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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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작 영화 속 명언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통찰하는 인문학 여행서이다. 책에서 200편의 영화와 1000개의 문장을 만나 볼 수 있는데 꿈과 자유를 찾아주는 명대사, 사랑이 싹트는 로맨틱 명대사, 인문학적 통찰력을 길러주는 명대사,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명대사, 지친 마음을 힐링해 주는 명대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명대사,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명대사, 내 안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대사로 8개의 PART로 구성되었다. 영화를 좋아해서 많이 봤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본 영화는 몇편 뿐이었다. 저자가 본 영화 중 삶의 사유들을 제공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메멘토>라는 영화였다.


소설에 명문장이 숨어 있듯, 영화에도 명대사가 있다. 때로는 감정에 푹 빠지게 되고 때로는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명대사, 명언이다. 영화의 내용과 그 속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대사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감성력과 통찰력이 한 단계 더 심오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만약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룬다면, 갑자기 죽음이 닥쳐왔을 때 후회하게 되기 마련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키팅 선생님이라는 훌륭한 멘토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 누구나 신동, 천재 등의 칭찬을 듣기 마련이다. 진짜 천재는 어떨까?

난 그저 들어요. 언젠가 언젠가 언젠가 우리는 함께 할 거예요.

Ijust listening, Someday Someday Someday We’ll be together.<어거스트 러쉬>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원작인 영화 <일 포스티노>는 시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언어의 아름다움과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책은 읽었지만 영화는 꼭 봐야겠다.





우연한 기회로 표를 구해 타이타닉호에 오른 화가 과 막강한 재력의 약혼자와 함께 1등실에 승선한 로즈가 서로에게 한 눈에 반하면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진실한 사랑을 보여준다. 상영시간이 길어서 중간에 화장실 가는 바람에 장면을 놓쳐서 지금도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지금 오로지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해요.<타이타닉>

 

만약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면, 어떤 모습의 인생이 펼쳐질까요?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걸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네가 원하든 누구든지 되기에 절대로 늦거나, 절대로 이른 경우는 없다.

 

기억에 관한 이야기 <메멘토>는 주인공은 뇌손상으로 인해 만성적인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10분마다 기억을 잊게 된다. 기억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결혼 8년차인 주인공이 이혼을 결심하고 중년으로 내달릴 즈음에 자신의 모습을 치유하고자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뭔가 새로운 걸 배울 때는 마음을 정중히 해야 해요.

 

진정한 우정은 서로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둘의 우정을 보고나면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내게 장애가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아.<언터처블:1%의 우정>





<노예 12>은 음악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솔로몬이 노예로 팔려가 플랫이라 불리며 부당한 일을 마주하게 되는 12년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한 순간도 희망을 놓치 않았던 그의 정신과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 등엔 흉터가 가득해. 자유를 주장하다 생긴 흉터야.

 

<미드나잇 인 파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이 1920년대, 1890년대에 활동한 예술가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시대를 초월한 만남이다.

당신이 난 속일 수 있겠지만, 헤밍웨이는 못 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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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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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흑사병이 피렌체를 황폐화시키고 있을 때 도시 밖으로 피신한 한 무리의 남녀가 서로를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액자소설 형태로 모은 선집인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뉴욕타임스]의 편집자들은 700여 년 전 [데카메론]이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처럼,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집필한 단편소설들을 한데 모으는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책은 2020712일에 29편의 단편들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으로, 세계 각지의 작가들이 암울하고 불안정한 시기에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를 우리나라가 슬기롭게 잘 대처 하고 있다는 뉴스를 간혹 듣기도 한다. 7월부터 모임 인원수를 늘려놓으니 식당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다. 변이가 극성을 부리니 항상 조심해야 하는 요즘이기도 하다. 29개의 이야기 중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 이름이 보여서 반가웠다.

