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의 일을 냅니다 - 사장이 열 명인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일'의 유쾌한 업무 일지
이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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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십분의 일을 냅니다]는 드라마 피디 일을 그만두고 와인 바를 차리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하고 싶어 했던 피디 일이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교통사고가 나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퇴사를 생각하였다.

 

두달간의 인도여행을 마치고 보니 진짜 백수가 되었다. 대낮인데도 카페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에 의아하다가 아로파모임을 생각했다. 대학 시절 스터디 중 피디 지망생들만 모인 그룹이 있었는데 성격이 잘 맞아 오랫동안 함께 공부했고 채용 정보를 주고받으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였다. 어느 형이 화제를 전환했다. 다큐 기억나지? 거기 아로파라는 게 나오잖아. 교통사고가 나고 회사에 복귀 해 퇴사를 할락 말락 하던 시기였다.

 

일종의 경제 공동체인데 2012SBS 창사특집 대기획 최후의 제국다큐멘터리에서 아누타섬에 사는 부족 이야기를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 부족은 인구가 적고 서로 협동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사랑, 협동, 공생 등을 아우른 단어가 바로 아로파.

 

 

 

을지로3가역 근처 카페에 5명이 모여서 모임의 계획을 세웠다. 최후의 제국에 나오는 부족들처럼 조직을 만들었다. 자본주의의 영향을 덜 받는 우리만의 마을을 만들어 이왕이면 빨리 많이 벌 수 있는 드립 커피 전문점 카페 창업을 하기로 꿈과 희망이 컸다. 조직의 이름은 청년아로파였다.

 

임대 계약부터 순조롭지 않았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인테리어도 직접 하였다. 공사를 하면서 무너질까바 벽을 밀어도 되는지 고민하고 전문가가 올 때까지 마음을 졸였던 일이 글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며칠 동안 두꺼운 고전을 읽고 난 후 이 책을 읽으니 글이 너무 유쾌하게 잘 읽혔다. 가까우면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를 때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데, 가게를 만드는 여정도 여행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우선 돈이 별로 없다는 점이 그랬고, 돈이 없다 보니 늘 발로 뛰면서 매일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점도 그랬다.p124

 

정관을 만들고 룰을 정하기로 하였다. 각자 월급의 10%를 월 회비로 내자. 백수는 최소 회비 5만원으로 정했다. 3년 가까이 청년 아로파가 운영하는 캐주얼 와인바 십분의일을 이어오고 있다. 새로운 멤버 섭외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술이 몇 잔 돌면 거창한 비전과 지난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그러다 월급에서 10%를 내야 되는 거야. 언제인지는 모르나 수익이 나면 엔빵할 거고 근데 너 한달에 얼마 번다고 했더라? 얘기가 나오면 대부분 그다음 모임에 볼 수 없었다.

 

 

가게 이름을 정하는데 약간 인더 스트리얼풍의 회색빛이 도는긴 이름은 면했다. ‘난파선다락도 탈락이었다. 열명이서 월급의 십분의 일씩 모아서 하는 곳이니까 십분의일로 정했다. 법을 전공해서 중간고사에 백지를 낼 수를 없어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음에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적고 나갔더니 교수님은 이런 친구들은, 그냥 일찌감치 나가서 장사나 하는 게 나아요.” 했다는 교수님이 이 사실을 알면 뿌둣해하실까 궁금하다. 오픈 4일만에 첫 손님이 오고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니 을지로 와인을 검색했다고 한다.

 

십분의일은 월급의 10%를 월 회비로 내고 있어서 십분의일이라는 가게 이름이 지어진 것이지, 멤버의 숫자와는 관련이 없다. 시작 당시 7명이었다가 오픈할 땐 10명이 되기도 했고 9명이 다시 10명이 되기도 했다. 청년아로파에서 운영 중인 두 번째 사업장 <빈집:비어 있는집>이 가게 바로 옆에서 와인을 판매하고 있고,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아무렴 제주>가 있다. 와인바 밑술이 청년 아로파 시즌2의 첫 번째 사업장이라고 한다. 혼자가 아니라 해낼 수 있었고,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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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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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이 영화화 되면서 책이 출간이 되었다. 1부가 네 자매의 따뜻한 유년시절을 그린 이야기라면 2부에서는 조가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성장해가는 한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되는[작은 아씨들]은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 했던 세계를 그대로 담아 1,2부를 합친 완역본으로 출간했다. 책 표지에 금박으로 반짝이는 ‘Little Woman’이라는 글씨가 1868년 초판본과 같은 표지라는 것과 영화 [작은 아씨들]의 후반부, ‘의 꿈이 이뤄지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이 특별한 표지는 150년의 시간을 건너 온 것처럼, 영화와 소설과 현실을 이어준다.

