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세계사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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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세상 친절한 세계사]는 일반인들에게 세계사를 알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시행착오를 거듭해오다 기존의 역사책과는 달리, 영화 한 편을 빨리 돌려 보는 듯한 느낌으로 역사를 쭉쭉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하였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알고’ ‘생각하는’ 것에 중점을 둔 역사책이다.

 

이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역사의 흐름과 그 무대를 지도로 간략하게 확인하고 읽으면 이해가 쉽도록 하였다. 저자는 35개의 ‘키포인트’를 제시함으로써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이나 현상을 요소 요소에 배치했다. 그래서 지역명이나 지리명이 어디쯤을 가리키는지 헷갈릴 때에 그림을 참조하여 읽으면 된다.

 

대지구대 중에서 가장 낮은 토지가 북동부에 위치한 해발 마이너스 153미터의 아파르 분지인데, 약 450만년 전 그 땅에 직립두발보행 인류의 최초 조상인 라미두스 원인이 출현했다. 약 20만 년 전에는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 말과 경전차를 타고 서아시아, 북인도, 동지중해 일대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유목민이 큰 강 유역의 비옥한 농경지대를 정복하고,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구축한 것이 바로 제국이다.

 

기원전 2000년경에는 이집트 지역에 구리를 공급하는 에게 해 최남단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를 중심으로 미노아인에 의해 해야 문명(크레타 문명)이 성장했다. 미케네 문명이 쇠퇴한 후의 동지중해에서는 기원전 1세기 이후 평지가 적은 연해부 레바논 지방에서 페니카아인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중화문명의 강남과 인도문명의 갠지스 강 유역은 고대 세계사에서 최초로 문명화된 쌀 지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중앙에 고비 사막이 있는 몽골 고원은 중국으로 완만하게 기울어져 있어 이곳으로부터 침입하는 유목민을 막아줄 수 있는 장애물이 아무것도 없었다. 시황제는 전국시대에 여러 나라가 이미 만들어 둔 장성을 2미터 높이의 하나로 연결하여 ‘만리장성’을 만들었다.

 

유라시아 제국은 아랍인-터키인-몽골인으로 주역을 바꿔가며 7세기부터 14세기까지 약 700년 동안 지속되었다. 대부분의 유라시아 지역이 유라시아 제국의 일부분으로 편입되어 과거의 제국이나 농업사회의 역사는 일시적으로 역사의 배경으로 물러났다. 농업제국의 문명이 대륙의 글로벌 문명의 일부분으로 편입된 것이다. 유라시아를 일체화시킨 몽골 제국 시대에 변방 유럽에서는 지중해와 발트 해가 유라시아의 대규모 상업권과 접하게 되었다. 몽골 제국의 멸망이라는 혼란 속에서 오스만 제국이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키고 동지중해를 지배하게 되자, 유라시아 교역에서 밀려난 제노바 등의 이탈리아 상인들은 대서양 기슭으로 진출했다.

 

모직물 산업의 중심지 플랑드르 지방과 와인 산지 기옌 지방의 쟁탈, 카페 왕조의 단절에 따른 프랑스의 왕 위계승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졌다. 국가 간 영토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영국 해협을 사이에 둔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이 발생했다. 16세기의 약 70년 동안, 유럽인에 의해 신대륙에 퍼진 천연두 등의 역병으로 신대륙 원주민 총 1억 명 중에서 8,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스페인인이 가져온 천연두에 대한 면역이 없어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기침으로 감염되는 천연두는 전염력이 강해 가공할 만한 맹위를 떨쳤다.

 

영국에서는 철도경영의 대성공에 자극을 받아 철도건설 붐이 일었고, ‘철도광 시대’라 일컬어지는 철도건설러시 시대로 돌입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식민지에서 항구로 물자를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철도건설이 빠르게 추진되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전무후무의 이민 붐이 일었다. 19세기는 4,000만 명이 넘는 유럽 사람들이 이민선이나 객선으로 세계 각지로 이주한 ‘이민의 시대’였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지로의 이주도 진행되어 세계사상 최대의 민족 이동이었다.

