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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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우연과 필연으로 얽힌 킬러들의 생존 게임이 벌어진다. 두꺼운 페이지를 넘기며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퍼즐이 맞추어지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람의 심리를 잘 묘사 하였고 재치 넘치는 대사들이 코믹하다.

 

왕년에 킬러였던 알콜 중독자 기무라 유이치는 권총 한 자루를 들고 도쿄에서 모리오카로 가는 신칸센 하야테에 오른다. 여섯 살 아들을 옥상에서 떨어뜨려 중태에 빠뜨린 소년 왕자를 찾아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기무라는 왕자의 자가제 전기충격기에 찔려 몸이 마비되고 꼼짝 못하게 되었다. 쌍둥이 살인 청부업자, 형제 업자라고 불리는 밀감레몬은 인질로 잡힌 보스 미네기시 요시오의 아들을 무사히 구출하고, 돈이 들은 검은 트렁크를 들고 하야테에 오른다.

 

마리아의 지시로 검은 트렁크를 찾아 우에노에서 내리라는 미션을 받은 나나오5년 전 일을 시작했을 때, 예상치도 못한 큰일을 당하고 말았는데, 그때 한번 일어난 일은 두 번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게 잘못인지 당연하다는 듯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평상시에는 늘 불운에 휩싸여 사는 자기에게 웬일로 운이 좋은체험이 두 번이나 잇달아 일어났다. 첫 번째는 분리수거함 벽면 문짝을 열고, 그 속에 트렁크를 감출수 있었던 행운이다. 두 번째는 늑대의 좌석이 통로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라는 행운이었다.p124

 

콤비 킬러 밀감레몬은 미네기시 아들이 말벌이라는 업자의 독침을 맞고 언제 죽었는지도 몰라 당황한다. 일이 잘 못되면 둘의 목숨은 보장을 못한다. 보스는 아들을 구해라. 몸값을 다시 챙겨 와라. 범행을 저지른 일당은 모두 죽여라. 지시한 것이다. 미네기시는 거치적거리는 놈이 있으면 죽이면 그만이라고, 성가신 일이 생기면 처리하면 된다는 식이다.

 

싸이코패스 14세 왕자는 우연히 사람을 죽인 후 살인에 흥미를 가진다. 또래집단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였다. 기무라는 왕년 실력으로 소년을 제압할 수 있지만 아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왕자는 어른들에게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거죠?”라고 물어본다. 킬러들은 왕자를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며 왕자의 계획에 휘말려 사람을 죽이게 된다.

 

책을 많이 읽는 밀감은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우리는 사라져간다, 제각각 홀로를 인용한다. 레몬과 주고받는 암호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기무라는 타인의 의뢰를 받아 권총을 사용하며 사람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비인도적인 일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킬러 일을 청산하고 경비일로 바꾸었다.

 

올바른 게 어딨어.”

맞았어, 바로 그거야.”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옳다고 여겨지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옳은지 어떤지는 알 수 없어. 그러니까 이것은 올바른 거다라고 믿게 만드는 사람이 제일 센 거지.”p295

 

독서 감상문을 제출할 때 르완다 학살 관련 책에 대해 썼다. 초등학생이 그런 책을 읽는 것이 교사는 믿기지 않다며 조숙하다고 감탄했다. 왕자의 속마음은 미국과 국제연합의 어리석고 제멋대로인 논리에 관해 언급하며 이건 내 얘기다, 이 애는 위험한 존재다라고 알아채지 않을까 힌트를 준 셈인데 여교사는 알아채지 못했다.

 

