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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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야심차게 내놓은 이야미스인 [비웃는 숙녀]의 속편이다. 법정을 유유히 빠져나간 절세 미녀이자 희대의 악녀 가모우 미치루는 어떻게 변했을까 [비웃는 숙녀]는 마지막 장의 반전이었다면 [다시 비웃는 숙녀]는 각각의 사건이 연결되어 하나의 표적을 향해 나간다.

 

비영리법인 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사무국장 후지사와 유미는 야나이 고이치로 국회의원 공설비서가 되는 게 꿈이다. 협회는 사실 국회의원 자금단체로 회비와 기부금은 야나이 정치자금으로 쓰이는데 요즘 수입이 감소 되었다. 아카리의 소개로 노노미야 쿄코에게 투자 하게 되었고 최종 손익 숫자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경찰에 호소를 하였지만 사기죄를 입증하기 어렵고 검찰도 기소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유미는 믿고 있었는데 부질없는 인생이었다.

 

쇼도관 부관장인 이노 덴젠은 노숙자 진노를 교주로 만들었다. 교단을 키운 외부 요인은 사회불안이지만 무엇보다 교주의 큰 키에 철인 같은 외모, 저음의 목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외모가 그럴싸하면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일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주부 세이코를 안심시키고 그녀의 경제 상태를 생각해봤다. 관장 이나오는 재정을 늘리려면 신자수를 늘려야하고 그게 안 되면 이노가 부관장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어질거라 최후통첩을 한다. 쿄코는 교주가 내는 자서전을 출판하여 신자들에게 나눠주거나 판매하자는 제의를 한다. 인쇄비와 제본비를 입금하였지만 원고가 바꿔치기 된 것을 알게 된다. 이노는 간부 중 한 명에게 몰매를 맞고 쓰러진다.

 

이노가 추방되고 구쓰미는 노노미야 플래닝 스튜디오로 들어온다. 자신이 조사를 해봤는데 노노미야 쿄코는 예전에 희대 악녀 가모우 미치루의 옛 파트너가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의심으로 묻는다. 쿄코는 야나이 고이치로에게 볼일이 있다며 공동 전선을 펴자고 한다.

 

구라하시 효에는 야나이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다. 구쓰미가 도의원 출마해 볼 것을 권하니 자신이 정치가에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상상을 해본다. 쿄코는 프리랜서 당선청부인 자격으로 구라하시에게 농지를 2억 엔에 사서 3억 엔에 되팔라고 하였지만 입금하는 동시에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기 일당은 이체가 끝난 뒤 바로 튀었다고 오래 전부터 계획된 사기였다.

 

노노미야 일당은 구니에다 법무사가 무능해서 일이 수월했다고 한다. 야나이 정책 비서 사키타 아야카, 야나이를 사모하고 존경했으므로 관계를 강요당해도 두말없이 허락했다. 국회의원이고 유부남인데 야나이와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다니 위험한 발상이다. 야나이가 총리가 될 때까지 손발이 되기로 맹세한다. 아야카는 상대편 의원과의 실수로 야나이에게 쫓겨나 직장을 잃었다.

 

10년도 더 지난 울트라프리 사건은 대학 동아리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다. 이벤트나 파티를 주관하는 단체인데 야나이 고이치로가 주도하였다. 4백명 중에 구쓰미의 딸 마리카도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야나이는 명단을 넘기는 대가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솜방이 처벌 어디가나 있어 울화통이 치민다. 야나이는 악몽을 꾼다. 누군가 자신을 매장하려는 것일까 의심을 한다. 아카리는 야나이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이 구쓰미와 관계가 있고 울트라프리 사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 구쓰미의 딸이라고 알려준다. 구쓰미가 딸과 부인의 원수를 갚으려 한다면 야나이 고이치로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역시 결말을 뒤집는 대반전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노는 데 직접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 쿄코는 진정한 사이코 패스일까 악녀일까 씁쓸한 웃음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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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토월 - 이문구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4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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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토월은 이문구 대표중단편선으로 암소, 일락서산,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우리동네 , 우리동네 , 명천유사, 유자소전, 장동리 싸리나무 등 열 편의 소설이 실렸다. 암소와 장동리 싸리나무에는 이십 오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 문장들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가 있다.