 

네 자매 중 맏이인 마거릿(메그)은 열여섯 살로 허영기가 조금 있지만 상당한 미인이다. 열다섯 살인 조는 큰 기와 마른 몸매 탐스러운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 베스 라고 불리는 엘리자베스는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열세 살 소녀다. 아버지는 그녀를 작은 평온이라 부른다. 막내 에이미는 열두 살 소녀임에도 자신이 아가씨나 되는 듯 백설공주형으로 몸가짐에 신경을 쏟았다.

 

책 중간에 영화 스틸컷이 들어 있어서 영화 장면이 스쳐 지나가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전쟁이 나자 나이 많은 아빠가 일반 병사로는 지원할 수 없어 종군 목사로 가게 되었다. 네 자매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할 수 없지만 편지를 보내 딸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엄마의 착한 딸들이 되고, 자기 책임을 성실히 실천하고 내부의 적과 용감하게 맞서고,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어서 내가 그 애들을 다시 만날 때는 우리 작은 아씨들에 대해 더 큰 애정과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해주시오.p29

 

이웃인 훔멜 씨네 가족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을 돌보아 준다. 성홍열을 앓는 갓난아이를 돌보다 베스도 성홍열을 앓게 되어 나았지만 계속 몸이 안 좋았다. 조는 글쓰는 것을 좋아하여 몇 편의 소설을 쓰기도 하였다. 메그와 조만 무도회에 초대하고 에이미는 어리다고 데려가주지 않자 몇 달을 걸쳐 쓴 원고를 불살라 버린다. 영화 보면서 안타까웠던 장면이다. 네 자매 중 에이미만 학교를 다녔는데 교사의 체벌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지만 집에서 각자 할 일을 잘하고 있었다.

 

6, 방학을 맞이하여 자매들에게 일주일 실험을 해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자고 한다. 메그는 바느질감을 꺼내 열중하고, 조는 눈알이 빠질 정도로 책을 읽다가 책에 넌더리를 냈다. 베스는 놀아도 된다는 것을 잊고 이전 생활로 돌아갔다. 에이미는 제일 힘들어했다. 언니들이 혼자 알아서 놀라고 팽개쳤기 때문에...

엄마는 휴가를 소중히 여기고 모든 게 편안하고 즐거운 가정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참는 게 훨씬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건너편 이웃인 로런스씨 집에 손자 로리는 조를 처음부터 좋아했지만 조는 동생 베스가 좋아하는 줄 알고 뉴욕에 있는 엄마 친구 집에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네 자매는 소원이나 꿈을 이야기한다. 메그는 화려한 것들로 가득 찬 예쁜 집을 갖고 싶어. 조는 책을 써서 돈도 벌고 유명해지고도 싶어. 베스는 로런스씨 집에 피아노가 생겨서 더 이상 바랄게 없어. 에이미는 화가가 돼서 로마에 가는거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어.

 

, 내 딸들아, 너희가 앞으로 얼마를 살든 지금처럼만 행복하렴!”p973

 

루이자 에미 올콧도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글을 쓰면서 여성운동과 노예해방운동, 금주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작은 아씨들]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이 책은 각자 다른 꿈을 꾸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면서도 따스한 가족의 사랑을 전하는 네 자매의 이야기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제약이 심하던 그 시절부터 도전을 꿈꾸게 했다. 꿈을 찾는 청소년부터 누구나 읽어도 좋은 [작은 아씨들]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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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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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리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파한 니체의 잠언들을 삶, 아름다움,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신앙, 예술가 등 10개 주제로 정리하여 고흐의 그림과 함께 보기 좋게 배치했다.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의 귀를 자르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고흐의 삶은 비루하고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니체의 글들은 다른 책 속의 문장으로 읽었던거 같고, ‘러빙 빈센트영화를 통해서 고흐가 많은 그림을 남겼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왼쪽에는 니체의 문장들과 오른쪽에 고흐의 그림이 있다. 고흐의 대표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이 누구나 좋아하고 알만한 그림을 맨 먼저 실었다.

 

 

 

 

 

 

니체의 작품 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우상의 황혼>,<비극의 탄생>,<이 사람을 보라>,<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반시대적 고찰>,<니체 대 바그너>,<권력에의 의지>,<선악의 저편>,<즐거운 학문>,<도덕의 계보학>,<안티 그리스도>,<반 그리스도> 등 길거나 짧은 문장들이 실려 있다.