 

‘유럽의 몰락’은 아시아에게 자립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인 제국 체제와 민족운동, 생활에 쫓기는 민중의 움직임이 한데 뒤섞여 아시아 사회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서아시아에서는 독일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패배한 오스만 제국이 붕괴되어 소아시아의 영토를 크게 잃고 말았다. 전쟁에서 패배한 오스만 제국의 재정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3국 관리하에 놓이게 되었다. 문명이 형성되고 5,0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세계는 대전환기에 직면했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힘든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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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
김준 지음 / 부크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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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가고 있다면] 제목만 읽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표지는 흰색으로 깔끔하고 책장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책 날개에 저자 소개를 보니 타지에서 보냈고 2016년 귀국한 후로 다섯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사는 게 마음 먹은 대로 된다면 그것은 순전히 운의 영역이지 계획이나 노력의 영역은 아니다. 맛있는 걸 먹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일상을 오래 지켜 내고 싶었다.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 내자는 마음, 내일도 끼니를 챙기고 공원을 걷고, 글을 쓸 테니 나는 무척 잘 살아 내고 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 주어지는 것이어서 매번 서툴 수밖에 없다. 작게 실수하고 때로 크게 실패하더라도 잘못된 게 아니다. 그르친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나아가는 시도를 계속하는 자세를 우리는 가져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했었나? 나는 그 말을 조금 비틀고 싶다. 절실할 때가 가장 늦은 때다!

   

 

 

눈을 비비고 하루를 시작할 때 채우지 못한 일부에 대해서는 원망 않기로 했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반죽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어나 보니 그것 또한 반삶이었어요.p2

 

저자는 길었던 타지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김밥 한 줄로 행복을 느꼈다. 러시아는 음식 가격이 비싸면서 맛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다고 했다. 늘 그때의 기억으로 현재의 삶도 살아 볼 만한 것이며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재차 환기시켜 본다.

 

모든 건 세상으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고, 잃은 건 세상에 다시 돌려준 거라고, 그래서 되려 투명해진 거라고 위로도 해본다. 울어도 나아지는 게 없는 나이가 오면 겨울은 더욱 시리다.삶이 벼랑 끝으로 밀려날 때 그곳까지 달려와 껴안아 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음 놓고 기댈 나무 한 그루 없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참 행운이겠다 싶은데.

 

무례한 사람 곁을 떠나 호의를 호의로 돌려줄 줄 아는 사람에게 성심껏 대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인간으로 살면서 인간 사이 부질없음을 느낀다는 것이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또 그 일이 원래 그런 것이어서 말을 줄이고 싶다. 아직은 두렵기만 한 나의 바깥, 타인에 대해서.

착하게 대하면 내게도 다정할거라 믿었는데...거절 않고 들어 주었고 자주 웃어 주었고 억지로 맞춰 주기도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 받는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나는 그 한계에 대해서 실망하고 싶지 않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p96

 

랜덤으로 알게 된 사람들과 코드가 맞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타오르던 불꽃은 잦아들고 이내 어둠이 찾아오는 것이다. 타인으로 가는 길은 아무래도 쉽게 열리지가 않는다. 모든 게 심리적인 것이다. 상처는 받는 사람 마음이다. 나는 자주 웃는 힘으로 슬픔을 잘 견뎌 내고 있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과 행복이 존재하는 거라면, 내가 있기에 세상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다정한 태도를 가져도 좋겠다. 어렵고 험준한 길을 걷기로 결심할 때, 결심에 그치지 않고 발을 내디딜 때, 걷다가 넘어지고 거듭 일어설 때 우리는 겨우 성장한다. 삶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이 언제나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포인트다. 자주 잊고 살지만 신기하게도 우리 안에는 그런 힘이 있다.

 

삶이 괴롭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면역 체계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는 뜻이다. 끝내 이겨 내는 사람은 성장할 것이고 과거와는 다른 오늘을 살게 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쉬어라!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보살핌이다.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 에세이를 읽으며 살아가면서 실패가 반복되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몸과 마음이 지쳐 가고 있다면 잠시 내려 놓아도 좋다.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의 저자는 독자의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무력해진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전하려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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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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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0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인 이현석의 첫 소설집이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집의 표제작이자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동시대적인 윤리와 사회문제를 소설로 풀어내서인지 가볍지만은 않다. 이 소설은 다분히 이지적인 방식으로 활달하고 생명력 있는 이 세계의 순간들을 그려내며 우리를 매혹 속으로 이끈다. 또한 다채로운 소재와 방식과 구성으로 풍성하고도 능란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소설의 처음인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에서 나는 의사이고 소설가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다. 그는 과거에 커밍아웃하면서 부인과 딸을 떠났었다. 세월이 지나 함께한 동성 연인은 어떤 관계도 인정받지 못한 채, 가족들에게 쫓겨난다. 그 보호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를 포기하였다. 표제작 [다른 세계에서도]는 산부인과 의사인 ‘지수’와 엄마는 동생 해수의 임신을 반대한다. 임신중지를 두 차례 했다는 어머니도 요즘엔 기술도 발달했을 거 아이가? 라고 묻고, ‘더 좋은 엄마가 된 다음에’라는 표현이 부른 불쾌감과 별개로, 어머니의 그 말이 줄곧 내게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