 

황구만씨 집 머슴인 선출은 4년 동안 세경 팔만원을 제대할 때 찾는 조건으로 3부 이자로 주인에게 빌려준다. 황씨는 소창직 직조 사업을 했지만 인근 공업단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되었고, 농가부채로 빚을 신고한다. 선출의 계약서대로 송아지를 한 마리 샀다. 암소가 되어 송아지를 배자 선출은 팔아서 애인 신실이와 이곳을 뜨고 싶었다. 황씨는 팔지 않는다고 실강이를 벌인다. 황씨집에서 고사를 지내던 날, 술지게미 한 양푼을 소여물통에 쏟아주었다. 술동이 있던 광문이 열려있고 술독이 나자빠져 있고 바닥은 지게미와 찌꺼기로 뒤발하고 있었다. 술지게미로 목을 축인 소가 거나해지자 술내가 풍기는 광에 들어가 술 한 독을 다 먹고 펄펄 뛰다 탈진해버렸던 것, 소 주둥이에 녹두가루를 물에 타서 먹여도 봤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선출이의 사년간 모아온 아픔을 신실이마저 목놓아 울어대었다.(암소)

 

13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 칠성바위들의 안부를 살피면서 옛 기억을 떠올린다. 양반가의 자제라 할아버지의 지시로 일가 손윗사람이 아닌 이에게 경어나 존칭을 써본 적이 없었다. 동네 사람의 거지반이 행랑이나 아전붙이여서 하대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관촌부락에 대사가 자주 있었지만 음식은 입에도 대지마라였다. 반면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부르면 막걸리값이라도 보태주며 탁주 한두 잔 사양하지 않았다.(일락서산)

 

서른이 넘은 나이에 옹점이를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십 년이 위였고, 학교를 다닌 적이 없지만 국한문을 가리지 않고 터득했다. 지하조직 총책이던 아버지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 가택수색을 벌이면 옹점이가 나서서 막아 주었다. 미군들이 기차에서 물건을 던지는데 빵에다 가래침을 뱉아 던져주다니 너무 하네 하며 읽었다.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대로 무엇을 떨어뜨리고 가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옹점이 남편도 전쟁에 나가 행방불명 되었다.(행운유수)

 

희망 없는 애라는 별명으로 욕을 먹지만 에게는 듬직하던 친구 대복이를 추억한다. 못된 장난은 다 치고 고질화된 도벽을 키운 것은 사람들이 상종을 않으려고 하는데서 삐둘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나를 만나면 주머니를 뒤집어보여 잡혀나온 것이면 무엇이든 서슴없이 손에 쥐여주고 싶어했다. 참봉집 손녀딸을 건드리려 하여 붙들려 가고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서 일도 하였다.(녹수청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공산토월은 빈 산이 달을 토한다는 뜻으로 삼촌뻘인 신현석을 추모하기 위해 제목을 붙였다. 석공이라는 별명을 불리는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남을 도와 준다. 아버지가 구금되었을 때 사식 차입을 하였고, 할아버지 묘를 관리해주었고 어머니의 장례를 도와주었다. 서울로 이사할때도 도와주고 편지도 주고 받았다. 그가 백혈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고향을 내려갈 때 택시를 타고 가면서 부디 잘들 살어하며 악수를 청할 때 나는 울었다.(공산토월)

 

연작 소설 (우리동네 김씨)에서 가뭄에 다른 동네의 물을 몰래 쓰다가 들키기도 하고 민방위 교육에서 우리말을 쓰자는 것두 국가 시책인데 헥타르라고 한다고 토를 달고 따지는 김씨.(우리동네 이씨)에서 마을 이장이 확성기로 조합 빚을 갚을 것을 독촉하며, 농촌에서 망년회, 절미운동으로 모은 돈으로 부녀자들 관광여행이 붐을 이룬다. 이씨는 남보다 색다르게 해보려고 리낙천으로 문패를 바꾸어 달지만 밀주 단속반에 걸려 리낙천이 아니라 이씨라며 문패부터 새로 해야 행세가 바를 것 같다고 생각한다.

