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2권이 고대 이후를 다루었다면 이 책 0권은 고대 이전부터 138억년 전까지 지식의 출발점부터 시작한다.

1권 <현실> 편과 2권 <현실 너머>편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대는 이원론이 지배하는 시간이었다. 1권은 소수의 지배자와 다수의 피지배자로 세계를 양분해서 이들의 계급갈등이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2권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로 세계를 구분하고 이러한 진리에 대한 관점이 철학, 과학, 종교, 예술의 분야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확인했다. 이 책 <제로>편은 모든 시리즈에 앞선 시대를 다룬다. 책의 구성도 일원론의 구조를 따랐다. 베다, 도가, 불교, 철학, 기독교의 개별 분야를 관통하는 일원론적 사유를 서술하였다.

우리는 <창세기>보다는 빅뱅 이론에 더 친숙하다. 우주가 먼지보다도 작은 매우 압축된 상태에서 대폭발과 함께 지금의 크기로 팽창했다는 설명이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구약>을 신뢰하는 상황에서, 우주가 빛의 폭발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이론이다. 4억 년부터는 우주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80억 년 무렵에 우리 은하 안에 태양계가 형성되었다. 우주의 나이가 대략 138억 년 무렵이 된 어느 날, 당신이 태어났고 이 책을 읽으며 우주의 탄생과 성장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주와 지구의 탄생으로 생명의 시작은 철학의 문제까지 내포 되어있다. 인류의 공통 조상은 다른 유인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수많은 개체를 탄생시키며 문제적인 후손을 등장하게 했다. 진화에 대하여는 찰스 다윈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4만 년 전에는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피엔스의 어원은 라틴어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신인류가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구인류는 멸종되었다.

[범아일여]는 인문학이 다루는 세 가지 주제를 모두 담고 있다. ‘범’, 브라흐만은 ‘세계는 무엇인가?’ ‘아’, 아트만은 자아를 뜻하고 오늘날의 ‘자아는 무엇인가?’ ‘일여’는 오직 하나라는 뜻이므로 ‘세계와 자아의 관계는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응한다.

이처럼 범아일여의 사상은 우리에게까지 도착하여 낯선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고대 인도인의 사상을 다루는 이유가 있다. 바가바드 기타는 베다와 우파니샤드와 함께 힌두교의 3대 경전이고 중요한 철학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모든 정신적 기원으로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 노자, 공자, 붓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이 등장하였다.

서양 철학에서 이원론의 그림자가 천천히 걷히고 있는 것과는 달리, 기독교의 세계관은 이원론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접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졌다. 특히 교회의 아버지라는 뜻의 교부 철학자들의 역할이 컸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독일 기독교 신비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세상 모든 이가 각자 발 딛고 있는 수많은 세계관을 가장 근원적인 기준으로 나눈 것이 일원론과 이원론이다. 한국인은 이원론의 세계관 위에 서 있다고 한다. 그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그 바깥이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제로]편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 사상 즉, 동양의 사상과 서양의 사상 인물들을 연결하면서 통찰의 순간이 펼쳐진다. 어려운 것을 풀어서 쉽게, 넓은 것을 아울러서 깊게 풀어 쓴 이 책은 지식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게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고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 그럴 때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한다. 여러 권의 책을 읽기도 하지만 한 문장, 한 구절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이면 더 좋을 것이다. 리딩투데이에서 50일 챌린지로 <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를 만나게 되었다. 책 표지도 예쁘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며 문장마다 감성과 공감을 주었다.

 

이 책은 감성을 자극하고 깨달음의 단초가 되며 실행의 동기가 되는 시, 소설, 수필, 영화 속 한 구절 동서고금의 지혜가 담긴 명구, 동시대적 공감이 느껴지거나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살다 간 이들이 전 생애를 걸고 토해낸 삶의 진실이 깃든 언어들을 담았다. 5개의 파트에 1월부터 12월까지 사 계절에 맞는 365개의 문구는 저자의 일관된 개념을 내포한다. 문장이 끝날 때 마다 저자의 생각인 <한 줄의 공감>이나 <한 줄의 깨달음>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한참 많은 시절에는 인생을 좀 더 그럴듯하고 심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잠 깨어 밥을 먹고 공부하거나 일을 한 뒤 다시 잠이 드는 일상처럼 시시한 게 인생일리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볼 날이 더 많아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떤 식으로 보내왔건 인생은 자신이 겪은 하나하나의 사소한 순간 그 자체의 총합임을 깨닫게 된다.(p240)

 

사소한 소개 글 몇 줄에도 온 힘을 다할 때가 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빼앗겨 혼신을 다해 몰입하는 일은 인생의 지극한 기쁨이다.