 

은하계 간 위기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은 격리실을 떠날 수 없다. 밖에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 화장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없다. 모든 영양분을 활용하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 없다고 한다. 참을성 있는,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자매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작이 참을성 있는 그리젤다에게 청혼하는 장면은 폭력적이다. 화자는 두개골이 없으니 문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편리하다. 이 이야기는 재미라기 보다는 섬뜩하다고 해야겠다.(참을성 없는 그리젤다_마거릿 애트우드)

 

200912월에 이사해 들어갔던 공동주택, 바이러스가 덮쳐 4개월 반 만에 건물은 비었다. 그때 필라를 만났는데 생필품을 살 수 없다고 했다. 빈 집에는 ‘V’자가 표시되는데 비었다는 뜻이라고 한다.(빅터 라발_빅터 라발) 두 사람이 공원 산책을 한 지 3주가 되었다. 일상이던 모습들은 사라지고 마스크를 쓴, 말을 탄 경찰이 다가왔다. 그들에게 떠나라고 지시했다.(산책_카밀라 샴지) 예전 난생처음 참가한 하프마라톤에 팀을 이루고 훈련을 했던 것처럼 가족들과 함께한다. 중저음 블루투스 헤드폰을 통해 듣거나 읽은 바깥세상에 대한 소식을 공유했다.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새로운 세계 전체가, 직접 침범되지 않은 모든 이들이 함께하고 있는 팀워크다. (더 팀_토미 오렌지)

 

출판 기념 강연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돌멩이에 맞아 얼굴을 다친 소설가 로베르 브루사르는 아프지는 않았다.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고, 그런 가벼운 느낌이 영원히 지속되면 좋을 것 같았다. 책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첫 번째 돌멩이가 그를 가격했고 뒤따라 날아오는 돌멩이들도 보지 못했다. 돌멩이가 빗발치는 길 한복판에 쓰러졌다. 이건 아이러니하다.(돌멩이_레일라 슬리마니)

 

소년은 태어나서 TV를 본 적이 없다. 소년에게는 두 개의 나라가 있다. 어머니의 나라와 아버지의 나라이다. 아버지의 나라로 여행을 가서 조부모를 직접 본 적도 있다. 화면을 켜고 행복한 털북숭이 빨간 괴물이 나오는 쇼를 튼 것은 바로 그때였다. 소년은 그 괴물에 대해 물었다. 부모는 비행기에서만 산다고 설명했다.(스크린 타임_알레한드로 삼브라) 버스 운전을 하던 발레리는 운전대를 돌리기까지 반세기는 걸렸고, 너무 늦었다 갇혀 버린 것이다. 단골 승객들은 마지막 버스 클럽이라고 불렀다. 바이러스가 거리를 싹 비워 놓았다. 여기 있는 아홉 명이 온 힘을 다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거라고 선언했다. 어쩌면 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오늘 일에 대해 얘기할지도 모른다.(마지막 버스 클럽_캐런 러셀)

 

리브카 갈첸 작가의 여섯 살짜리 딸은 팬데믹에 대해 할 말도 거의 없고 물어볼 것도 많지 않지만 이따금씩 계획을 제시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를 수백만 조각으로 찢어서 땅속에 묻자고 한다. 아이는 코로나를 직접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너무 속상한 이야기라고 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이 들은 세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 아이들이 훗날 기억되는 코로나는 끔찍했다고 여길테니까. 팬데믹이 빨리 종식 되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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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22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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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위대한 유산]1861년에 출간된 이후로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 디킨스는 자신이 편집장을 맡은 주간 잡지 [연중 일지 All the Year Round][위대한 유산] 1년에 걸쳐 연재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작가를 흠모할 정도였다니 이 작품이 당대의 걸작이라 평가받고 인정받을 만하다.

 

[위대한 유산]은 소년 핍이 이름 모를 사람에게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핍은 런던으로 왔지만 그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핍은 유산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조에 대해 불편한 상태로 살았다. 안락한 생활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으로, 상당한 액수의 빚을 지기 시작했다. 에스텔라를 리치먼드에서 자주 만났으며 그녀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었다. 에스테라가 남자들에게 미스 해비셤의 복수를 대신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준비된 존재라는 것을 두 모녀가 다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예순 살가량의 낯선 남자가 찾아와서 자신이 위대한 유산을 물려준 장본인이라고 하였다. 이름은 매그위치였다. 핍은 그가 두려웠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에게 숙부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미스 해비셤이 은인이고 에스텔라를 짝으로 정해준 것인가 생각하던 핍은 얼마나 충격적일까 상상이 갔다. 하 권은 읽으면 읽을수록 숨어 있는 반전이 많았다.