 

침묵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침묵은 가장 잔인한 위선이다. 침묵은 자신의 불평을 삼켜 버림으로써 상대방의 가치를 훼손한다. 오히려 예의에서 벗어난 따끔한 충고나 불평이 훨씬 인간적이고 솔직한 미덕이다.<이사람을 보라>

 

사람들은 40세를 넘기면 자서전을 쓸 권리가 주어진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가장 열등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일지라도 그 나이가 되면 사상가 못지않은 사건들을 체험했을 것이고, 시인 못지않은 격량을 이겨 냈기 때문이다.<반시대적 고찰>

 

 

 

우리가 그를 죽였다. 너희들과 내가! 우리 모두가 신을 죽였다! 그러나 우리는어떻게 이일을 저질렀을까? 어떻게 우리는 바다가 마르도록 마셔 버릴 수 있었을까?(중략) 우리는 아직 신이 썩는 냄새를 조금도 못 맡아 보았는가? 신들도 썩는다!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사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모든 살해자 중에서도 살해자인 우리가 어떻게 위안을 받을 것인가?<즐거운 학문>

 

우리들은 어리석게도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신뢰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친구가 자신에 대한 비밀을 접한 후 겪게 될 고통이라든가 배신감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오래 사귄 친구를 잃고 만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복수란 어리석은 짓을 최대한 빨리 회복시키는 일이다. 비유컨대 레몬의 신맛을 혀에서 없애기 위해 꿀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레몬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바로 꿀이기 때문이다.<이 사람을 보라>

 

공포는 우리의 생활을 끊임없이 지배했고, 마침내 정신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미화되기 시작했다. 인간이 공포의 감정마저 길들여 버린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 길들인 공포를 과학이라고 불렀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태양의 화가, 영혼의 화가로 불리며 별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 고흐는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릴때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나를 꿈꾸게 한다고 했다.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폭발적인 열정으로 그림을 그렸다. [별이 빛나는 밤][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정물: 화병의 해바라기][아를의 여인][붉은 포도밭][씨 뿌리는 사람들]등이 있다.

 

[니체와 고흐] 책의 장점은 니체의 잠언들을 읽으면서 고흐의 그림을 본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니체가 자신의 온 생애로서 증명하고자 했던 사상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진정한 길을 살아나갈 용기와 지혜를 배우게 될 것이다. 고흐의 주옥같은 작품을 보고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혼의 위로가 되고 치유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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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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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그 남자는 거실을 통해 동향 창, 그 너머 호수와 하늘까지 탁 트인 전망이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결혼은 하지 않고 이십 년간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조디 브렛은 아들러 연구자로서 심리상담사로 일한다. 토드 길버트는 건축사업가다. 토드가 대를 이을 자식을 갖고 싶다는 갈망을 할 때 마음을 돌리려고 개를 데리고 왔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념이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서 살인자의 모습이 튀어나오기까지 앞으로 고작 몇 달의 시간이면 충분할 텐데도.(p10)

 

[조용한 아내]는 조디와 토드의 번갈아 나오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조디의 일정은 하루에 두 명씩만 받을 수 있다. 여분의 방을 상담실로 쓰고 있어 토드가 퇴근해 와도 부딪치지 않는다. 불륜 상대와 여행을 가기 위해 친구들과 낚시 여행을 간다고 말한다. 토드는 거짓말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가정을 지키는데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투사한다고 할까.

 

그 남자가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디는 과거에 매달려 사는 사람이 아니다. 너무 관대하거나 조용한 게 더 무서운 데 토드를 너무 풀어주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타샤와 관계는 다른 만남과는 다르며 불장난이 아니라는 것만 인정할 뿐, 미래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딘 코박스는 고등학교 친구다. 딘은 친구가 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임신을 시켜서 분개하고 있다.

 

조디 역시 심리학자 제러드 하트먼에게 상담을 받는다. 세 남매 중 유일한 딸로서 보호를 받았다. 오빠는 정신적 지주에 가까웠다는 것을 안다. 토드가 소년 시절 그의집에 평형 감각이란 없었다. 불학실한 동맹이 문제였다.

 

조디의 위대한 재능은 침묵이고, 그는 항상 아내의 그런 점을 사랑했다. 그녀가 자기 일에만 신경쓰고 비밀을 지키는 법을 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침묵은 그녀의 무기이기도 하다. 항의하지 않으려는 여자, 고함치지도 악을 쓰지도 않는 여자. 그 안에 힘이, 강인함이 있다. 감정을 무시하고, 비난하거나 싸움을 걸지 않는 그녀의 방식은 그에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고, 다시 감정을 불어넣을 여지도 주지 않는다.(p144)

 

불륜을 저지르고 상대가 임신을 했다고 집을 마련하면서 아내에게 한마디 말도 안하는 토드를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청소년 반항아도 아니고 답답해서 열이 난다. 조디는 대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소식을 알리는 토드의 멱살을 잡고 괴성을 질러보지만 그는 손쉽게 그녀의 손목을 움켜쥔다. 토드는 변호사를 고용해 조디에게 퇴거 명령을 내린다. 조디와 토드는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사실혼 관계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토드는 치아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아구창 같다고 한다. 검사를 한 결과 HIV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가 병소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조디는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는데 나타샤는 퇴근길에 와인을 사오라고 한다. 청소, 식사 준비도 하지 않지만 그녀가 그의 절반밖에 안 되는 나이에 성적 매력이 넘친다는 것으로 안심을 한다. 나타샤가 조디를 본받아야 할텐데, 조디는 절대 그의 삶을 좌지우지하려 들지도 싸움을 걸지도 않았다.