 

명천이라는 의 호를 지은 이야기와 문간방에 살던 최서방은 새경을 쥐던 날로 어디로 갔다 농사가 시작되면 들어오기를 몇 번 하다 어머니 타계 후 헤어지게 된다. 말년에 양로원에 있다던 그가 읍내에서 고구마를 허천나게 먹던 모습에 망연자실하다 여비 빼고 몇 만원을 쥐어준 일이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는다.(명천유사) 유재필, 배우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어휘감각으로 보령 지방의 방언 구사에 소설 쓰는데 힘을 실어준 친구 유자라 불린다. 따뜻함과 배려를 가진 사람의 소중함을 보여 준 소설이다.(유자소전) 정년으로 고향으로 내려온 하석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난초를 키우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밤의 저수지에서 헛것을 보았고 그것을 깨닫고 난 후 장탄식을 날렸다.(장동리 싸리나무)

 

공산토월은 산업화에 휩쓸린 농촌의 풍경과 사람들을 실감 있게 그린 소설이고 작가의 이야기라기보다 작가가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마다 인상적인 인물들이 많은데 다시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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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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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미량의 빛을 포집하기 위해 확장되는 예민한 동공, 표지에서 나타내는 그림처럼 내용도 강렬하다. 일곱 편의 단편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품고 있으며 성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

 

[호르몬을 춰줘요]구도림은 인터섹스(간성, 생식기나 성호르몬과 같은 신체적 특징이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씩씩하다.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대답해줄 사람들을 찾아 이태원으로 모험을 떠난다.

 

[적어도 두 번]은 레즈비언 여성인 는 시각장애인 청소년 이테에게 성적 접촉을 하고 자기 합리화를 유파고에게 고백하는 형식이다. 자신이 쓰는 글에서 지위라고 쓰는 것은 모두 자위로 읽어주세요 부탁의 말도 있다. 세 살 때부터 자신의 몸을 만졌으며 이테에게 같은 방법을 했던 것이다. 이런 행위를 자신과 악수 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경찰은 미성년자 성추행은 가중 처벌이야. 여자라고 봐주는 거 없어라고 말했다.

 

유파고, 저는 한 번도 이테에게 동정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그 애가 불쌍해 견딜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죄를 묻는다면 추행의 죄가 아닌 동정의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p82

 

[물질계]에서 는 논문을 끝내지 못한 연구실 조교다. 집안을 말아먹을 팔자를 타고났다는 무당의 저주를 피해 과학의 물리법칙 세계로 도망쳤지만 그럼에도 대학원에서 젊음까지 말아먹었다. ‘레즈비언 사주팔자전단지를 보고 레사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레사는 사주팔자 명리학은 자기에게 적용하는 성찰이고 수양이지, 남에게 악담을 퍼붓는게 아니라고 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 그게 모여 사주팔자가 된다는 것이다.

 

[모여 있는 녹색 점]에서 해연은 친구인 미아가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강투는 해연과 미아 사이에 우정 이상의 감정이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은 하지 않았는데 해연과 통화가 안되는 날 자살시도를 하였다. 미아는 외국어를 배우듯 애인을 사귀었고 벤과 결혼하고 헤어졌다. 다시 파비앵이란 남자를 만났다. 미아는 남자를 만날때마다 물고기를 사서 똑같은 이름을 달아주었다. 강투는 그녀가 사라진 후 자신이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콜]에서 스물넷부터 지금까지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한우물을 파고 있는 중이다. 3년차 순공 시간이 열다섯 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라는 말이 우리 시대에서는 태어날 때 이미 수저의 계급이 정해진다로 바뀌어버렸다. 옆집 사는 여자의 벽 너머로 들려오는 통화로 직업, 사생활을 알게 되면서 측은한 마음도 생긴다. 각자의 방에 갇힌 채 제 앞의 생존 경쟁에 몰두하는 여성들이 맞선 운명론에 응답하고자 하는 갈망이다.

 

[스프링클러]에서 스프링클러 감열체를 수리하는 세방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 형인 세준을 만나러 가고 있다. 젊을 때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에 불이 나고 아버지는 엄마를 구했다. 엄마는 유일한 생존자였고 여공 열두 명은 목숨을 잃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는 집에 불을 내기도 하였다. 뜻밖의 지진을 만나고 세방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고 생각한다.