 

매그위치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핍을 신사로 만들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매그위치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국외로 추방된 것이어서 이 나라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중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매그위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20년 전 악당 콤피슨을 만나게 되었고 하인 겸 동업자로 일을 했다. 콤피슨의 사업이란 사기, 필체 위조, 훔친 은행권 유통, 등 비슷한 일이었다. 두세 차례 범죄혐의를 받고 체포되었지만 콤피슨은 7년 형을 받고 매그위치는 14년 형을 받았다. 알게 모르게 콤피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목격한다.

 

콤피슨의 다른 동업자는 아서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미스 해비셤의 남동생이었고 콤피슨은 그녀의 약혼자였다. 사기를 치고 그녀를 미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재거스 씨의 가정부, 에스텔라의 출생의 비밀, 핍이 미스 해비셤의 욕구와 변덕을 충족시켜 주는 하인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매그위치와 영국을 빠져나가기 위해 허버트와 스타톱까지 함께하여 잘 되는가 싶었지만 악당 콤피슨이 추격을 해왔기에 실패하고 만다. 그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병세가 악화되어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매그위치는 자신이 신사로 만들려고 했던 꼬마 핍에게 간호를 받는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었을 것이다.

 

핍은 장례를 치르고 며칠을 앓아 누웠고 극진히 간호한 사람은 였다. 어린 핍에게 친구라는 호칭을 하면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대하는 조가 있어 든든하다. 해외로 나갔던 핍은 11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에스텔라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손을 잡고 우리는 친구라고 말한다. 둘이 좋은 인연으로 다가올지는 상상에 맡겨야 한다.

 

[위대한 유산]에서는 일생을 살면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핍이 돈이 많아지면서 가족과 친지 고향 사람들을 멀리하고 건방지게 살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매그위치의 등장으로 진정한 신사로 거듭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좋은 작품이라는 말은 들어봤고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재독하면서 천천히 다시 읽고 싶은 멋진 위대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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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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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자신의 경험을 의도적으로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는데 [얼어붙은 여자]를 출간 이후 아버지를 주제로 한 [남자의 자리]를 썼다고 한다. 남자의 자리가 인상에 남기도 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글이 많았다.

 

소설은 어린 소녀가 성인 여성, 얼어붙은 여자가 되기까지의 여성의 삶을 그렸다. 소녀는 상점과 카페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외동딸로 자란다. 남성과 여성의 일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어린시절을 보낸다. 어머니는 식료품점을, 아버지는 카페를 맡았다. 소녀의 아침을 아버지가 해주신다. 학교도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온다. 아버지는 1년 내내 휴가 중인 사람처럼 보였다. 어머니는 꼼꼼하게 청소하는 것과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언제나 독서에 몰입하는 어머니를 존경하고 있다.

 

한쪽에는 남자들의 길이 있고, 다른 쪽에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길이 있지만,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같은 흐름 속에서 같이 산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세계를 형성한다.(p23)

 

외동으로 태어났지만 남자애 못지 않게 자랐다. 선생님은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 말해보라고 해놓고, “너는 네 엄마처럼 식료품점을 하겠지”(p75)라고 말해 아연실색한다. 오히려 어머니는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북돋아준다. 작가님은 부모님 세대인데 공부만 하라고 하는 대목에서 세상에나 이렇게 부러울수가 없다. 내가 태어나던 시절은 아이를 많이 낳았고 첫 딸이 태어나면 살림밑천이라고 좋아하셨는데 말이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하루 종일 냄비 앞에 혼자가 된다. 어머니 치마폭에 요리를 도운 과거가 없기에. 스스로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인정한다. 남편은 헌법을 공부하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해야 하는가? 시어머니는 자연과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강의도 하였는데 시아버지를 만나서 아이가 셋이 생겼고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들들과 며느리 자식들의 교육과 남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시어머니를 존경했다.

