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저자 곽정은 프라이빗 심리 살롱 'Herz'의 대표.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3년 동안 코스모폴리탄, 싱글즈 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기자로 일했다. 서른 살에 첫 책을 낸 이후 혼자의 발견,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등 여덟 권의 에세이를 냈고, [마녀사냥], [연애의 참견]TV 프로그램에서 카운슬러로 활약했다.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성인상담 전공 석사과정 중에 있으며,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통해 삶에 대한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의 지난 10년은, 인생의 많은 기회와 결정들 앞에서 그저 혼자인 채로 잘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밤새 홀로 써 내려간 글들이 나를 작가로 살게 했고, 가부장제로부터 홀로 빠져 나온 일이 나를 자유로운 여성의 삶으로 인도했으며, 십수 년간 일했던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나온 일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큰 확장과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내가 혼자여서 괜찮은 인생을 살기 위해 애쓴 날들의 기록이다.

 

사람은 여럿이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채워줄 수 없기에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 아주 가끔은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가 되어야 한다. 어떤 안 좋은 일이 닥쳐도 이겨 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이 만약 내리막 같은 날이었다면 그 힘듦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내 인생의 일부로 수용할 것. 수용하는 만큼 나의 내면은 단단해지고 받아들이는 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해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시 오지 않을 우리의 하루, 다시 오지 않을 이 밤을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나이 들어 슬프지만 나이 들어 좋은 것도 있다고 한다. 조직 생활에 지쳐 가던 서른 살의 고통은 프리랜서의 자유로 대체 되었고, 서른 다섯에도 사라지지 않던 불안과 아집은 이제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고 좋은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별하는 눈,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확신,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결단력, 추진력,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아도 즐거움. 삼십 대가 모두 지나가고 나니 그런 시간이 온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해주지 않은 부모에 대한 원망을 모두 내려놓았고, 이제는 그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여전히 불쑥불쑥 원망의 잔해에서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게 그저 잔해에서 피어오르는 먼지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중략) 마흔, 살아온 시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살아갈 날 또한 짧지 않다. 어리고 외로웠던 그 시절의 나를 떠나 보내고 남은 인생을 살기엔 용기가 부족했는지 모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두고두고 화자되는 영화 <봄날은 간다> 의 대사다. 거침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서서히 삐걱거리는 관계, 상우는 은수에게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함께 하고 싶고,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랐지만 상대는 나만큼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여러 번을 껶어도 쉽게 무뎌지지 않는 어떤 것이니까.

    

 

 

저자는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린 마틴 셀리그만의 이야기를 한다. ‘삶의 세 가지 길에 관한 것이다. 즐거운 삶, 몰입하는 삶,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한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을 먹고, 신나는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존재를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하는 경험은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 된다.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고, 몰입의 에너지를 경험하며 자신의 일에서 깊은 성장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생은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몰입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몇 개월을 책 읽기에 몰입을 하고 있다. 근심 걱정도 있지만 책 읽는 시간 만큼은 잊어 버린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집안의 난방 장치는 고장이 나 버렸지만 그래도 온수는 문제없이 쓸 수 있으니 그것도 감사한 일이고, 해 질 녘 잠시 기분 좋은 산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 가끔은 사무치게 혼자 인 것 같아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이 불쑥 찾아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게 삶의 기본값이라는 걸 모르는 인생이 아니라서 그것 또한 감사해. 염려를 내려놓기 원한다면, 내 삶에 좀 더 기쁨이 찾아들기 원한다면 억지로 그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는 현재에 좀 더 집중하는 그 작은 노력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삶이어서 가장 감사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느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언제라고 답해야 할까. 아마 10년 전의 나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까 혼자서든 둘이서든 나는 행복하고 충만하게, 온전한 내 삶을 살 것이라는 것, 찬란했던 지난 10년이 나에게 가르쳐준 최고의 교훈이 바로 이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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