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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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조너선 스위프트/김문성/스타북스

 

이 책은 저자가 감옥에 갇힐 각오로 오염된 인간의 이면을 신랄한 비판과 독설로 펼쳐낸 풍자소설로 18세기 영문학의 백미로 꼽힌다. [걸리버 여행기]는 우리나라에서 소인국, 거인국만 주로 소개되면서 동화로 많이 알려져 아동소설로 분류되어 왔지만, 18세기 영국의 정치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은 성인용 대작으로 영국에서 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걸리버의 다양한 모험세계를 흥미롭게 그린 이 책은 1부 소인국인 릴리퍼트 기행, 2부 거인국인 브롭딩낵 기행, 3부 하늘을 나는 섬, 4부 말들의 나라 기행 등을 담고 있다. 1부와 2부 소인국, 거인국은 동화로 많이 알려진 어린이 책으로 인식되게 해준다. 3부와 4부는 비판적 풍자가 절정을 이룬다.

 

선상 의사였던 걸리버는 남태평양으로 떠나는 선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169954일 브리스톨을 떠났다. 동인도로 가던 중에 거센 폭풍우를 만나게 되었다.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활을 들고 화살통을 멘 15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사람들의 나라였다. 소인국은 구두 굽이 높은 굽과 낮은 굽으로 당파가 갈라진다. 이는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을 풍자했다고 한다. 달걀을 어느 쪽으로 깨는지에 따라 파벌 싸움이 일어나고 쩨쩨한 군주를 비꼬기도 한다. 걸리버가 위기에 있을 때마다 항상 배나 보트를 만나는 것이 신기하다.

 

 

 

거인국에서는 보리가 12미터 가까이 자라나 있고, 2미터나 되는 꼭대기에 6미터도 넘는 거대한 돌이 놓여 있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었다. 농부는 걸리버를 데리고 하루에 열 번씩 공연을 했고, 사람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왕비가 후한 값을 치러 왕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국왕은 철학과 수학에 조예가 깊었는데 걸리버를 훌륭한 기술자가 만든 태엽인형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학자는 걸리버가 태아이거나 낙태한 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작은 눈으로 보는 거인국 세상은 추하게 보인다. “왕비는 농부 열두 명이 한 끼로 먹을 양을 한 입에 넣곤 했다. 그 모습이 이따금 역겨워 보였다.”(p133)

 

걸리버는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 앞에서 명예를 지키려 애쓰는 일이 얼마나 한심한 짓인지 깨달았다. 지난 세기 동안 영국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듣고 국왕은 경악했다. 음모, 반란, 살인, 학살, 혁명, 추방의 연속이며 탐욕, 편파, 위선, 불신, 잔인, 분노, 광기, 증오, 질투, 욕망, 악의, 야심이 빚어낸 최악의 결과라고 평했다.

 

 

 

하늘을 나는 섬의 라퓨타 사람들은 생김새, 차림새, 얼굴까지 이상하다. 모두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한쪽 눈은 안쪽을, 다른쪽 눈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음악이나 수학에 관심이 있어 어떤 문제에 빠지면 주변 생활에는 관심이 없다. 섬의 여성들은 남편을 나두고 외간 남자를 찾는다. 아내가 바람이 나도 남편은 연구에 몰두한다는 뜻이다. 배설물을 다시 음식으로 만드는 일,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하는 일 등 황당한 연구에 골몰한다. 현실성 없는 기술로 오히려 나라를 더욱 황폐하게 하고 일본을 여행하는 김에 옆집인 우리나라도 방문했다면 어땠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휴이넘 기행은 말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말이 인간 같은 이성 있는 존재이고, 인간은 야후라 불리는 괴물로 등장시킨다. 이 나라에서 더럽고 추악한 본성을 가진 생명체는 야후이다. 휴이넘(말이라는 뜻으로 자연의 완전한 창조물에서 온 말이다)은 언제나 이성을 중시하고 절제, 근면, 운동, 청결을 가르친다. 이 나라에서는 의심 혹은 불신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다. 걸리버는 휴이넘에게 영국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프랑스와의 기나긴 전쟁, 군주의 야심, 부패한 내각 등으로 수백만이 목숨을 잃었다. 인간은 이성을 갖췄다고 주장할 수 있나 의문을 던진다.

 

 

 

네발로 다니고 말의 흉내를 내기도 하는 걸리버는 이곳을 떠나기 싫었지만 의회결정(홀로아인)을 거쳐 걸리버를 보내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온 처음 1년 동안은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견딜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야후처럼 느껴지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은 생은 마구간에서 말과 대화하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남긴다.