 

[홍이]에서 경찰인 중경은 보신탕을 먹는 직장 선배들과 함께 앉아 구역질을 참아야 했다. 사촌 동생 홍이는 잔인하게 죽인 동물 사체를 전시하는 일을 반복한다. 예전에 키우던 개(홍이)를 잡아먹어서 불운해졌다고 삼촌은 자책한다. 생존을 위한 아버지들의 억척스러운 세계가 만들어낸 것은 자기보다 약한 신체를 살해하고 전시하면서 쾌락을 얻는 것이라니 섬뜩하다.

 

작가도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한번 설명해보려고 한 시도들이라고 하였다. 퀴어적 소설을 읽다 보니 소수성에 대해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을거 같지만 아직은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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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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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은 모르지만 <진주 귀고리 소녀>그림은 책을 통해서 봤고 동일 제목으로 책이나 영화도 나왔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한명 이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대해 흔히들 그림이 반짝거린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한다. 정말로 그의 그림들은 놀라울 정도의 광채를 지니고 있다. <뚜쟁이>는 여러모로 특이한 작품이다. 전원경 작가는 텔프트에서 평생을 살았던 그의 발자취를 찾아 300년 전 페르메이르가 살았던 때와 똑같을 게 아닌가 그의 생가가 있는 <델프트 풍경>을 그렸던 강변에도 가보리라 하였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라는 이름은 암스텔강에 쌓은 댐이라는 뜻이다. 암스테르담은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게 조직된 사회였다. 모든 남자는 저마다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직업별로 구성된 조합(길드)의 소속원이기도 했다. 네덜란드 화가의 장르는 역사화, 종교화, 풍속화, 초상화, 정물화로 나뉜다. 네덜란드 황금시대 그림이 밑바닥에는 근면함과 성실함을 강조하고 차가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탄 채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400여 년 이상을 이어온 성실하고 자주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네덜란드인들의 전통을 본다.

   

 

1632년 태어나 1675년에 죽은 페르메이르는 평생 소도시 델프트에 살았다. 가난한 직물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카타리나 볼너스와 결혼한다. 처가는 가톨릭 신자였고 아내의 종교를 따라 칼뱅파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성 루가 길드에 가입해 화가의 길을 걷는다. 페르메이르는 화가인 동시에 그림 중개상이기도 했다. 페르메이르는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 많은 시간과 비싼 재료를 쓰는 스타일이어서 큰돈을 벌기 어려웠고 열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를 낳았고 그중 열한 명이 생존했다. 일년에 서너 점만 그렸지만 처가의 경제적 지원과 그림을 사주는 후원자가 있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작품에는 여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우유를 따르는 하녀>는 그녀의 근면하고 성실한 일상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의 두 여자는 각기 자기 세계에 빠져들어 있다. 하녀는 두 연인 사이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할 참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가 도쿄에 전시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2012년 개보수 작업을 하느라 2년간 문을 닫으면서 인근의 헤이그 미술관에 옮겨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일본 미국 이탈리아를 순회하며 전시되었고 도쿄를 거쳤으며 이제 미술관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연구팀은 페르메이르가 이 그림을 어떤 순서로 그렸는지도 밝혀냈다. 화가는 맨 먼저 배경인 초록 커튼을 그린 후 소녀의 얼굴, 노란색 웃 옷, 흰 옷깃, 푸른 터번 순으로 그림을 완성해나갔다. 귀고리는 가장 나중에 그려넣었다고 한다. 페르메이르는 밑그림을 그리면서 소녀의 포즈를 두어 번 수정했다.p184

 

30대 후반까지 페르메이르의 인생은 평온했다. 타격은 외부에서 왔는데 프랑스가 네덜란드를 침공하자 각 지역은 수문을 열어 영토 침범을 막으려 했다. 처가의 농지가 물에 잠겨 자금 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파산하였다. 빵을 외상으로 가져오고 빈곤이 스트레스로 심장병으로 죽게 되었다. 그가 43세로 사망한 후 카타리나는 파산 절차를 밟았고 이 와중에 모든 그림을 내다 팔아야했다. 현재까지 그의 그림은 35점이 남아 있다. 1668년에 완성한 <회화의 기술>은 페르메이르가 사망할 때까지 스튜디오에 남아 있었다. 힘겹게 빚을 갚으며 건강을 잃어 가던 카타리나도 세상을 떠났다. 큰딸 마리아에게 그림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직업을 이은 자녀는 나오지 않았다.

