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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ㅣ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평점 :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두 번째인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방식의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오프닝 건너뛰기], [쾌적한 한 잔], [앙코르] 세 편과 에세이 한 편이 실려있다.
[오프닝 건너뛰기]에서 수미와 경호는 신혼 부부이다. 수미는 쇼핑몰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하고 있어 당장 수입이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지만 친한 언니 집에 놀러가는 게 망설여진다. 코로나시대에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게 되어 결혼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무관심, 약속을 어기고, 사과조차 귀찮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던 P와 연애할 때 휘둘리던 시간들은 서러웠던 기억만을 남겼다. P와 반대인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할 때 경호는 수미가 원하던 적당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과 다른 생활 방식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수미는 영화를 볼 때 처음 보는 건데도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클릭한다. 이처럼 결혼 생활의 오프닝을 건너뛰고 싶지만 수미는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도려내듯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고 원하는 부분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p26)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은우에게 연애라는 행위에 따른 일련의 과정은 기쁨이 아니라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그에게 연애하지 않은 삶은 고통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상처도 받는 것 같다. 지나간 연인들과의 관계에서 은우는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때 마지못해 잠자리를 가질 정도이면 연애하기 힘들다. 은우가 혼자 마시는 칵테일 한 모금이 쾌적한 맛이 났다.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한 맛이었다. 크고 단단한 얼음이 뿜어내는 냉기에 중심을 내주어야만 성립하는 맛이기도 했다.[쾌적한 한 잔]
[앙코르]의 세영과 가람은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며 서로를 향해 호감으로 발전한다. 지난 몇 해 동안, 세영은 부모님을 모시고 괌에 거주하는 언니네를 방문했다. 가족들과의 거리를 재조정할 필요성을 느껴 올해 추석 연휴에 홀로 앙코르와트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앙코르’라는 말의 뜻은 대표적인 게 ‘도시’라는 것과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10여 년 전 세영은 그 당시 자신의 성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 그녀와의 연애에 온 마음과 정성과 시간을 쏟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때를 떠올린다.
[공명을 위한 온도와 속도] 에세이는 왓챠나 넷플릭스의 경우는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이 보이는데 저자의 동생이 웨이브를 사용한다기에 어떨까 싶어 몇 가지 영상을 재생 시켜보았지만 아예 해당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다시 보기 위해 웨이브 영상을 재생 시켜 보았는데 정말 없었다. 언젠가 티빙인지 웨이브인지에서 오프닝 건너뛰기를 본 것 같기도 하다. 단편소설 [오프닝 건너뛰기]는 비규범적이고 비규정적인 관계의 형태들을 그려냄으로써, 보편적 이야기가 되는 것에서 벗어나 제각각의 사연으로 자신만의 희소성을 드러낸다. 그렇게 세 편의 소설들은 다시,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닝 건너뛰기]를 읽고 자신을 지키고 삶의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애서 어떠한 형태의 관계를 맺을지 조율해보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