 

걸리버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인류에게 정보를 알리기 위함이고 영국의 야후 사회를 어떻게든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 보려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내용은 절대로 영국과 관련된 것이 아님을 밝힌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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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3
김고명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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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로 생존하기 위해 매일 잊지 않고 반복했던 일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좋은습관연구소에서 보내주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기도 하였지만 읽을 책이 줄을 서는 바람에 거절을 하려고 했는데 읽어보기를 잘했다. 군더더기 없이 잘 읽히고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다. 이 책은 앞으로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책을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번역 12년 차인 저자가 번역한 책이 40권쯤 된다고 한다. 검색을 해보니 나도 한 권 읽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작년 2월에 읽었던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이다. 저자가 2년의 공익 생활을 시작하면서 영어 원서 [어린 왕자]를 읽었고, 블로그에 몇 년 동안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나중에 번역을 할 때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이 책은 한 단원이 끝날때마다 Tip 코너가 있다. 글을 쓸 때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한다고 생각하고, 소재는 뭐든 괜찮다. 일주일에 세 번이상 쓰며 최소 열 문장씩 쓴다. 준비 없이도 부담 없이 편하게 쓴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었다. 혼자서 번역을 하면서 기본기를 다졌기 때문에 현직 번역가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집으로 다니다 집이 편하다는 것을 알았고, 뽀모도로 기법으로 시간 관리 방법을 터득하고 지금까지 쓰고 있다. 25분 단위로 끊어서 일하면 총 작업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집중력을 키우려면 메모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사야할 것, 해야 할 일, 읽어야 할 책, 글감, 번역 수정 사항, 번역 중 막히는 문장 등으로 메모장에 기록한다.

 

일을 할때는 방해가 되는 요소를 없애버리는 미니멀리즘을 선호하는 중이다. 매일 번역 일을 할 때 책상에는 모니터, 키보드와 트랙패드, 메모장, 번역 원서와 독서대, 휴대폰, 물 등이다. 5년이 지나 베스트셀러가 되고 금방 몸값이 오를 줄 알았다. 번역한 책이 40종이나 되니 괜찮게 팔린 책들도 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이름 석 자를 기억하지 못한다. 저자의 이름 김고명을 치면 칼국수, 떡국 레시피만 나왔었는데 10년쯤 되니 역서들이 검색 상위권에 나와서 칼국수를 이긴 게 눈부신 업적이라는 말이 웃프다.

 

저자는 번역일은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하는 일이라 운동이 필수라고 하였다. 저자는 하다 그만두었더라고 안해 본 운동이 없다. 번역가로 오래 살려면 주 3일은 운동을 해야 한다로 정해놓고 실천하고 있다. 번역은 연기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위해 필사를 한다. 나도 하루 종일 책만 읽을때가 많으니 운동은 필수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더불어 필사도 해봐야겠다.

 

이 책은 10년 넘게 버틸 수 있었던 저자의 습관이 기록되어 있다.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니라 누구나 마음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고, 여기 습관들이 번역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도 아니라고 언급한다.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내 일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 일의 지속성을 만들고 싶은 분들, 돈 안 되는 일인지 알지만, 너무 하고 싶어서 속 터지는 분들, 그거 돈 되겠어? 이런 주변 핀잔에, 멋진 한 방을 보여주고 싶은 분들, 좋아하는 일, 죽을 때까지 하다가 멋지게 죽고 싶은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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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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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할 때는 결코 밤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니까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기욤 뮈소 작품 네 번째로 읽게 되었다. [사랑하기 때문에]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상처와 고통이 있다. 이 소설은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신과 의사인 마크 해서웨이와 바이올리니스트 니콜은 5년 전 딸이 실종되고 부부의 삶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라일라, 다섯 살짜리가 한 쇼핑몰 근처에서 실종된다. 아빠인 마크는 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알코올에 찌들어 세상을 등지고 도시의 내장 속으로 숨어들어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나 되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던 니콜은 강도에게 습격을 당하지만 노숙자 마크가 대신 칼을 맞는다. 마크는 치료도 끝나지 않았는데 라일라를 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다시 거리를 떠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마크의 죽마고우 커너와 정신과 의사로 성공하여 병원을 차렸었다. 마크의 딸이 실종되고 친구가 사라지자 한동한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커너는 신경과학의 연구들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우울증의 생물학적 원인을 분석하는 분야에서 선구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시련에 대처하는 능력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커너의 가방을 소매치기 하던 열다섯 살 소녀를 붙잡았다. 에비는 복수를 위해 돈이 필요했고, 권총을 사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5년 전, 실종된 딸 라일라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딸을 잃어버렸던 쇼핑몰 앞에서 발견되었다. 노숙자 차림으로 딸을 만날 수 없어 면도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니콜은 사라지고 없었다.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갈 수는 없지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만 남겨두었다.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라일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무언증에 걸려 있다. 마크는 딸을 데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에비, 앨리슨을 만나게 된다. 마크는 비행기 안에서 술을 마시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미친 건가 금단현상을 느낀다.