 

이 소설은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해리슨 작가의 유고작이다. 책이 발표 되기 직전 암으로 사망하여 첫 소설의 성공을 보지 못했다. [조용한 아내]는 바람둥이 남편을 둔 심리학자 아내의 이야기고, 부부간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끝까지 읽어야 결말을 알 수 있다. 이런 반전 심리 스릴러가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지만 스릴 넘치는 가정 스릴러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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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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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함께 읽고 있는 오늘의 젊은 작가’ 6번째 도서이다.

 

제목이 기억이 났다. 블로그를 막 시작하고 읽었다는 기록이 되어 있었다. [끝의 시작]은 벚꽃이 시작되는 4월부터 5월이 시작되기까지 한달 동안 이별의 아픔과 상처를 다룬 이야기다.

 

영무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 병간호를 하고 있다. 우편 취급국의 국장이기도 하다. 아내 여진의 이혼 통보를 받는다. 엄마가 암이어서 얼마 못 사실거 같으니 이혼은 미루자고 하였다. 영무가 열 살 되던 해 아버지는 청산가리를 먹고 쓰러졌다. 장례를 치루고 야반도주 하듯 낯선 곳으로 이사를 했다. 사람들의 끈끈한 시선, 추리보다는 낯설고 심심한 동네가 나았다. 영무는 그때부터 말수가 적은 아이로 성장하였다.

 

여진은 10년 넘게 몸담았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자신감을 잃어갈 때 미용실 원장이 되었다. 미용실을 인수했고, 원래 있던 미용사를 고용하는 조건으로 기구와 약 일체를 양도받았다. 손님으로 오게 된 열 두살 어린 남자 석현에게 빠져들어 가슴이 뛰게 되는 여진은 무미건조해진 영무와 관계가 싫어 이혼을 요구한다. 영무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직업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기획중이었다. 누군가 우체국을 추천하고 취급국 국장인 영무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하거나 부풀리는 게 일상인데 영무의 솔직함이 좋아서 3개월 동안 매일 만났지만 사랑 고백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우편 취급국에서 일하는 소정은 이곳에 오기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회사에 3개월 인턴으로 취업을 하였다. 3개월이 끝나갈 무렵 우편 취급국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국장은 결근과 지각은 절대 안된다고만 강조하고 시간 엄수만 잘하면 일은 어려울 게 없다고 덧붙였다.

 

여진은 병원에 가면 시어머니의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염색이나 파마를 못해서 흰머리가 늘고 축 처진 모발은 그녀를 더욱 늙고 병약해 보이게 했다. 여진이 머리를 만지는 동안 시어머니는 화장품 가게에서 일할 때 단골이었던 손님들에 대해, 어릴 때 영무가 어떤 아들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가여운지,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는지에 대해 두서없이 얘기했다.(p162)

 

몸이 아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려워진 형편에 미대 입학이 좌절되어 가출한 남동생, 가장으로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던 엄마는 자주 앓아누웠다. 소정은 학자금 이자를 갚아 나가야 되기에 한달 쉬고 3개월 일하는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같은 대학, 서클, 동갑내기인 진수는 후배와 자주 다닌다는 친구들의 말을 전해 듣는다. 학교 생활이 바빠 자주 못 만나는 것이리라. 동생이 위험에 처했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을 해준 마음을 달래보려고 벚꽃이 만개한 거리와 봄날 오후를 느끼고 싶었지만 진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걷는 사람들 속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는 여자와 함께였다.

 

석현과 몇 번의 만남은 끝이 났다. 두고 간 옷을 가져가라는 문자를 보내며 울고 있었다. 임신을 하고 아이가 유산이 된 뒤에도 당황하거나 우울함에 빠졌을 뿐 울지 않았었다. 엄마가 죽었다는 영무의 전화를 받고 보호자, 간병인으로 고생했을 그를 잘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엄마가 죽을 때까지 이혼을 미뤄달라는 영무의 말을 들을때만 해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감정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가장 정직하고 공평하게 흐르는 게 시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4월이 끝나 가고 있었다.

 

소정은 국장 모친 장례식에 가서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말 대신 육개장에 밥을 말아서 한 숟갈 떴다.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됐다는 게 거짓말 같았다. [끝의 시작]은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끝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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