  

 

  

화가의 유명세가 높아지면서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유럽 각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세계로 퍼진 그의 그림들은 뉴욕과 런던, 파리와 드레스덴과 빈에서 수많은 관람객들을 만나며 델프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던 화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페르메이르의 작품에 흠뻑 빠져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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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가을도 봄
이순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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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옛날 추억이 있는 곳이어서 설레면서 읽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후반 그 무렵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한 소설가의 회고담이다. ‘유신의 한중간으로부터 ‘5의 초입에 이르기까지 이십 대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주인공 김진호가 대학에 입학 후 시위에 참여하여 제적 처분과 기소유예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건과 두 번째로 입학한 대학에서의 시간을 그렸다. 얼룩의 팔 할 이상은 나를 둘러싸고 있던 가정환경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학교생활, 시작부터 쓸쓸한 이별을 예감한 한 여자와의 사랑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김진호는 법관이 되리라 청운의 꿈을 안고 첫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재학생 문예 작품 현상 공모에서 4.19세대(당숙)의 삶에 대해 쓴 소설이 당선되어 상금은 하숙집 정파(정신파탄)서당 선배들과 함께 광고 탄압을 받고 있는 [동아일보] 기자들을 격려 광고를 내는데 보탠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선배들과 시위에 합류하게 되면서 네 사람의 선배는 구속 후 바로 기소되면서 1년 반에서 2년 반까지 실형을 받았고 진호는 제적처분을 받아 고향인 명진으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 증조할아버지는 친일에 힘입어 술도가 양조장을 일으킨다. 아들이 셋 인데 막내는 배다른 태생이다. 두 아들은 양조장의 누룩을 띄우고 술도가의 잡부를 감독했다. 1945년 여름, 38선이 그어지면서 두 아들은 잡부들 손에 몰매를 맞아 죽고 전 재산은 몰수 당한다. 막내할아버지가 항일 단체에 가담했던 일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버지를 보호해주는 방패막이가 되었다. 삼년 간의 전쟁에 명진이 수복되면서 잃었던 땅과 양조장을 되찾았다. 가네야마(金山)는 날로 번창하였다. 대의원 선거가 있을 때 아버지 김지남은 학력을 빼고도 감투가 아홉 개나 되었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입후보하여 두 번이나 당선된다. 후보의 등록과 사퇴 과정, 선거운동, 당락의 변수는 흥미진진하다. 진호가 기소유예로 풀려난 것도 가네야마(金山)막걸리, 통대의원 아버지 덕을 본 것이다.

 

서울대에 합격하고 서울대를 졸업한 명진 유일의 시인인 당숙은 4.19때 다리를 다쳤다. 똑똑한 사람이 다리가 결딴나 고향으로 내려온 다음부터 제 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당숙에게 진호는 능력이 된다면 글을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형의 결혼식에 가지 않기로 했는데 그날 아침에 독재자의 유고를 확인한다.

 

진호는 일년 반 동안 칩거하다 춘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인간관계를 끊고 공부에만 전념하다 학보사 수습기자 모집에 지원하여 활발하게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찾아간 신입생 채주희에게 거절당하지만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주희의 엄마는 미군 부대 캠프 페이지 장미촌 출신이다. 주희는 미군을 아버지로 둔 혼혈인으로 아니노꼬이며 튀기라 말한다. 채주희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나서 쏘아대는 낯선 시선들을 피해 늘 공중에 걸린 간판을 읽고 다녔다. 주희의 엄마는 딸에게 미국으로 갈 것을 애원하다 더는 상처 입지 않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농약을 마셔 목숨을 끊는다.

 

동생 정혜는 가정교사를 하며 동네 선배인 박길우 고시공부 뒷바라지를 해주다 합격을 하고 나니 정혜가 가르친 장군의 큰딸과 결혼을 하면서 배신을 해버린다. 드라마에 나오는 한 대목을 보는 듯 하다. 주희와 연애는 계속 되었지만 제대 두 달쯤 남았을 때 마지막 휴가를 나와 공항에서 아메리카로 떠날 그녀와 이별했다.

 

유안진 시인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에서 제목을 허락해 주었고, 저자는 돌아보면 얼룩조차 꽃이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낸 춘천에 감사와 헌사로 바친다고 하였다. 이 소설은 비틀거리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따뜻한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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