 

억만장자 리처드 해리슨 자살이라는 신문기사 하나가 차지하고 있다. 리처드의 상속녀 앨리슨은 남자친구와의 낯 뜨거운 비디오가 인터넷에 유포되고,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 되었다. 남자 아이를 치여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그녀는 방황하고 있었다. 자살 시도를 해보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에비의 엄마는 간이식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간이식을 받지 못한 엄마는 몇 주밖에 살지 못했다. 엄마의 장례식에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메리디스가 고백을 해왔다. ‘금전상의 성의 표시할 의사가 에비 엄마를 명단에서 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한 것이다. 음주를 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수술을 받지 못했다. 대신 메리디스가 간이식 수술을 받고 살아난 것이다. 에비는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며 의사를 죽이리라 마음 먹었던 것이다.

 

마크와 커너는 어린 시절 그린우드에서 마약 거래를 하였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커너가 사건에 휘말리고, 크게 사고를 당하고 나서 갱단들을 죽이게 되었자. 그들의 돈을 가지고 도망을 쳤다. 커너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 마크는 치료를 받고 인간적인 의사로 거듭났다. 앨리슨은 밀림 속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전해 들었다. 에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기욤 뮈소 소설을 읽고 있으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긴박감 넘치는 스릴 있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이 소설에 등장인물들도 따스한 인간애를 가졌다. “나는 사랑 이야기가 없는 작품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인간의 행동은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따라서 사랑이라는 독특한 감정을 기술하는 작가인 나에게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기욤 뮈소가 [사랑하기 때문에]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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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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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정말 못 견디게 궁금하여 끌려가듯 읽게 된다.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작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는 뛰어난 문학성을 지닌 심리 스릴러이다.

 

보조 조경사로 일하는 주인공 노라는 런던을 벗어난 마을 말로에 있는 언니 레이첼의 집에 가기 위해 기차에 오르며 언니와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한다. 지난 여름 언니와 함께 지내려 콘월에 집을 하나 빌렸었다. 크리스마스에 휴가를 낼 수 있어 집을 예약할 계획이다. 언니가 역에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언니는 교대가 늦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에 이상할 것 없다.

 

언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끔찍하기 짝이 없다. 언니가 기르던 저먼셰퍼드 페노가 계단 꼭대기에 자기 목줄로 매달려 있다. 층계참까지 새빨간 손자국이 나 있다. 언니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이다. 언니를 향해 기어가며 울부짖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린다. 맞은편 차를 세워두는 문 없는 헛간은 지금 비어 있다. 옥스퍼드대 교수가 사는 곳으로, 언니는 고상한 농부라고 부른다. 경찰차와 구급대가 오고 애빙던 서 모레티 경위에게 누구 짓이죠? 묻는다.

 

15년 전 열일곱 살 언니가 인적이 드문 길을 걷다가 모르는 남자에게 당했던 무차별 폭행을 떠올린다. 혹시 그 남자가 다시 언니를 찾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경찰은 언니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언니가 마신 술의 양과 언니가 울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집착했고, 사기를 치거나, 몸을 팔려다가 과격하게 거절당했을 거라고 의심했었다. 경찰은 노라를 말로에 있는 여관에서 쉬게 한다.

 

누군가 테넌츠라이트에일을 마시고 던힐을 피우면서 언니를 지켜보았다. 내 뒤의 능선을 유심히 살펴본다. 뾰족한 바위를 하나 찾아 한 바퀴 빙 돌자, 발밑에서 쓰레기와 낙엽이 탁탁 소리를 낸다. 남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다. 난 무섭지 않다. 언니한테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보고 싶을 뿐이다.p61

 

엄마는 어릴 때 돌아가시고 가끔 연락만 하는 아버지는 3년 전 마지막 대화를 했다. 경찰은 언니가 1년 동안 사귄 남자가 있는지 묻는다. 2년 전 결혼할 뻔했던 스티븐은 그날 하루 종일 자기 식당에서 일을 했다. 노라는 진술을 하다가 일요일에 언니가 마틴이란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었다. 마틴이라는 이름은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환자 중에는 없었다.

