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무늬 상자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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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의 신간 [붉은 무늬 상자]는 전원주택을 배경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학폭 미투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 피해자의 폭로에 공감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생각한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로 전학을 간 벼리는 겨울 방학을 끝내고 중3 새 학기가 시작되어 기숙사에 짐을 넣으러 가던 중 엄마와 은사리 폐가에 들어가게 된다. 엄마는 한참을 울고 있었는데 자신이 어렸을 때 살던 집이랑 위치도 그렇고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흉가나 다름 없는 이 집으로 이사를 하자고 한다. 지붕이 내려앉은 작은방에서 오래된 붉은 무늬 상자와 마루 한 가운데 놓인 가죽 구두를 발견한다.

 

이 집에 살던 열일곱 살 난 딸이 죽었단다.”소문을 듣게 된 벼리는 괴롭힘 당하던 태규를 도와준 이후 떠도는 세나에 대한 얘기를 무턱대고 믿고 판단하고 멀리 한 게 미안했다. 선배와 붙어먹은 아이라고 했다. 전학 와서 제일 먼저 들은 말이어서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세나는 학교도 결석을 하며 졸업하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세나에게 그동안 아토피로 인해 왕따당했던 흑역사를 얘기해줄 참이다.

 

남의 일에 간섭해도, 여러 사람이 하는 일에 동조하지 않아도, 자기 할 일만 하고 공부만 해도 왕따의 조건이 된다. 잘난체해도, 있는 체해도, 못나도, 지나치게 가난해도, 튀어도, 냄새가 나도, 지저분해도, 나처럼 아파도, 어떤 때는 쳐다만 봐도 따돌림의 표적이 된다.p71

 

엄마는 삶과 죽음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께름칙하네 뭐하네 하며 기피할 일도 개의치 않고 기계를 쓰지 않고 당분간은 집의 내력을 손으로 정리해주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블로그에 은사리 모습을 세세히 올리자 이웃 블로거들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방과 후 세나와 함께 붉은 무늬 상자를 열어본다. 상자의 주인은 고1 여고생 강여울이다. 또래들의 취향인 팬시와 책이 들어 있었고, 물건 보존 상태가 생각보다 좋았다.

 

일기장은 여울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블로그 글을 보고 이다학교 출신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전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들어 온 전학생 고현의 낙서에 여울이가 죽게 된 것이다. 요즘은 모든 것이 필터링 되는 시대인데 유명인에 대해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에 해당하는 시간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다. 이건 여울이네 집인데라고 비밀 댓글이 달렸고 이웃이 아닌 해시태그를 따라 들어왔다. shoot라는 사람과 댓글을 주고 받다 여울이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나와 벼리는 일기장을 덮고 말이 사람을 죽인 거라고 했다.

 

한 사람이 죽었고 소문에 소문이 덧씌워져 버려진 곳이 되었다는 게 화가 났다. 여울은 아빠가 그 말을 믿고 있었고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왜 그런 말이 떠도느냐고 했다. 부모님이 부끄러운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다이어리 사이에 아버지가 준 손편지는 마음이 아팠다. 못 본 척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가해라고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도 소문은 따라왔고 죽어야 할 것 같았다. 죽어야 끝날 것이다. 지워지지 않는 낙서는 영원히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여울의 일기장 맨 마지막 글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용기를 내어 진실이 밝혀지니 얼마나 좋은가. 사람(여울)은 죽고 없지만 누명은 벗어야 한다. 엄마는 집 본연의 모습을 살리면서 외할아버지가 지었던 옛집을 떠올리며 수리했다. 이 집만 보면 눈물짓는 이유를 말해주며 아버지에게 철없게 군 것 같아 부끄럽다고 했다. 누구든 와서 몸이든 마음이든 치료할 수 있는 집으로 만든 것은 대반전이었다.

 

[붉은 무늬 상자]는 청소년문학으로 자녀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학폭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두 딸이 잘 자라준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저자는 소설을 쓰며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이다. 타인을 위해 나서고 오래된 편견에 맞설 때 그 진가는 발휘된다고 본다. 수많은 눈이 외면하고 침묵할 때 폭력은 더욱 거세지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누군가 용기를 낸다면 그 용기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폭력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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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성공의 인사이트, 유대인 탈무드 명언 - 5천 년 동안 그들은 어떻게 부와 성공을 얻었나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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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성공의 인사이트, 유대인 탈무드 명언]의 저자는 인문학자, 지식큐레이터로 수만 권 이상의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워왔고, 빅데이터를 모으고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저서로 [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8],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지적교양 지적대화, 걸작 문학작품 속 명언 600],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등이 있다.

