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vs 클래식 - 대결하는 클래식 듣기의 즐거움
김문경 지음 / 동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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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BS 클래식 FM [생생 클래식] ‘오늘의 클래식코너에서 매일 쉽고 흥미로운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 음악 해설가 김문경의 클래식 이야기. 클래식 음악의 법칙을 라이벌 대결 구도로 만들고 야구 해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어렸을 적, 어깨 너머로 듣게 된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을 통해 피아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기 전 제공 되어 있는 유튜브에 월광을 먼저 들었다. 책과 연주를 보고 듣고 좋은 시간이 되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D단조 K. 466> 협주곡 1악장 시작 부분에서 오케스트라가 관습적으로 연주하는 구간을 오케스트라 제시부라고 지칭한다. 오케스트라 제시부는 오랫동안 일관된 원칙을 유지해왔는데 영화에서 처음부터 주인공을 등장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피아노 협주곡 1>에서 <3>까지는 예전대로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의 등장을 위해 유지하다가 <피아노 협주곡 4G장조 Op.58>에 이르면 오케스트라 제시부 없이 처음부터 피아노가 연주되는 방식을 채택한다. 당대로서는 극히 기묘한 방법이었다.

 

베토벤<교향곡 7> 2악장 전곡을 들어보았다. 클래식 음악을 영화음악으로 사용하면 영화 제가사로서는 여러모로 이득이다. 음악의 주제가 마치 말하는 듯한 독특한 멜로디 유형을 사용해서 이루어진다. 총 연주 시간 80분이 넘는 말러 <교향곡 2부활’> 전체를 처음부터 다 들으려고 하지 말고 5분 남짓 되는 4악장 근원의 빛한 곡만 먼저 들어보고 곡이 좋아졌다면 나머지 악장으로 외연을 넓힐 것을 권한다. 모든 지휘자가 바짝 긴장하는 스트레타가 바로 슈만<교항곡 4> 피날레의 끝부분이다. 게네랄파우제 후에는 더 빠른 프레스토로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템포의 가속이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마지막의 프레스트가 의미 있게 들린다.

 

쇼팽의 첫 스승은 아버지 친구 아달베르트 지브니라는 사람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쇼팽이 독자적 피아니즘을 구축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리스트의 첫 스승은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의 길을 포기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카를 체르니다. 체르니는 열 살 때 베토벤 앞에서 피아노 소나타 비창을 연주한 후 베토벤의 제자가 되었다. 나중엔 리스트의 첫 스승으로서 어린 리스트를 연습시켜 베토벤에게 데리고 간다. 리스트의 연주를 들은 베토벤은 어린놈이 대단하군. 난폭한 아이야!” 베토벤의 직관도 대단하였다.

 

라흐마니노프는 일단 거대한 손으로 유명하며, ‘와 한 옥타브 위 를 한꺼번에 거뜬히 짚을 수 있었다. 그래서 흐마니노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라흐마니노프 때문에 오늘날 많은 피아니스트가 손가락 사이가 찢어질 듯한 중노동을 하게 되었다.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전주곡 C샵단조 Op. 3No. 2> 중간 부분은 쇼팽처럼 물 흐르듯 시작하다 점점 리스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재빠른 양손 화음의 교차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곡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연주자들은 집에서 각자 연주를 했습니다. 이를 취합해 릴레이 연주로 편집한 바흐 샤콘느도 들어보세요. 각 변주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형식미를 탐구하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 집에서 녹음한 것을 합쳤기에 음질은 들쑥날쑥하지만 전 세계적 전염병의 창궐 속에서 연주자들이 스마트 시대의 기술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상물이라고 생각합니다.”(p296)

 

클래식 음악이 우아하고 고상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비교하며 호러영화 같은 오싹한 공포를 선사한다. “좀비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으스스한 공포물 클래식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음악으로 악마의 포스를 뿜어내는 리스트가 이 곡을 내버려둘리 없었다. 그가 피아노 솔로로 편곡한 <죽음의 무도>20세기에 명성을 휘날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다시 한 번 손을 보았다. 완성한 이 곡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 피아니스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 바이올린으로 표현하는 악마성과 피아노로 구현하는 스릴감은 서로 다르면서도 엇비숫한 효과를 발휘한다.

 

음악은 우리 실생활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깊게 파고든다. 그중에서도 죽음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음악만큼 슬픈 것도 없다. 모차르트, 베르디, 포레의 <레퀴엠> 그리고 브람스 <도이치 레퀴엠>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감상 음악이자 필하모니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저자가 설명하는 곡이나 설명하는 곡의 특정 부분을 바로 듣거나 볼 수 있게 동영상 QR코드를 함께 수록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곡을 보고 들으며 책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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