 중요시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려는 이진우와 경쟁자들, 이진우, 김태우, 정우성, 김유진 네 명이 뽑혔다. 과연 누가 처음이 될 것인가.

 

국립자연원 산하에 있는 용인의 생태보호 연구원인 이진우는 우주인을 뽑는 선발에 지망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우주인이 되 보기로 한다. 몸은 등산이나 자전거로 단련되어 있어 자신이 있었다. 모두 다섯 번의 관문을 지나야 한다. 3차에 통과하자 아내는 놀라워했다. 고비와 위기를 이겨내고 회사로 돌아왔지만 마주한 것은 대기반으로 발령이었다.

 

김태우 우주인이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 올라 고더드센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인 책자며 사진이며 모형이며 자료들을 한 방 가득 모아온 우주인 마니아다.

 

정우성 '투어리스트'라는 벤처 회사에 다닌다. 최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문과 출신이며 너그럽고 또 훤칠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끄는 인물이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예리하고 경험도 풍부하여 다른 경쟁자들에게 존중받는다.

 

김유진은 최종 선발된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이자 마이크로로봇연구단의 연구원이다. 선발 과정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높은 성적을 받는다.

 

 

 

저항할 수 없는 불행을 맞을 때마다 나는 현실을 벗어나는 상상을 통해서 슬픔을 잊으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상상은 과학하는 기쁨이 가져다주곤 했다

 

나는 새벽까지 곤하게 곯아떨어졌다가 희미하게 의식이 생겨나면서 눈가에 어둑어둑한 기운이 지나갔다. 거기 가면서도 경쟁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보였고 그것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실제의 밤 풍경이 되었다. 뽀족지붕을 한 성당과 마을은 잠이 들었는데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나무 혼자 하늘에 기도하고, 달은 노란 공으로 구르는데 우주의 별들은 흰 물결로 감기면서 진한 남색의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나는 나무 옆에서서 흐르는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우리는 평범했지만 앞날로 나아가는 이런 팀워크를 통해서 비범한 데까지 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는 한때 대단한 것처럼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비범한 듯이 오래 남을 수는 없어요.

 

정우성이 페이스 북에 이런 글을 쓴 것이 기억난다.

태양의 그 모든 불꽃들을 뭉쳐서 둥근 공으로 빛나게 하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태양처럼 행성들을 데리고 홀로 사는 별도 있지만 별 두 개나 세 개가 중력으로 묶여서 쌍둥이나 남매들처럼 사는 경우도 있다. 서로 늘 힘을 미치면서. 이 모두에게는 중력이 삶의 조건이고 운명이다. 별들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무너지는 생로병사를 중력이 다 맡아서 다루는 것이다.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그 말이 마치 성큼 걸음을 내딛듯이 나에게로 들어왔다.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꿈이 스러져가도 최대치를 다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