 

책은 유대인의 지혜를 담고 있는 탈무드 명언과 전 세계 상위 1% 유대인 위인들의 770가지 명언 등 5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탈무드란 위대한 연구라는 뜻으로 5,000년간에 걸쳐 유대인을 지탱해 온 생활 규범이다.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한 1901년부터 2021년까지 노벨 수상자 943명 중 유대인은 210명으로 22%를 차지한다. 인류사에 큰 획을 그은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마르크스를 비롯해 경제학자, 언론인, 투자가 등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인사 중 다수가 유대인이다.

 

이웃과 말다툼하는 사이로 살지마라. 불화가 살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서로를 비교해서는 안된다.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고쳐 주려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항상 우의에 있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탈무드에서는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르친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듯, 모든 사람은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이웃을 돕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 사람은 아직까지 참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모른다면 그의 친구를 보라. 탈무드, 유대인의 가르침은 곧 성경에서 출발한다. 성경에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구절이 있다. 이웃이란 함께 나누는 사이이다. 무조건 가까이 있다고 해서 이웃이 되는 것이 아니고, 먼 곳에 있다고 해서 이웃이 아닌 것도 아니다.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우리는 이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꼭 무언가를 대가로 지불하게 된다. 실제로 공짜 이벤트에 참여해도 우리의 개인정보를 파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을 명심해야 누군가의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웃에게 공짜로 베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자선이다. 자선을 받는 가난한 사람조차도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에 인색하지 말라.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나 감사에 굶주려 있다. 행복은 저절로 얻어지거나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행복의 열매는 열리지 않는다. 고난을 헤쳐 나가는 것에는 아주 중요한 준비물은 희망이다.

 

삶이 멈추는 날까지 , 어떻게?’라는 질문을 계속해라. 성공은 질문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유대인은 가난한 자를 경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위한 자선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탈무드]를 읽다 보면 우리의 편견과 다른 유대인의 정신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지금까지 읽은 가르침을 실천하며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부터, 지금 이순간부터 실천해야 한다. 인생은 계속해서 새롭게 쓰이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탈무드 명언에는 인간, 행복, 사랑, 유대인의 영혼이 들어 있다. 머리맡에 두고 자주 꺼내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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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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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의 주례사]는 결혼을 앞둔 딸에게 앞으로 살아갈 삶과 생활을 여러 가지 조언을 담은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다. 이 책은 8년이 지나 개정판으로 출간되었고 저자는 은퇴한 남편을 매니저로 두고 사는 결혼 40년 차 주부가 되었고, 제주로 이주해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 그녀들의 글 수다프로그램과 글 쓰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 글스테이를 운영중이다.

 

스물세 살에 결혼 한 저자는 남편이 둘째 아들이지만 시어머니와 산다는 것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좋다고 했다. 결혼 안한 시누와 시동생도 같이 살아서 스스로 선택한 시집살이지만 짐이 어깨를 짓눌렀다. 혼자는 외로워 결혼하고 싶어지겠지만 결혼만 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는 것은 착각이다. 둘인데 외로우면 혼자 있을 때 보다 외로움은 배가 된다.

 

저자는 시집살이를 심하게 하는 친구가 시집 식구에 대한 원망을 토해내는 것이 보기 흉하고 내 꼴도 저렇겠다고 생각하니 어차피 지고 가야 할 짐이라면 조용히 지고 가자생각했다. 마침 카페에서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가 흘러나왔다. 마흔 후반 즈음에 글쓰기를 배워서 블로그를 만들어 나이 든 여자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주재로 그동안 살아왔던 얘기나 일상들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혼자 잘 놀 줄 알아야 결혼해서도 행복하고, 더 나이 들어서는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아서 좋고 진짜 인싸가 되는 것이다. 저자의 딸이 엄마는 정말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들고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하지 않는가. 이 년전, 나의 친정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네 꿈을 인정해주는 남자라면 결혼해. 여자에게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꿈을 이루며 사느냐 아니냐에 달렸거든.p62

 

좋은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보는데 반대로 자기 얘기만 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 늘 부정적이고 인색한 사람,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이니 만나지 않는 게 좋다. 성공한 여자의 인생은 어떤 남편을 만났느냐보다 남편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어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시어머니 말투에 속이 상했지만 그때마다 일기를 썼고 남편이 편을 들어주니 자신은 시어머니 편에 서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 먹어갈수록 어른을 잘 모시면 복 받는다는 말의 뜻을 조금씩 알 것 같다.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준비에는 온갖 정성을 다하면서 정작 결혼생활에 관한 공부는 놓치는 게 좀 안타깝다. 결혼식은 순간이지만 결혼생활은 평생 이어지는 거니까 더 중요하다.