 

만약 내가 혼자 아이를 돌본다면, 내 공부는 끝장나고 엄청나게 많은 계획을 품었던 이전의 그 소녀는 죽어버리는 것이다.(p199)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아이와 외출하고 산책도 하고, 아이 엄마들과 공유도 해야 한다. 자신의 공부와 일을 하고 싶은 그녀가 안타깝다. 요즘 같으면 공동육아를 할텐데 이 때만 해도 옛날이어서 스스로 육아를 맡아주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남편은 여름이면 테니스 치러 가고, 겨울이면 스키 타러 가면서 아이 보는 데 두 명이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을 한다니 너무 심한 것 같다.

 

개학하기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시간 그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훌륭한 엄마 노릇을 해야 한다. 옷 상태를 살피고 아이를 미끄럼틀에 데려가고, 아보카도 요리를 만들어 볼 시간을 갖는다. 아이가 낮잠 자는 조용한 시간에, 독서를 즐기고, 시를 써본다.

 

에르노처럼 1960~70년대에 청춘을 보냈거나 그 시기를 살아온 여성들은 곳곳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아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얼어붙은 여자는 모든 여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같은 경험이라고 해도 풀어내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에르노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몽롱하게,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게 기억을 끌어 올린다. 이 책을 커플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여성은 공감을, 남성은 여성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고 상대편의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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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심선혜 지음 / 판미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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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병치레가 없던 저자가 서른두 살에 암에 걸렸다. 악성 림프종, 혈액암 1기라고 했다. 2년 반 동안 치료를 마치고 암세포는 사라졌지만 마음은 시들어 갔다. 이 책은 암 치료과정을 다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아닌 제목처럼 나를 먼저 돌봐주고 부디 우리가 더 건강한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저자는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 뒤 전업 엄마로 지냈고, 아이를 3년 만 키워 놓고 내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 밖으로 나가려 했던 문 앞에서 좌절했다. 쉽지 않았지만 내 몸에 생긴 변화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게 먼저였다고 했다. 암이 축복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극이라고 푸념하지도 않는다. 암은 그저 암일 뿐이라고.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닫혀 좌절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안에서 보낸 시간들이 오히려 나에게 기회를 줬다고 했다.

 

2년 전, 정기검진에 갔던 날 진료를 기다리던 중 자원봉사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완치 판정을 받고 7년이 지난 유방암 환우였다.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로 이어지는 위로를 들으며 속마음을 털어놓게 됐다. 할머니는 저자의 손을 쓰다듬어 주시며 몇 번이나 너를 위해 살라고 하셨다. 나를 막내딸이라고 생각하고 아이 보다 나를 더 먼저 돌봐주라고 하셨다. 나를 막내딸처럼 돌보자.

 

저자는 암에 걸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서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깍쟁이었다. 자신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고, 혼자서 버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도움을 받는다는 건,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게 아니었다. 곁을 내주는 것이었다.

 

겪어보지 않은 아픔을 위로로 건네는 말이 때로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면 좋은 말도 곱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에 암은 병도 아니라더라 이런 말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러니 위로를 하고 싶을 땐 차라리 점이라도 찍을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주면 어떨까? 라는 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양귀자 소설 [모순] 속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이 구절이 오랫동안 나를 안아 줬다.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해지려 했던 못난 나를 토닥여 줬다.p122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 낸 게 글쓰기였다. 혼자 울고 불고 아무 말이나 쏟아낼 수 있는 곳. ‘대나무 숲으로 블로그가 딱이었다. 이제는 억지로 눈물을 참지 않는다고 했다. 슬프고 힘들면 글을 쓴다. 하소연할 누군가를 찾는 대신 마음을 담아 쓴다. 몸과 마음이 힘든 나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방법은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글을 썼을 저자가 대단하다.

 

저자는 신문에 부고를 읽는 습관이 생겼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낯선 산을 혼자 헤매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지만, 이미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여서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누군가 살아가는 흔적들이 나를 일으켜 준다고 하였고, 아이를 끌어안을 때 순간의 행복을 확인한다고 하였다. 아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무 앞선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만의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매일 아침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나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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