 

[라이파이]는 1959년부터 10년간 연재된 동명의 SF만화를 소설 속으로 끌어온다. ‘라이파이’는 한국 최초의 토종 히어로. 검은 안대를 쓰고 흰 두건을 이마에 두른 라이파이는 연두색 쫄쫄이 유니폼을 입은 채 돌려차기 한 방으로 적들을 제압한다. 영우의 아버지 조한흠이 청소년시절에 열광했는데, 이제는 노년에 다다른 조한흠의 환상 속에 라이파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눈빛이 없어]는 우재 집에 들어가 살았던 희곤에게 부동산 중개인 준모는 발전소 기술자로 일했던, 천부적인 손재주를 지닌 우재가 겪었던 산업재해의 현장에 대해,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그날 이후로, 저 친구는 눈빛이 없었어.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디 저 친구뿐이었겠나.”(p212)

 

신종 바이러스를 알아차린 탈북민 출신의 의사와 관성으로 그의 말을 무시한 한국의 의사인 ‘나’ 의 이야기다. 남북 정상이 만났을 무렵에 독서 모임을 같이 하며 알고 지낸 북한탈주민들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거기에 착안하여 [부태복]을 쓰게 됐다. [너를 따라가면]은 80년 5월 광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정혜와 항상 프랑크프루트로 가고 싶다던 어린 시절 잠시 함께였던 간호보조원 언니를 떠올린다. 그날 광주의 시공간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내 피가 더러워, 더럽냐고!”(p251)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작부의 피에 대해 차별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정혜는 투명한 팩 안에 조금씩 차오르는 피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이 소설집은 다양한 인물들만큼이나 넓은 세계를 다루고 있다. 젠더,계급,가족의 층위를 넘나들며 그 미세한 결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살핀다. 특기할 만한 점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고 그 실감이 두드러진다. 소설들의 끝에 ‘참고한 내용과 약간의 덧붙임’을 마련해 작품을 쓰게 된 배경 및 출처 등을 상세하게 적어두었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를 의식하며, 현실을 가감 없이 직시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어떤 식으로 기억할지 신중히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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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ㅣ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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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두 번째인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방식의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오프닝 건너뛰기], [쾌적한 한 잔], [앙코르] 세 편과 에세이 한 편이 실려있다.

 

[오프닝 건너뛰기]에서 수미와 경호는 신혼 부부이다. 수미는 쇼핑몰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하고 있어 당장 수입이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지만 친한 언니 집에 놀러가는 게 망설여진다. 코로나시대에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게 되어 결혼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무관심, 약속을 어기고, 사과조차 귀찮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던 P와 연애할 때 휘둘리던 시간들은 서러웠던 기억만을 남겼다. P와 반대인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할 때 경호는 수미가 원하던 적당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과 다른 생활 방식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수미는 영화를 볼 때 처음 보는 건데도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클릭한다. 이처럼 결혼 생활의 오프닝을 건너뛰고 싶지만 수미는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도려내듯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고 원하는 부분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p26)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은우에게 연애라는 행위에 따른 일련의 과정은 기쁨이 아니라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그에게 연애하지 않은 삶은 고통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상처도 받는 것 같다. 지나간 연인들과의 관계에서 은우는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때 마지못해 잠자리를 가질 정도이면 연애하기 힘들다. 은우가 혼자 마시는 칵테일 한 모금이 쾌적한 맛이 났다.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한 맛이었다. 크고 단단한 얼음이 뿜어내는 냉기에 중심을 내주어야만 성립하는 맛이기도 했다.[쾌적한 한 잔]

 

[앙코르]의 세영과 가람은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며 서로를 향해 호감으로 발전한다. 지난 몇 해 동안, 세영은 부모님을 모시고 괌에 거주하는 언니네를 방문했다. 가족들과의 거리를 재조정할 필요성을 느껴 올해 추석 연휴에 홀로 앙코르와트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앙코르’라는 말의 뜻은 대표적인 게 ‘도시’라는 것과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10여 년 전 세영은 그 당시 자신의 성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 그녀와의 연애에 온 마음과 정성과 시간을 쏟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때를 떠올린다.

