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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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자신의 경험을 의도적으로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는데 [얼어붙은 여자]를 출간 이후 아버지를 주제로 한 [남자의 자리]를 썼다고 한다. 남자의 자리가 인상에 남기도 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글이 많았다.

 

소설은 어린 소녀가 성인 여성, 얼어붙은 여자가 되기까지의 여성의 삶을 그렸다. 소녀는 상점과 카페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외동딸로 자란다. 남성과 여성의 일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어린시절을 보낸다. 어머니는 식료품점을, 아버지는 카페를 맡았다. 소녀의 아침을 아버지가 해주신다. 학교도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온다. 아버지는 1년 내내 휴가 중인 사람처럼 보였다. 어머니는 꼼꼼하게 청소하는 것과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언제나 독서에 몰입하는 어머니를 존경하고 있다.

 

한쪽에는 남자들의 길이 있고, 다른 쪽에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길이 있지만,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같은 흐름 속에서 같이 산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세계를 형성한다.(p23)

 

외동으로 태어났지만 남자애 못지 않게 자랐다. 선생님은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 말해보라고 해놓고, “너는 네 엄마처럼 식료품점을 하겠지”(p75)라고 말해 아연실색한다. 오히려 어머니는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북돋아준다. 작가님은 부모님 세대인데 공부만 하라고 하는 대목에서 세상에나 이렇게 부러울수가 없다. 내가 태어나던 시절은 아이를 많이 낳았고 첫 딸이 태어나면 살림밑천이라고 좋아하셨는데 말이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하루 종일 냄비 앞에 혼자가 된다. 어머니 치마폭에 요리를 도운 과거가 없기에. 스스로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인정한다. 남편은 헌법을 공부하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해야 하는가? 시어머니는 자연과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강의도 하였는데 시아버지를 만나서 아이가 셋이 생겼고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들들과 며느리 자식들의 교육과 남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시어머니를 존경했다.

 

만약 내가 혼자 아이를 돌본다면, 내 공부는 끝장나고 엄청나게 많은 계획을 품었던 이전의 그 소녀는 죽어버리는 것이다.(p199)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아이와 외출하고 산책도 하고, 아이 엄마들과 공유도 해야 한다. 자신의 공부와 일을 하고 싶은 그녀가 안타깝다. 요즘 같으면 공동육아를 할텐데 이 때만 해도 옛날이어서 스스로 육아를 맡아주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남편은 여름이면 테니스 치러 가고, 겨울이면 스키 타러 가면서 아이 보는 데 두 명이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을 한다니 너무 심한 것 같다.

 

개학하기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시간 그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훌륭한 엄마 노릇을 해야 한다. 옷 상태를 살피고 아이를 미끄럼틀에 데려가고, 아보카도 요리를 만들어 볼 시간을 갖는다. 아이가 낮잠 자는 조용한 시간에, 독서를 즐기고, 시를 써본다.

 

에르노처럼 1960~70년대에 청춘을 보냈거나 그 시기를 살아온 여성들은 곳곳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아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얼어붙은 여자는 모든 여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같은 경험이라고 해도 풀어내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에르노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몽롱하게,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게 기억을 끌어 올린다. 이 책을 커플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여성은 공감을, 남성은 여성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고 상대편의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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