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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이도우 작가 작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미루고 먼저 읽었는데 역시나 기대한 만큼 재밌다. 적당히 외로운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 연애 소설이다. 이 책은 2004년 발표되어 13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다.
공진솔은 대학 4학년 때 말단 스크립터로 시작해 라디오 방송국 FM에서 9년차 프로그램 작가다. 이번 개편으로 [노래 실은 꽃마차] 물갈이를 하면서 33세의 젊은 입사 5년차 이건 피디로 교체되었다. 원고가 탄탄하다고 평가가 좋다지만 건 피디는 시집을 내 시인이라 못 마땅 했다. 글깨나 쓴다는 피디들은 피해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 건은 진솔의 다이어리 페이지가 펼쳐지자 읽어보았다. “올해의 목표 ‘연연하지 말자’ 어디에 연연하지 말잔 거예요?”라며 처음 미팅은 심심한 농담으로 끝났다. 서점에서 이 건의 시집을 한 권 사서 읽다 보니 오랜만에 찾아드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풍랑이 일었다. 건의 시집은 삼 년에서 육 년 전 사이에 쓴 것들을 묶은거라고 한다.
리포터 한가람에게 바람을 맞게 되던 날 건피디와 만나게 되어 찻집을 갔다. 건과 친구 사이인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 찻집을 운영하는 김선우와 박애리는 연인사이다. 10년차 사귀고 있지만 선우가 방랑벽이 있어 한달에서 몇 달 여행을 떠나니 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싫다. 웬지 정이 안가는 선우를 애리의 부모님은 탐탁지 않게 여긴다.
<마도로스 수기>를 신청하는 노인이 있다. 꽃마차에 자주 전화를 걸어와서 블랙리스트로 올려두었는데 이필곤 노인이 이 건의 할아버지였다니 그것을 인연으로 자료가 필요해 건의 본가도 들리고 친구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연애를 하다보면 궁금한 것은 물어 보면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말을 하면 속이 좁다고, 말을 안하면 상대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마음은 상하는 그런 자존심 싸움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진솔이 먼저 건에게 사랑 고백을 해 버리고 방송국에서도 커플이라고 소문이 났다. 건의 말 실수 때문에 진솔은 돌아서게 되었다. 사랑해서 슬프고, 사랑해서 아파 죽을 것 같은 거 말고 좋은 사랑 할 거예요.
“나요, 당신이 꽃마차 그만둔 뒤로는 다른 작가가 원고를 늦게 보내도 별로 기다려지지 않았어요. 그냥 방송 전에만 들어오면 되겠거니 했지. 전엔 당신이 원고를 보냈나 안 보냈나 두 시간 전부터 수시로 메일함 확인했었는데 난 그게 원고를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 당신 흔적을 기다리는 거였어.”p425
진솔은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조용한 시골로 거주지를 옮겼다. 건의 성격은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것이 장점이지만 무슨 일에 대해 결단성이 없는 것이 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사랑해보기로 한 그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한 번 더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