 

육아가 전쟁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수월해지는 법이고 아이들은 금방 크니 나를 닮은 아기를 꼭 낳아 키워보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을 남기는데 손글쓰기 아니더라도 컴퓨터로 쓰는 육아일기, 사진일기도 좋다. 저자는 박혜란의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보다가 부러웠다. 딸을 따뜻한 가슴으로 키워야 했는데 머리로만 키운 것 같고, 독립적인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명분 아래 무섭다고 품으로 파고들면 떼어놨다고 한다. 딸은 아이를 키운다면 물고 핥고 빨며어미 개가 강아지 키우듯 그렇게 키웠으면 좋겠다. 사람들 대부분 마음을 탁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 정신없이 사느라 가까운 친구를 옆에 두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니 젊은 시절부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라.

 

늦은 때란 없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꿈을 향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때라고 모지스 할머니 예를 들었다. 성형이나 시술을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살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피부는 젊었을 때부터 관리하라고 말한다. 신나고 재미있는 게 없을까 싶을 때 뭔가를 배우게 되면 방전되었던 휴대폰이 충전되듯 다시 힘이 생겼다. 신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든 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라는 미션을 준 건지도 모르니 사람도, 일도, 음식도, 운동도, 오직 자신에게 맞는 것이어야 행복하다고 전한다.

 

저자는 결혼 앞둔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쓴다는 게 오히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단다. 이 책은 친정엄마의 지혜와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어 나이가 많은 나에게도 많은 공감과 울림을 주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 생활을 하는 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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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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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을 데우는 군불처럼 따스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을 읽으며 수필은 이렇게 쓰는구나 감탄하였다. 이야기를 구성하여 글로 내놓는 사람, 작가는 누구의 이야기이든 글로 표현할 땐 글쓴이 자신의 의도를 글에 담는다고 한 박상률 작가의 추천글도 기억에 남는다.

 

내성행상불망비에서 보부상 십이령길 답사하던 날, 초입에서 오래된 비석 두 개를 만났다.정한조와 권재만의 공덕을 기린 것이다. 보부상들은 미역, 생선, 해산물들을 쪽지게에 지고 험준한 길을 걸어 봉화 춘양장과 내성장 등으로 팔러 다녔다. 3, 4일을 꼬박 걸어야 겨우 봉화장에 도착했다. 식솔들의 입에 들어갈 따뜻한 밥 한술을 위해 보잘것없는 삯전을 받으면서도 쉼 없이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저자는 십이령길에서 오래전 어머니가 생선이 가득 담긴 고무 함지박을 이고 다녔던 기억을 떠올린다. 마음속에는 어머니를 위한 공덕비 하나 세우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입학한 작은오빠가 공납금 전액 면제에 학기당 25천 원의 장학금을 받아 삐까번쩍한책상을 들이던 날 서랍도 세 개나 달려 있었고 무슨 비밀이라도 숨겨둔 양 꼭꼭 잠가놓고 아무도 손을 못 대게 했다. 오빠가 타지로 나간 후에야 책상은 작가의 차지가 되었다. 94세의 어머니는 순간순간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엄마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어버린 자식들만 옛날 그 책상 이야기를 하며 숙연해졌다.

 

친정 집이 하루아침에 경매로 넘어가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살림살이를 언니 집으로 옮겨놓고 집주인을 찾아가니 건설업을 하다 은행 빚을 못 갚아 부도가 났다고 했다. 주인은 사정이 좋아지면 전세금부터 갚겠다고 약속을 하고 난 후 허름한 집을 얻어 살게 되었다. 몇 년 후, 거짓말처럼 집주인이 돈을 들고 찾아왔다. 그런 성품의 사람이니 지금은 탄탄한 건설 회사 경영주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50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을 하는 딸의 학비가 걱정되어 몰래 봉투를 넣어 준 어머니, 저자는 그 돈을 어머니의 심장 같은 돈이여서 못 쓰고 있다고 했다. 40대 중반에 아버지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녀도 마지막엔 모르핀 주사에 의존해야 했다. 오빠들에겐 남자다움을 강요했지만 딸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어머니는 손수 만든 잠옷을 식구 수대로 보내주신다. 50년도 더 지난 낡은 재봉틀을 부여안고 몇 날 며칠 힘겹게 바느질을 했을 터이다. 아흔 살 어머니는 몇 년 전만 해도 다 쓸 수 있는 것들이라며 한사코 만류하더니 이제 철 따라 입을 옷 세 벌씩만 남기고 다 버려달라고 한다. 옷장에는 20년도 더 지난 코트부터 며느리가 혼수로 해온 이불까지 저마다 사연을 안고 모습을 드러냈다. 10여 년 전에 이미 당신이 손수 짠 삼베로 수의를 만들어놓으셨다. 햇볕에 쏘일양으로 보자기를 풀었는데 수의와 함께 남자용 파자마 두 벌이 들어 있었다. 낡은 재봉틀로 자식들이 입을 파자마를 만든다.