 

[공명을 위한 온도와 속도] 에세이는 왓챠나 넷플릭스의 경우는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이 보이는데 저자의 동생이 웨이브를 사용한다기에 어떨까 싶어 몇 가지 영상을 재생 시켜보았지만 아예 해당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다시 보기 위해 웨이브 영상을 재생 시켜 보았는데 정말 없었다. 언젠가 티빙인지 웨이브인지에서 오프닝 건너뛰기를 본 것 같기도 하다. 단편소설 [오프닝 건너뛰기]는 비규범적이고 비규정적인 관계의 형태들을 그려냄으로써, 보편적 이야기가 되는 것에서 벗어나 제각각의 사연으로 자신만의 희소성을 드러낸다. 그렇게 세 편의 소설들은 다시,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닝 건너뛰기]를 읽고 자신을 지키고 삶의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애서 어떠한 형태의 관계를 맺을지 조율해보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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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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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7일]은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조사해 보고서를 쓰는 임무를 맡은 30대 진 네베바와 10대 비올렌을 통해 퍼트리샤의 심리를 따라가며 사건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는 실화소설이다. 1974년 2월 4일 미국 언론재벌의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가 좌파 무장단체 SLA에게 납치되고, 그녀는 당시 19세였다. 얼마 지난 후 SLA와 퍼트리샤는 은행강도 사건을 연출한다. SLA 아지트 경찰이 급습하여 6명이 사살되고, 퍼트리샤는 도주했다. 그녀는 ‘타니아’로 개명하고 SLA의 동지가 됐음을 선언한다. 퍼트리샤는 1년 4개월 만에 샌프란시스코에서 FBI에 의해 체포되었다. 징역 35년을 구형받았고 유명인사 등 탄원서를 제출하여 7년으로 감형되었다. 150만 달러 보석금으로 가석방되었다. 2001년 빌 클린턴 대통령 특별 사면을 받았다.

 

퍼트리샤가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퍼트리샤의 가족은 그녀가 세뇌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세뇌를 증명해줄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전문가들의 진술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다. 고용한 정신과 의사는 그녀가 세뇌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SLA의 여왕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유명 대학교수 진 네베바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그녀의 무죄를 입증할 보고서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진 네베바는 방대한 자료를 받고 퍼트리샤 허스트와 나이가 같은 비올렌을 조수로 채용한다. 납치에 관련된 기사들을 종합할 수 있어야 하고 주어진 기간은 최대 2주일이었다. 비올렌은 1974년 2월부터 그다음해 마지막 달인 1975년 10월까지 자료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일을 책임지게 되었다.

 

SLA가 퍼트리샤를 납치했다고 주장한 성명서와 퍼트리샤의 메시지가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가 전달되었고, 처음 메시지는 ‘전 정말 잘 있어요’ 목소리만 반복했다. 퍼트리샤는 그들은 정중하게 대해주었고, 자신이 풀려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거라고 했다. 자신은 전쟁포로이고, 제네바협정에 따라 대우받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 SLA를 찬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곧 녹음 테이프를 보내온다. FBI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엄마, 아빠의 무관심이 저를 힘들게 한다며 음식을 먹은 사람이 1만 5,000명밖에 안 되는 데다가 1인당 비용도 겨우 8달러에 불과했다며 식사도 질이 안 좋은 것 같았고, 소고기나 양고기 요리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퍼트리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식량을 자신의 몸값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진 네베바는 비올렌에게 퍼트리샤 허스트가 납치범들에게 자발적으로 동조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종합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비올렌과의 토론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세뇌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무산시켰다. 그녀의 납치 사건 발생 당시, 언론과 대중은 퍼트리샤 허스트가 납치범에게 세뇌, 동화됐다고 믿었고, 퍼트리샤 허스트는 지금까지도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스톡홀름신드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소설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납치당한 머시와 메리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여성들은 풀려났지만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여성들의 공통점은 편안한 미래를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갔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머시, 메리, 패티(퍼트리샤 허스트)에게 무엇이 그들이 살아온 세계에 등을 돌리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만든 것일까.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설 [17일]을 읽는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매우 복잡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속의 이야기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스토리가 뒤섞여 있지만 이 같은 독서의 어려움은 작품에 쏟아진 찬사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역자는 말했다.시간이 지난 뒤 재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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