아들에게 치명을 입힌 원수에게 복수하려고 하야테에 탑승한 알콜 중독자 기무라문학 애호가 밀감기관차 토머스에 푹 빠진 레몬악마 같은 영리함과 교활함으로 무장한 중학생 왕자나약한 청년 살인 청부업자인 무당벌레 나나오각각의 캐릭터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하고 사건이 벌어진다. 종착역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시간 30!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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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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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우 작가 작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미루고 먼저 읽었는데 역시나 기대한 만큼 재밌다. 적당히 외로운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 연애 소설이다. 이 책은 2004년 발표되어 13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공진솔은 대학 4학년 때 말단 스크립터로 시작해 라디오 방송국 FM에서 9년차 프로그램 작가다. 이번 개편으로 [노래 실은 꽃마차] 물갈이를 하면서 33세의 젊은 입사 5년차 이건 피디로 교체되었다. 원고가 탄탄하다고 평가가 좋다지만 건 피디는 시집을 내 시인이라 못 마땅 했다. 글깨나 쓴다는 피디들은 피해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 건은 진솔의 다이어리 페이지가 펼쳐지자 읽어보았다. “올해의 목표 연연하지 말자어디에 연연하지 말잔 거예요?”라며 처음 미팅은 심심한 농담으로 끝났다. 서점에서 이 건의 시집을 한 권 사서 읽다 보니 오랜만에 찾아드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풍랑이 일었다. 건의 시집은 삼 년에서 육 년 전 사이에 쓴 것들을 묶은거라고 한다.

 

리포터 한가람에게 바람을 맞게 되던 날 건피디와 만나게 되어 찻집을 갔다. 건과 친구 사이인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 찻집을 운영하는 김선우와 박애리는 연인사이다. 10년차 사귀고 있지만 선우가 방랑벽이 있어 한달에서 몇 달 여행을 떠나니 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싫다. 웬지 정이 안가는 선우를 애리의 부모님은 탐탁지 않게 여긴다.

 

<마도로스 수기>를 신청하는 노인이 있다. 꽃마차에 자주 전화를 걸어와서 블랙리스트로 올려두었는데 이필곤 노인이 이 건의 할아버지였다니 그것을 인연으로 자료가 필요해 건의 본가도 들리고 친구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연애를 하다보면 궁금한 것은 물어 보면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말을 하면 속이 좁다고, 말을 안하면 상대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마음은 상하는 그런 자존심 싸움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진솔이 먼저 건에게 사랑 고백을 해 버리고 방송국에서도 커플이라고 소문이 났다. 건의 말 실수 때문에 진솔은 돌아서게 되었다. 사랑해서 슬프고, 사랑해서 아파 죽을 것 같은 거 말고 좋은 사랑 할 거예요.

 

나요, 당신이 꽃마차 그만둔 뒤로는 다른 작가가 원고를 늦게 보내도 별로 기다려지지 않았어요. 그냥 방송 전에만 들어오면 되겠거니 했지. 전엔 당신이 원고를 보냈나 안 보냈나 두 시간 전부터 수시로 메일함 확인했었는데 난 그게 원고를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 당신 흔적을 기다리는 거였어.”p425

 

진솔은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조용한 시골로 거주지를 옮겼다. 건의 성격은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것이 장점이지만 무슨 일에 대해 결단성이 없는 것이 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사랑해보기로 한 그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한 번 더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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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I LOVE 그림책
트로이 커밍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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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림도 귀여워 그림책을 보면서 웃음 짓는다. 가끔은 그림책을 읽는 것이 힐링이 되기도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반려동물을 단순히 돌보고 키운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기견 아피는 버터넷로 이웃들에게 입양해 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다. 미안하지만 반려견이 될 수 없단다. 고양이가 개 알레르기가 있어서 안된다고 한다.

 

 

 

    

멍멍

제가 혹시 여러분의 반려견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배변 훈련이 잘 돼 있고, 제 소유의 뼈다귀 장난감도 있어요. 또한 놀이도 좋아한답니다. 진심을 담아 아피.

 

정육점 아주머니께 당신의 반려견이 될 수 있을까요? 내 생각엔 아주머니네 정육점이 나 같은 강아지가 살기에 딱 좋은 곳 같아요.

 

이봐, 친구!

난 너에게 좀 따질 게 하나 있어.

저번에 우리 가게에 개 한 마리를 들였더니 글쎄, 미트볼 한 봉지가 없어졌지 뭐야! 미안하지만 난 다시는 개를 들일 일이 없거든. -정육점 주인장 베로니카 생크-

 

5번 소방서 여러분 앞으로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편지를 보냈다.

친애하는 지원자 님, 우리 버터넷로 소방서와 함께 일하는 데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소방견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다

 

고물상 주인께 난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나의 선택 중 끝에서 두 번째예요. 정말이지 지난 며칠 동안은 무지무지 힘들었거든요. 고물이나 잡동사니를 훔치려 들면 힘껏 짖어 줄 수 있어요. 돌아온 답은 이 똥개야, 썩 꺼져!