 

오래전 읽었던 책을 세월이 지나 다시 읽으면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한다. 옛날에는 이해할 수 없던 내용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관심이 없어 잘 보이지 않던 부분을 새로 발견하기도 한다. 분명 같은 책임에도 연륜에 따라 혹은 관심사의 변화에 따라 다른 내용이 보인다. 처음 읽거 썼던 독후감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세월과 함께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지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p342)

 

삶은 옷감의 무늬 같은 것이다. 씨실 날실의 한 올 한 올이 매일매일의 일상이다. 일상의 한순간 한순간이다. 실이 한 올씩 오갈 때는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일정한 형태와 색조를 띤다. 옛 노래의 한 구절처럼 한숨을 섞어 짜면 옷감에 수심이 밴다. 행복감을 불어넣으면 온기가 감돈다.

 

저자는 아이템을 정하고 원문을 찾고 일일이 번역하는 일이 마치 사전 만드는 것처럼 시간이 걸리고 집중이 필요했다. 그런 노력이 이 책을 보는 누군가가 삶의 세부를 충실히 채워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한다. 이 책 한 구절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도와주는 문장들을 음미하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 vs 클래식 - 대결하는 클래식 듣기의 즐거움
김문경 지음 / 동녘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KBS 클래식 FM [생생 클래식] ‘오늘의 클래식코너에서 매일 쉽고 흥미로운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 음악 해설가 김문경의 클래식 이야기. 클래식 음악의 법칙을 라이벌 대결 구도로 만들고 야구 해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어렸을 적, 어깨 너머로 듣게 된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을 통해 피아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기 전 제공 되어 있는 유튜브에 월광을 먼저 들었다. 책과 연주를 보고 듣고 좋은 시간이 되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D단조 K. 466> 협주곡 1악장 시작 부분에서 오케스트라가 관습적으로 연주하는 구간을 오케스트라 제시부라고 지칭한다. 오케스트라 제시부는 오랫동안 일관된 원칙을 유지해왔는데 영화에서 처음부터 주인공을 등장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피아노 협주곡 1>에서 <3>까지는 예전대로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의 등장을 위해 유지하다가 <피아노 협주곡 4G장조 Op.58>에 이르면 오케스트라 제시부 없이 처음부터 피아노가 연주되는 방식을 채택한다. 당대로서는 극히 기묘한 방법이었다.

 

베토벤<교향곡 7> 2악장 전곡을 들어보았다. 클래식 음악을 영화음악으로 사용하면 영화 제가사로서는 여러모로 이득이다. 음악의 주제가 마치 말하는 듯한 독특한 멜로디 유형을 사용해서 이루어진다. 총 연주 시간 80분이 넘는 말러 <교향곡 2부활’> 전체를 처음부터 다 들으려고 하지 말고 5분 남짓 되는 4악장 근원의 빛한 곡만 먼저 들어보고 곡이 좋아졌다면 나머지 악장으로 외연을 넓힐 것을 권한다. 모든 지휘자가 바짝 긴장하는 스트레타가 바로 슈만<교항곡 4> 피날레의 끝부분이다. 게네랄파우제 후에는 더 빠른 프레스토로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템포의 가속이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마지막의 프레스트가 의미 있게 들린다.

 

쇼팽의 첫 스승은 아버지 친구 아달베르트 지브니라는 사람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쇼팽이 독자적 피아니즘을 구축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리스트의 첫 스승은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의 길을 포기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카를 체르니다. 체르니는 열 살 때 베토벤 앞에서 피아노 소나타 비창을 연주한 후 베토벤의 제자가 되었다. 나중엔 리스트의 첫 스승으로서 어린 리스트를 연습시켜 베토벤에게 데리고 간다. 리스트의 연주를 들은 베토벤은 어린놈이 대단하군. 난폭한 아이야!” 베토벤의 직관도 대단하였다.