 

오빠는 동생들 학비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외항선을 탔다. 대신 자신의 꿈을 버렸고 쉰세 살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큰 아들 몫으로 파자마 두 벌을 만들어 수의와 함께 싸두었다고 했다. 그 파자마를 만들면서 어머니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머니 휴대폰 바탕화면에는 큰오빠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남해를 아름답게 소개해주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대도시 삶에 지친 사람이라면 남해 바래길을 느리게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볼 일이다. ‘바래란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갯벌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러 다니는 것을 말하는 남해 사투리인데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을 트레킹 코스로 만든 것이다.

 

수필의 끝에 묻고, 쓰다-시인과의 대담 두 편으로 마무리했다. 첫 번째 시인은 강은교 시인으로 이 세상에 와서 억울하게 죽어간 넋들을 위한 헌화가를 부르는 시대의 무당이 되길 자청한다. 두 번째 시인 허영선 시인은 제주 토박이인 시인이자 언론인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을 알리기 위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4.3이 남긴 상흔과 여성들의 비참했던 삶이 그려져 있다. 마침 읽었던 책이라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작가의 유년의 기억들, 지인, 가족들의 소중한 이야기다. 때로는 잔잔한 울림을 주는 우리의 삶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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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사료로 보는 청와대의 모든 것
백승렬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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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10일 청와대가 개방됐다. 이 책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기록한 사진과 글을 담고 있다. 저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된 후 보도용 사진을 찍다가 점점 청와대 안 건물, 그림, 가구, 풍경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했다. 조선시대 궁궐의 뒤뜰에서 오늘날의 청와대 모습과 건물에 담긴 전통 사상, 청와대 안 소박한 가구 등을 볼 수 있었고,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여민관, 가족의 사적 공간인 관저, 춘추관, 수궁터를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한 사진들을 실었다. 지금은 못가지만 언젠가는 청와대를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궁궐에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권력을 지녔던 왕과 왕비와 신하들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삶과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서울에는 조선시대 궁궐들이 있는데 경복궁은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고, 창덕궁은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경운궁과 창경궁은 그 모습이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여전히 궁궐로서의 기품을 갖추고 있다. 경희궁은 전각들을 거의 잃어버리고 정전의 승정전과 그 부근의 건물들 몇 채만 남아 있다. 현대에 와서 궁궐의 역할을 했던 곳은 바로 청와대였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정기를 완전히 끊어 버리겠다는 생각에서 경복궁을 유린하는 한편 1926년에는 총독 관저마저 경복궁 일대에서 물색하게 됐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해방 후에도 철거되지 않은 채 중앙청, 국립중앙박물관으로 70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사용됐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궁궐의 뒤뜰이었던 곳이 현대에 와서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셈이다.





청와대 장식 기와는 대부분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단다. 사악하고 나쁜 기운이 궁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팔작지붕은 우리 전통 지붕 모양 중 가장 아름답고 격조 높은 양식으로 꼽힌다. 해태상은 액운을 쫓는 벽사로도 사용됐다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게 보인다. 예전에는 하마(말에서 내리는 곳)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공식 환영식 때 외국 정상을 태운 승용차가 해태상 앞에서 정차한다.

 

대통령 영부인이 집무를 보는 곳이었다. 대통령 배우자의 집무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집무를 보며 비서실 직원과 각료들을 불러 국가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궁궐에서는 왕이 일상적으로 기거하면서 주요 신하들과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곳이 대전이다. 청와대에서는 여러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필자가 본관에 들어서면서 처음 만난 것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우리 것을 그린 손장섭의 고목 그림이었다. 천연기념물 고목 4그루 <효자송> <김제왕버들> <이천백송> <느티나무>20064월에 수장고로 들어가고 김병종의 <생명의 노래> 연작 4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녹지원은 청와대 후원으로,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글자를 풀어 보면 검푸른 영지 정원이란 뜻이다. 원래는 채소밭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총독 관저가 들어서면서 가축 사육장과 온실 등이 조성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와 120여 종의 나무가 잘 가꿔져 있다.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하던 관저는 19901025일에 완공됐다. 공적과 사적인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춘추관은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이자 출입기자들의 기사송고실로 사용됐던 곳이다. 출입기자들에게는 춘추삼락이라는 것이 있었다. 싼값으로 아침과 점심을 먹을수 있고, 대부분 시간을 춘추관에서 보냈다. 피로할 때 목욕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다는 것이다. 오전과 오후 한 시간씩 여민관에 있는 비서실 직원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지원 앞을 지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마지막 즐거움이 참여정부 들어서 사라졌다.

 

청와대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멋과 맛을 풍기는 우리 것 그 자체이다. 보도 목적이 아닌 청와대 사진을 찍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청와대를 좀 더 가깝게 들여다보고 드러나지 않았던 문화유산과 역사를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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