    

 

 

 

버터넷로의 마지막 집에게

당신 집 마당엔 온갖 잡초들이 무성하군요. 창문들은 박살 나 있고, 도무지 좋은 냄새라고는 맡을 수가 없네요. 하지만 전 선택받지 못했답니다. 너무 외로워요-아피

마지막집은 아무도 살지 않아서 편지가 반송이 되어 왔다. 아우우우우!! 어떡하나

 

그런데 반가운 편지가 도착했다. 좋은 소식이 들어 있을까요?

따뜻한 사람이 반려인이 되겠다고 나섰다. 당연히 답장은 좋아요!!였다. 추신:멍멍

 

40페이지의 짧은 그림책이지만 볼거리가 많다. 아피의 편지마다 발 도장이 앙증 맞다.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해피엔딩이다.아피 행복한 날만 있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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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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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서정 호러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공포스러울지 알았는데 오히려 따뜻한 소설도 있다. 저자인 야마시로 아사코는 본명과 다른 필명으로 활동중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슬픔을 상실과 재생이라는 주제에서 바라본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아내와 둘이 사는 맨션에 유령이 나타났다. 피곤해서 그런 걸까 마음에 병이 들었나 아내에게 말을 하니 아내도 보인다고 한다. 방구석이나 침대에도 심지어 샤워할 때도 보인다. 우리에게 나쁜 짓은 하지 않는데 사적인 공간을 침입하니 마음이 불편하다. 심령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외출하던 날짜를 거슬러 추적을 한다. 물건에 귀신이 씌인거 아닌가 연구를 하다 귀신이 나타날때마다 그림으로 그려 블로그에 올려보았다. 비슷한 사람을 안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는 호러 소설을 쓰는 작가다. 후배 N이 연락이 와서 소설에 사용할 아이디어가 있는데 시간 관련 SF를 써보려고 한다고 하였다. 여자 친구가 술에 취하면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 과거와 미래가 뒤죽박죽 보이는데 술이 깨면 시간의 흐름은 정상으로 돌아온다. 후배는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경마에서 돈을 벌었다. 어느 날 N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 친구가 피를 흘리고 있는 N이 보이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는 여자친구가 술에서 깨어나는 걸 늦추기 위해 술을 계속 마시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렇게 하면 후배가 무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곤드레만드레 SF]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세 명이 자신이 낳은 아기를 죽였다. 고등학교 시절, 네 명은 이쿠타메 요리코의 교복을 더럽히고 괴롭혔다. 얼마 뒤에 요리코는 자해를 하고 그담주에 장례식을 치렀다. 결혼한 에게 유키에의 편지가 도착했다. 태어난 아이가 자살로 몰아버린 요리코를 닮아서 죽였다는 내용과 우리랑 똑같은 일을 당할지 몰라걱정된다는 메시지였다. 태어난 딸은 요리코와 같이 눈밑에 점이 세 개 있었다. 죽어서도 복수하려고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 것일까.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남에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에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의 얼굴]

 