 

라흐마니노프는 일단 거대한 손으로 유명하며, ‘와 한 옥타브 위 를 한꺼번에 거뜬히 짚을 수 있었다. 그래서 흐마니노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라흐마니노프 때문에 오늘날 많은 피아니스트가 손가락 사이가 찢어질 듯한 중노동을 하게 되었다.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전주곡 C샵단조 Op. 3No. 2> 중간 부분은 쇼팽처럼 물 흐르듯 시작하다 점점 리스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재빠른 양손 화음의 교차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곡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연주자들은 집에서 각자 연주를 했습니다. 이를 취합해 릴레이 연주로 편집한 바흐 샤콘느도 들어보세요. 각 변주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형식미를 탐구하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 집에서 녹음한 것을 합쳤기에 음질은 들쑥날쑥하지만 전 세계적 전염병의 창궐 속에서 연주자들이 스마트 시대의 기술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상물이라고 생각합니다.”(p296)

 

클래식 음악이 우아하고 고상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비교하며 호러영화 같은 오싹한 공포를 선사한다. “좀비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으스스한 공포물 클래식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음악으로 악마의 포스를 뿜어내는 리스트가 이 곡을 내버려둘리 없었다. 그가 피아노 솔로로 편곡한 <죽음의 무도>20세기에 명성을 휘날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다시 한 번 손을 보았다. 완성한 이 곡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 피아니스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 바이올린으로 표현하는 악마성과 피아노로 구현하는 스릴감은 서로 다르면서도 엇비숫한 효과를 발휘한다.

 

음악은 우리 실생활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깊게 파고든다. 그중에서도 죽음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음악만큼 슬픈 것도 없다. 모차르트, 베르디, 포레의 <레퀴엠> 그리고 브람스 <도이치 레퀴엠>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감상 음악이자 필하모니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저자가 설명하는 곡이나 설명하는 곡의 특정 부분을 바로 듣거나 볼 수 있게 동영상 QR코드를 함께 수록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곡을 보고 들으며 책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김정 지음 / 부크럼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제목에 끌리게 된다. 간절히 원하던 목표에 노력하여 가까스로 닿았지만, 한순간에 그것을 잃게 된다면 아득하고 절망적일 것이다. 이 책은 연합뉴스 TV 전 아나운서, 현 프리랜서 김정이 홀로 삶을 담대하게 펼쳐가는 이야기다.

 

저는 이제 모든 압박과 불안을 떨치고

제 행복과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

 

저자는 서른이 되던 해에 백수가 되어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니 앞이 깜깜했다. 재취업을 하고 또 계약해지가 되는 과정 속에서,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티비에 나오는 사람은 아니지만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면접에서 지원 동기를 묻는다.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가요’? 일반적인 답변 말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으로 대답했다. ‘멋져 보이니까요.’ 면접관들의 표정을 유추해보면 재미있군이라고 느끼신 듯했다. ‘합격통보를 받아냈다. 우선 주말에만 계약직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해서 팀장님과 인사를 하기 위해 회사에 나갔다. 주중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야 했다. ‘왜 저를 굳이 주중에 불러내셨어요. 인사는 주말에 나눠도 되잖아요!’ 간단한 인사를 위해 오늘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온 거라구 차라리 말을 하지 말보다 더한 솔직한 표정이라니. 이처럼 솔직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녀가 부당해고의 상처가 컸으리라 짐작이 간다.

 

야간 방송을 마치고 막차 버스를 놓쳐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돌아보시며 방금 들은 목소린데?” 하며 목소리를 알아봐 준 경험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기억이다. 티비 아나운서들은 출근하면 가장 먼저 분장실로 가서 메이크업과 의상을 다 갖춰 주니 편하게 출근하면 되었다. 회사의 두 번째 공개 채용이라 선배들에게도 처음 맞는 후배라 서툴렀다. 신입이라 분장실에 너무 일찍 가도 안되고 늦어도 안되는 상황도 겪는다.

 

게스트를 불러 대담을 진행할 때 남녀 앵커가 질문 하나씩을 번갈아 가며 하는데, 남자 앵커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저자는 다음에 할 질문만 달달 외우고 있었는데 그게 조금 전 답변이어서 내 질문만 외우느라 게스트 답변을 듣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처음 방송을 진행하는 일은 매력적이고 하나씩 깨닫고 배우면서 점점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룬 회사로부터 이제 그만 나오세요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면 느끼는 감정은 뭘까. 선배들이 하나둘 일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후배들에게 항상 플랜 B’를 강조한다. 누군가는 근무하는 동안에 취집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취직과 시집을 합친 취집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과 씁쓸함을 잊지 못한다.

 

5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마지막 방송 날이 다가왔다. 클로징 멘트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남겨야 할지 고민을 하다 그동안이라는 표현을 택하기로 했다. ‘뉴스를 마칩니다. 그동안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새벽 5시가 되기 전 회사 정문을 빠져나오면서 웬만하면 광화문 쪽은 다시는 오지 않기로 확실하게 다짐했다. 저자의 이런 기분 알 것도 같아 읽으면서 울컥해진다.

