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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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흑사병이 피렌체를 황폐화시키고 있을 때 도시 밖으로 피신한 한 무리의 남녀가 서로를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액자소설 형태로 모은 선집인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뉴욕타임스]의 편집자들은 700여 년 전 [데카메론]이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처럼,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집필한 단편소설들을 한데 모으는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책은 2020712일에 29편의 단편들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으로, 세계 각지의 작가들이 암울하고 불안정한 시기에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를 우리나라가 슬기롭게 잘 대처 하고 있다는 뉴스를 간혹 듣기도 한다. 7월부터 모임 인원수를 늘려놓으니 식당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다. 변이가 극성을 부리니 항상 조심해야 하는 요즘이기도 하다. 29개의 이야기 중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 이름이 보여서 반가웠다.

 

은하계 간 위기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은 격리실을 떠날 수 없다. 밖에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 화장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없다. 모든 영양분을 활용하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 없다고 한다. 참을성 있는,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자매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작이 참을성 있는 그리젤다에게 청혼하는 장면은 폭력적이다. 화자는 두개골이 없으니 문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편리하다. 이 이야기는 재미라기 보다는 섬뜩하다고 해야겠다.(참을성 없는 그리젤다_마거릿 애트우드)

 

200912월에 이사해 들어갔던 공동주택, 바이러스가 덮쳐 4개월 반 만에 건물은 비었다. 그때 필라를 만났는데 생필품을 살 수 없다고 했다. 빈 집에는 ‘V’자가 표시되는데 비었다는 뜻이라고 한다.(빅터 라발_빅터 라발) 두 사람이 공원 산책을 한 지 3주가 되었다. 일상이던 모습들은 사라지고 마스크를 쓴, 말을 탄 경찰이 다가왔다. 그들에게 떠나라고 지시했다.(산책_카밀라 샴지) 예전 난생처음 참가한 하프마라톤에 팀을 이루고 훈련을 했던 것처럼 가족들과 함께한다. 중저음 블루투스 헤드폰을 통해 듣거나 읽은 바깥세상에 대한 소식을 공유했다.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새로운 세계 전체가, 직접 침범되지 않은 모든 이들이 함께하고 있는 팀워크다. (더 팀_토미 오렌지)

 

출판 기념 강연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돌멩이에 맞아 얼굴을 다친 소설가 로베르 브루사르는 아프지는 않았다.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고, 그런 가벼운 느낌이 영원히 지속되면 좋을 것 같았다. 책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첫 번째 돌멩이가 그를 가격했고 뒤따라 날아오는 돌멩이들도 보지 못했다. 돌멩이가 빗발치는 길 한복판에 쓰러졌다. 이건 아이러니하다.(돌멩이_레일라 슬리마니)

 

소년은 태어나서 TV를 본 적이 없다. 소년에게는 두 개의 나라가 있다. 어머니의 나라와 아버지의 나라이다. 아버지의 나라로 여행을 가서 조부모를 직접 본 적도 있다. 화면을 켜고 행복한 털북숭이 빨간 괴물이 나오는 쇼를 튼 것은 바로 그때였다. 소년은 그 괴물에 대해 물었다. 부모는 비행기에서만 산다고 설명했다.(스크린 타임_알레한드로 삼브라) 버스 운전을 하던 발레리는 운전대를 돌리기까지 반세기는 걸렸고, 너무 늦었다 갇혀 버린 것이다. 단골 승객들은 마지막 버스 클럽이라고 불렀다. 바이러스가 거리를 싹 비워 놓았다. 여기 있는 아홉 명이 온 힘을 다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거라고 선언했다. 어쩌면 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오늘 일에 대해 얘기할지도 모른다.(마지막 버스 클럽_캐런 러셀)

 

리브카 갈첸 작가의 여섯 살짜리 딸은 팬데믹에 대해 할 말도 거의 없고 물어볼 것도 많지 않지만 이따금씩 계획을 제시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를 수백만 조각으로 찢어서 땅속에 묻자고 한다. 아이는 코로나를 직접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너무 속상한 이야기라고 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이 들은 세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 아이들이 훗날 기억되는 코로나는 끔찍했다고 여길테니까. 팬데믹이 빨리 종식 되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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