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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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그 남자는 거실을 통해 동향 창, 그 너머 호수와 하늘까지 탁 트인 전망이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결혼은 하지 않고 이십 년간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조디 브렛은 아들러 연구자로서 심리상담사로 일한다. 토드 길버트는 건축사업가다. 토드가 대를 이을 자식을 갖고 싶다는 갈망을 할 때 마음을 돌리려고 개를 데리고 왔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념이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서 살인자의 모습이 튀어나오기까지 앞으로 고작 몇 달의 시간이면 충분할 텐데도.(p10)

 

[조용한 아내]는 조디와 토드의 번갈아 나오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조디의 일정은 하루에 두 명씩만 받을 수 있다. 여분의 방을 상담실로 쓰고 있어 토드가 퇴근해 와도 부딪치지 않는다. 불륜 상대와 여행을 가기 위해 친구들과 낚시 여행을 간다고 말한다. 토드는 거짓말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가정을 지키는데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투사한다고 할까.

 

그 남자가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디는 과거에 매달려 사는 사람이 아니다. 너무 관대하거나 조용한 게 더 무서운 데 토드를 너무 풀어주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타샤와 관계는 다른 만남과는 다르며 불장난이 아니라는 것만 인정할 뿐, 미래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딘 코박스는 고등학교 친구다. 딘은 친구가 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임신을 시켜서 분개하고 있다.

 

조디 역시 심리학자 제러드 하트먼에게 상담을 받는다. 세 남매 중 유일한 딸로서 보호를 받았다. 오빠는 정신적 지주에 가까웠다는 것을 안다. 토드가 소년 시절 그의집에 평형 감각이란 없었다. 불학실한 동맹이 문제였다.

 

조디의 위대한 재능은 침묵이고, 그는 항상 아내의 그런 점을 사랑했다. 그녀가 자기 일에만 신경쓰고 비밀을 지키는 법을 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침묵은 그녀의 무기이기도 하다. 항의하지 않으려는 여자, 고함치지도 악을 쓰지도 않는 여자. 그 안에 힘이, 강인함이 있다. 감정을 무시하고, 비난하거나 싸움을 걸지 않는 그녀의 방식은 그에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고, 다시 감정을 불어넣을 여지도 주지 않는다.(p144)

 

불륜을 저지르고 상대가 임신을 했다고 집을 마련하면서 아내에게 한마디 말도 안하는 토드를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청소년 반항아도 아니고 답답해서 열이 난다. 조디는 대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소식을 알리는 토드의 멱살을 잡고 괴성을 질러보지만 그는 손쉽게 그녀의 손목을 움켜쥔다. 토드는 변호사를 고용해 조디에게 퇴거 명령을 내린다. 조디와 토드는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사실혼 관계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토드는 치아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아구창 같다고 한다. 검사를 한 결과 HIV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가 병소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조디는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는데 나타샤는 퇴근길에 와인을 사오라고 한다. 청소, 식사 준비도 하지 않지만 그녀가 그의 절반밖에 안 되는 나이에 성적 매력이 넘친다는 것으로 안심을 한다. 나타샤가 조디를 본받아야 할텐데, 조디는 절대 그의 삶을 좌지우지하려 들지도 싸움을 걸지도 않았다.

 

이 소설은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해리슨 작가의 유고작이다. 책이 발표 되기 직전 암으로 사망하여 첫 소설의 성공을 보지 못했다. [조용한 아내]는 바람둥이 남편을 둔 심리학자 아내의 이야기고, 부부간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끝까지 읽어야 결말을 알 수 있다. 이런 반전 심리 스릴러가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지만 스릴 넘치는 가정 스릴러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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