 

이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책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통을 시작했다. 외부의 사건이 아닌 내 안에서 나오는 말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진정으로 프리한프리랜서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지나 유튜버, 선생님, 작가가 되기까지 그녀의 경험담을 통해 불안과 좌절을 이겨내고 더 단단하게 인생의 행복을 일구기 위한 용기를 안겨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먼암살자], [증언들]로 영문학 최고의 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하고,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등 걸작을 탄생시킨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덕적 혼란]은 같은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소설집이다.

 

노부부의 일상은 아침 식탁에 앉으면서 시작된다. 나는 노년의 여성이고 남편의 이름은 티그이다. 과도 정부위원회 지도자가 막 죽임을 당했다고 티그는 아침에 신문을 읽으며 알려준다. 지금은 죽고 없는 고양이 드림린을 생각한다. 나쁜소식은 먼 곳에서 들려온다. 폭발, 기름 유출, 집단 학살, 기아, 그 모든 것이. 우리는 닥쳐올 경우를 대비해 알고 있어야 한다.

 

넬은 열한 살이던 여름에 뜨개질을 하며 보냈다. 어머니가 출산 예정이어서 아기 배내옷 입습을 만드는 중이었다. 여동생이 태어났다. 어머니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필요가 없이 넬이 뜨개질을 해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너무 여위었다. 아기를 돌보는 것은 넬의 몫이 되었다.여동생은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넬이 할로윈을 맞아 머리 없는 기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자고 있지 않고 깨어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공포에 떨었다. 가족들은 넬이 동생을 잘 다룬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넬은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 시험에서 15점이나 차지하는 [나의 전 공작 부인]이라는 시를 무조건 통과해야 했다. 우리는 진학하지 않으면 결혼을 하거나 노처녀가 될 것이다. 최고의 영문학 교사 베시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어느 해 대학에서 문법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고 프리랜서 편집자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언이라는 남자와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로 지내다 헤어지게 되었다. 넬은 스스로를 차단해 버린 절대적 고독에 시달린다. 어느 날 티그와 오나 부부를 알게 되고, 원치 않던 관계를 맺게 된다.

 

넬과 티그는 시골로 달아났다. 남의 남편과 달아나다니 이 말에 놀랐다. 티그는 결혼 생활로부터 달아났다. 그들은 농장을 임대했다. 침실 세 개 중 하나는 티그의 방이었다. 넬이 사무실이나 서재로 쓸 수 있도록 남겨 두었다. 그녀는 교정 원고를 펼쳐 놓을 책상이 필요했다. 세 번째 침실에는 이층 침대가 두 개 있었다. 티그의 자녀들을 위한 것이었다. 때때로 오나가 티그와 아이들과 함께 차를 운전해서 농장으로 오기도 했다. 자유를 원했던 오나는 티그와 넬을 짝지어주고,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생활이 시작된다. 티그와 아이들은 돌아와서 편안히 둘러 앉았다. 여기서 나만 아무와도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오나는 돈을 더 받으려 결별 동의서를 미루고 있었고 오히려 넬이 수익을 위해 미성년인 자신의 아들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난의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넬은 동물들을 키우면서 농장생활에 익숙해져갔다. 열한살 차이 나는 여동생 리지가 농장으로 왔다. 별 문제가 없으면 오지 않았는데 문제는 남자에 관한 것이었다. 홉스 선생은 리지가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어 약을 처방했는데 치료하는 동안 직업을 갖거나 학교에 다니거나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을거라고 넬과 함께 살아야 했다. 티그는 오나를 위해 집을 사주고 월세까지 내주었다. 오나는 몸이 편치 않아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집을 내놓은 상태에서 뇌졸중으로 죽고 말았다. 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넬은 가족 안에 뿌리 내린 과거와 마주하며 생의 황혼을 맞이한다.

 

곤충학자인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의 어머니, 오빠와 어린 여동생으로 이뤄진 애트우드의 가족은 실제로 [도덕적 혼란]속의 배경과 흡사한 삶을 살았다. 도시와 오지를 오가는 생활 패턴으로 인해 열두 살까지 학교에 정규적으로 다니지 못했으나 책을 벗 삼아 고독을 이겨냈고, 열여섯 살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다. [도덕적 혼란]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여 어디까지가 그녀의 이야기인지 짐작은 할 수 없다. 어려서는 동생을 보살펴야 했고 대학을 나와 전문직 여성이 되었지만 결혼을 하고 남편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넬의 일생을 스냅 사진처럼 포착한 소설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애트우드의 다른 작품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