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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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암살자], [증언들]로 영문학 최고의 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하고,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등 걸작을 탄생시킨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덕적 혼란]은 같은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소설집이다.

 

노부부의 일상은 아침 식탁에 앉으면서 시작된다. 나는 노년의 여성이고 남편의 이름은 티그이다. 과도 정부위원회 지도자가 막 죽임을 당했다고 티그는 아침에 신문을 읽으며 알려준다. 지금은 죽고 없는 고양이 드림린을 생각한다. 나쁜소식은 먼 곳에서 들려온다. 폭발, 기름 유출, 집단 학살, 기아, 그 모든 것이. 우리는 닥쳐올 경우를 대비해 알고 있어야 한다.

 

넬은 열한 살이던 여름에 뜨개질을 하며 보냈다. 어머니가 출산 예정이어서 아기 배내옷 입습을 만드는 중이었다. 여동생이 태어났다. 어머니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필요가 없이 넬이 뜨개질을 해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너무 여위었다. 아기를 돌보는 것은 넬의 몫이 되었다.여동생은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넬이 할로윈을 맞아 머리 없는 기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자고 있지 않고 깨어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공포에 떨었다. 가족들은 넬이 동생을 잘 다룬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넬은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 시험에서 15점이나 차지하는 [나의 전 공작 부인]이라는 시를 무조건 통과해야 했다. 우리는 진학하지 않으면 결혼을 하거나 노처녀가 될 것이다. 최고의 영문학 교사 베시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어느 해 대학에서 문법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고 프리랜서 편집자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언이라는 남자와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로 지내다 헤어지게 되었다. 넬은 스스로를 차단해 버린 절대적 고독에 시달린다. 어느 날 티그와 오나 부부를 알게 되고, 원치 않던 관계를 맺게 된다.

 

넬과 티그는 시골로 달아났다. 남의 남편과 달아나다니 이 말에 놀랐다. 티그는 결혼 생활로부터 달아났다. 그들은 농장을 임대했다. 침실 세 개 중 하나는 티그의 방이었다. 넬이 사무실이나 서재로 쓸 수 있도록 남겨 두었다. 그녀는 교정 원고를 펼쳐 놓을 책상이 필요했다. 세 번째 침실에는 이층 침대가 두 개 있었다. 티그의 자녀들을 위한 것이었다. 때때로 오나가 티그와 아이들과 함께 차를 운전해서 농장으로 오기도 했다. 자유를 원했던 오나는 티그와 넬을 짝지어주고,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생활이 시작된다. 티그와 아이들은 돌아와서 편안히 둘러 앉았다. 여기서 나만 아무와도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오나는 돈을 더 받으려 결별 동의서를 미루고 있었고 오히려 넬이 수익을 위해 미성년인 자신의 아들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난의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넬은 동물들을 키우면서 농장생활에 익숙해져갔다. 열한살 차이 나는 여동생 리지가 농장으로 왔다. 별 문제가 없으면 오지 않았는데 문제는 남자에 관한 것이었다. 홉스 선생은 리지가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어 약을 처방했는데 치료하는 동안 직업을 갖거나 학교에 다니거나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을거라고 넬과 함께 살아야 했다. 티그는 오나를 위해 집을 사주고 월세까지 내주었다. 오나는 몸이 편치 않아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집을 내놓은 상태에서 뇌졸중으로 죽고 말았다. 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넬은 가족 안에 뿌리 내린 과거와 마주하며 생의 황혼을 맞이한다.

 

곤충학자인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의 어머니, 오빠와 어린 여동생으로 이뤄진 애트우드의 가족은 실제로 [도덕적 혼란]속의 배경과 흡사한 삶을 살았다. 도시와 오지를 오가는 생활 패턴으로 인해 열두 살까지 학교에 정규적으로 다니지 못했으나 책을 벗 삼아 고독을 이겨냈고, 열여섯 살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다. [도덕적 혼란]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여 어디까지가 그녀의 이야기인지 짐작은 할 수 없다. 어려서는 동생을 보살펴야 했고 대학을 나와 전문직 여성이 되었지만 결혼을 하고 남편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넬의 일생을 스냅 사진처럼 포착한 소설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애트우드의 다른 작품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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