 

노라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범인을 찾는 데 자신이 몰랐던 언니의 비밀들을 알게 된다. 언니가 남모르게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입양했다는 페노는 방범용으로 훈련된 개였던 것이다. 언니 차 트렁크에 짐이 가득 든 여행 가방이 두 개 있었다. 콘월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던 것이다. 노라는 남자친구 가방에서 검정색 레이스 팬티를 발견하고 연애를 끝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남자친구가 한눈을 판 여자가 언니였다는 것에 놀란다.

 

경찰은 언니가 자신을 폭행한 남자를 찾으러 다니다 5년 전에 그만 찾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준다. 15년 전 언니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남자, 언니의 집 주변을 배회하며 언니를 지켜본 남자, 언니와 언니의 저먼셰퍼드를 잔혹하게 죽인 남자, 노라가 지금 찾는 것은 세 사람인가, 한 사람인가?

 

사람들은 레이첼이 노라와 닮았지만 더 아름다운 여자라 기억한다. 키스 덴턴의 집 욕실 바닥에서 레이첼 사진이 발견되고, 경찰은 그를 심문했다. 노라는 키스의 중간 이름이 마틴은 아니지만 마틴이 키스를 지칭하는 이름일 가능성은 존재한다 생각한다. 언니의 스토킹으로 추정되는 키스가 구속중일 때 노라는 언니 유해를 가지고 자매의 추억이 서린 폴페로로 향한다. 키스가 무혐의로 풀려나고 오히려 노라를 의심한다. 소방관이 보니 언니가 죽었는데 노라가 울지 않았다는 이유다. 끝까지 범인을 추적해 가는 노라는 과연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콘월의 제일 좋은 점이 뭐야?” 언니한테 물었었다. 하지만 속 뜻은 따로 있었다. 사실 이런 뜻이었다. “살아 있어서 제일 좋은 점이 뭐야?”

언니가 대답했다. “글쎄.”

우선은 --” p374

 

언니가 나에게 하려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언니는 누구였을까. 너무나 많은 연루자들과, 생각과는 달랐던 언니의 삶. 과거의 그 사건에서 자매가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 경찰도, 자신의 기억도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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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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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서울대 학생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할 때 김헌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다. 기회가 생기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그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학생이나 일반이나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이미 해봤고, 가봤고, 먹어봤어 새로울 게 없어, 질문한다는 건 내가 모른다는 것인데 나의 무지를 들키고 싶지 않아이런 이유로 묻고 따져보는 일을 이토록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이 책은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나는 누구인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등 9가지 거대한 문을 통과하여 일상의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델피를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점에는 옴파로스라는 이름의 돌이 놓이게 되었다. 옴파로스는 그리스 말로 배꼽이라는 뜻이다. 아폴로 신전은 신전 자체보다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가며 상대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이끄는 사람이었다. 상당히 겸손한 태도로 보이는 이 말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고, 오래 깊이 숙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로마 신화가 아니라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묶어서 이야기하는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에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은 영토를 확장해서 그리스 제국이라 할 만한 나라를 건설했다. 대왕이 죽은 뒤 거대한 제국은 크게 네 개의 나라로 나뉘고, 모두 쇠퇴했다. 이탈리아 중부의 조그만 도시에서 시작된 로마는 팽창하고 로마는 그리스 본토를 침략한다.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인들은 굉장히 놀랐다. 그리스의 문화가 너무 멋졌던 것, 로마도 발달하였지만 군사력이 강했다. 그리스에는 로마가 갖추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정신적인 면에서 앞서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스인들은 예술과 철학을 즐기고 문학과 연극의 형식 속에서 신화를 이야기했다. 로마 고유의 신화도 지워지면서 상당 부분이 그리스 신화와 유사하게 변하게 된 까닭에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붙여서 말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일단 재미있다. 기발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걸 읽고 있으면 삶의 시름 같은 걸 잠시 잊게 된다고? 나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어렵다기 보다 신들이 많이 나와서 못 외우는 문제도 있었는데 이 책으로 신화가 재미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자아에 관한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커피 농장의 노동 문제, 저자가 학창 시절 겪었던 방황, 청소년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꿈을 가지라는 말 등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에까지 생각이 미칠수도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가는 평소에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는다. 가까운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 죽음이 피부 가까이 느껴지는 듯하고 그동안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외면해왔던 죽음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불멸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의 삶을 선택한 오디세우스의 선택, 짧고 굵은 영웅의 삶을 선택한 [일리아스] 속 아킬레우스의 선택 등 죽음을 주제로 수천 년의 세계를 넘나드는 지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답을 고민하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비록 답이 틀려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해도 그 경험은 인생을 항해하는 힘이 될 것이다. [천년의 수업]은 자신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묻는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길이 보이며,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점점 더 넓은 세상이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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