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김정 지음 / 부크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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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제목에 끌리게 된다. 간절히 원하던 목표에 노력하여 가까스로 닿았지만, 한순간에 그것을 잃게 된다면 아득하고 절망적일 것이다. 이 책은 연합뉴스 TV 전 아나운서, 현 프리랜서 김정이 홀로 삶을 담대하게 펼쳐가는 이야기다.

 

저는 이제 모든 압박과 불안을 떨치고

제 행복과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

 

저자는 서른이 되던 해에 백수가 되어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니 앞이 깜깜했다. 재취업을 하고 또 계약해지가 되는 과정 속에서,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티비에 나오는 사람은 아니지만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면접에서 지원 동기를 묻는다.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가요’? 일반적인 답변 말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으로 대답했다. ‘멋져 보이니까요.’ 면접관들의 표정을 유추해보면 재미있군이라고 느끼신 듯했다. ‘합격통보를 받아냈다. 우선 주말에만 계약직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해서 팀장님과 인사를 하기 위해 회사에 나갔다. 주중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야 했다. ‘왜 저를 굳이 주중에 불러내셨어요. 인사는 주말에 나눠도 되잖아요!’ 간단한 인사를 위해 오늘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온 거라구 차라리 말을 하지 말보다 더한 솔직한 표정이라니. 이처럼 솔직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녀가 부당해고의 상처가 컸으리라 짐작이 간다.

 

야간 방송을 마치고 막차 버스를 놓쳐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돌아보시며 방금 들은 목소린데?” 하며 목소리를 알아봐 준 경험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기억이다. 티비 아나운서들은 출근하면 가장 먼저 분장실로 가서 메이크업과 의상을 다 갖춰 주니 편하게 출근하면 되었다. 회사의 두 번째 공개 채용이라 선배들에게도 처음 맞는 후배라 서툴렀다. 신입이라 분장실에 너무 일찍 가도 안되고 늦어도 안되는 상황도 겪는다.

 

게스트를 불러 대담을 진행할 때 남녀 앵커가 질문 하나씩을 번갈아 가며 하는데, 남자 앵커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저자는 다음에 할 질문만 달달 외우고 있었는데 그게 조금 전 답변이어서 내 질문만 외우느라 게스트 답변을 듣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처음 방송을 진행하는 일은 매력적이고 하나씩 깨닫고 배우면서 점점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룬 회사로부터 이제 그만 나오세요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면 느끼는 감정은 뭘까. 선배들이 하나둘 일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후배들에게 항상 플랜 B’를 강조한다. 누군가는 근무하는 동안에 취집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취직과 시집을 합친 취집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과 씁쓸함을 잊지 못한다.

 

5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마지막 방송 날이 다가왔다. 클로징 멘트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남겨야 할지 고민을 하다 그동안이라는 표현을 택하기로 했다. ‘뉴스를 마칩니다. 그동안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새벽 5시가 되기 전 회사 정문을 빠져나오면서 웬만하면 광화문 쪽은 다시는 오지 않기로 확실하게 다짐했다. 저자의 이런 기분 알 것도 같아 읽으면서 울컥해진다.

 

이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책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통을 시작했다. 외부의 사건이 아닌 내 안에서 나오는 말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진정으로 프리한프리랜서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지나 유튜버, 선생님, 작가가 되기까지 그녀의 경험담을 통해 불안과 좌절을 이겨내고 더 단단하게 인생의 행복을 일구기 위한 용기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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