성차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남편과 헤어져 딸 유코와 살게 된다. 한달에 한번 아이를 보러 오는 남편과 세 번째 만남에서 셋이서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말하는 것을 거절하자 남편은 여자에게 따귀를 갈겼다. 남편이 딸 아이를 데리고 도로에서 동반 자살 하는 모습을 본 충격으로 3년간 입원하여 약물치료를 병행하였다. 친정집에서 요양하면서, 산책을 나가면 엄마, 살려줘라는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은 들리지 않는지 무심히 지나치고, 약물 부작용으로 환청이라면 이상할 것 없다. 딸을 지키지 못한 마음이 그 목소리는 신경이 쓰인다. 어머니와 동생에게 혼자 외출을 해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개천 옆에 집들 근처에 들려본다. 여자는 엄마유코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눈물을 글썽인다. 환청이 아닌 실제 사람인 여자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바다에 빠진 안나는 사후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죽으면 영화관에 입장하여 그동안 살아온 삶을 주마등처럼 필름으로 보여주는데 다른 사람 필름이 상영 되었다. 같이 배에 탔던 아이들 안부를 물어본다. “당신이 살던 세상에서 시계 초침이 1초를 움직이는 동안 이쪽에서는 한 시간이 지나가는 셈이에요.” 아직은 지상의 육체에 들어 있다고 천사가 말한다. 안나의 필름을 찾지 못하면 아이들이 바다에 빠질거라고 한다. 등장 인물들의 필름은 각양각색의 인생이지만 하나같이 축복과 비애로 가득하다. 모든 필름이 별처럼 반짝여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잘 자요,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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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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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완독이 클럽에서 사전 리뷰단으로 선택된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형이 불치병 말기로 인생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을 때 본인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은 형의 생일 전날이었다. 이것을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슬프기는 하나, 이 이야기가 소설일 뿐이지 우레아 가족의 실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첫 문장이다. 이유는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몸이 쇠약해지면서 아버지의 유령이 보이면서 멕시코 사람은 실수를 하는 법이 없는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 돈 세군도는 멕시코 혁명 후 말을 타고 소노라에서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에 왔다.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으로 등록을 하고 임무를 잘 해냈다. 그 뒤 독일인을 증오하게 되었다. 영어를 배웠고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대대적인 멕시코인 추방 분위기에 남쪽으로 돌아갔고 데 라 크루스 가문은 다시 멕시코인이 되었다.

 

암 선고를 받고 70세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생일 파티는 오래 전에 알렸기에 막내동생인 리틀 엔젤은 시애틀에서 왔고, 올 수 있는 친척들은 다 왔다. 생일 일주일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장례식을 일주일 뒤로 미뤄서, 다음날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사람들은 그의 명령에 따랐다.

 

자매형제들은 빅 엔젤이 미국인이 되고 싶어 한다 씹어대면서 가족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자신은 미국인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빅 엔젤은 페를라와 결혼을 하면서 그녀가 데려온 아들들을 보듬으려 하였다. 분노를 통해 완벽한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잘 먹히지 않았다. 여전히 생부를 기억하고 있는 인디오는 빅 엔젤이 꺾을 수 없는 저항을 시작했고 집을 나갔다.

 

그 시절, 빅 엔젤은 직업이 두 개였다. 가끔은 세 가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불쌍한 페를라는 어두운 아파트에서 고생을 했다. 그녀는 그저 멕시코로 돌아가고 싶었다. 엔젤이 왜 이토록 미국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더 나은 삶이 아니었다. 적어도 고향에서는 더불어 사는 이웃이 있었고, 웃음이 있었다. 심지어 희망도 있었다. 티후아나에서는 파티를 하고 싶으면, 길 한가운데에다 모닥불을 지필 수 있었단 말이다.p252

 

빅 엔젤은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기를 잘했다고 하였다. 본인보다 아들이 먼저 죽는 건 견딜 수 없으셨을거야 아내도 거들었다. 리틀 엔젤은 아버지가 미국 여자의 사이에 낳은 배다른 동생이다. 리틀 엔젤의 생모에게 쫓겨나자 빅 엔젤은 아버지를 모셨다. 사람은 아프거나 죽을때가 되면 옛날 일을 떠오르는 건지 빅 엔젤은 다양한 방법으로 어머니를 실망시켰다고 회상한다.

 

그는 수첩에 나의 멍청한 기도 제목들이라고 적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아내와 사랑을 못 나누는게 아쉬웠고, 걷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 페를라 여동생들에게 추파를 던지던 시절이 그리워했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지만 가족들을 위해 일만 해왔던 빅 엔젤을 가족의 지도자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그날 저녁 페를라와 빅 엔젤은 서로 당신 덕택이라며 덕담을 나누는 장면은 보기 좋았다. 이 책은 단 이틀 동안 일어난 일을 담았다. 어머니 장례식과 빅 엔젤의 생일 파티에 대한 것이고 한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것이라 읽다 보면 많이 어수선하다. 음담패설, 농담을 동생과 자녀들에게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 멕시코 문화인지 적응이 쉽지 않았다. 대가족이 시끌벅적한 이틀 동안, 빅 엔젤과 그의 가족들의 추억을 읽으며 나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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