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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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함께 읽고 있는 오늘의 젊은 작가’ 6번째 도서이다.

 

제목이 기억이 났다. 블로그를 막 시작하고 읽었다는 기록이 되어 있었다. [끝의 시작]은 벚꽃이 시작되는 4월부터 5월이 시작되기까지 한달 동안 이별의 아픔과 상처를 다룬 이야기다.

 

영무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 병간호를 하고 있다. 우편 취급국의 국장이기도 하다. 아내 여진의 이혼 통보를 받는다. 엄마가 암이어서 얼마 못 사실거 같으니 이혼은 미루자고 하였다. 영무가 열 살 되던 해 아버지는 청산가리를 먹고 쓰러졌다. 장례를 치루고 야반도주 하듯 낯선 곳으로 이사를 했다. 사람들의 끈끈한 시선, 추리보다는 낯설고 심심한 동네가 나았다. 영무는 그때부터 말수가 적은 아이로 성장하였다.

 

여진은 10년 넘게 몸담았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자신감을 잃어갈 때 미용실 원장이 되었다. 미용실을 인수했고, 원래 있던 미용사를 고용하는 조건으로 기구와 약 일체를 양도받았다. 손님으로 오게 된 열 두살 어린 남자 석현에게 빠져들어 가슴이 뛰게 되는 여진은 무미건조해진 영무와 관계가 싫어 이혼을 요구한다. 영무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직업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기획중이었다. 누군가 우체국을 추천하고 취급국 국장인 영무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하거나 부풀리는 게 일상인데 영무의 솔직함이 좋아서 3개월 동안 매일 만났지만 사랑 고백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우편 취급국에서 일하는 소정은 이곳에 오기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회사에 3개월 인턴으로 취업을 하였다. 3개월이 끝나갈 무렵 우편 취급국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국장은 결근과 지각은 절대 안된다고만 강조하고 시간 엄수만 잘하면 일은 어려울 게 없다고 덧붙였다.

 

여진은 병원에 가면 시어머니의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염색이나 파마를 못해서 흰머리가 늘고 축 처진 모발은 그녀를 더욱 늙고 병약해 보이게 했다. 여진이 머리를 만지는 동안 시어머니는 화장품 가게에서 일할 때 단골이었던 손님들에 대해, 어릴 때 영무가 어떤 아들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가여운지,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는지에 대해 두서없이 얘기했다.(p162)

 

몸이 아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려워진 형편에 미대 입학이 좌절되어 가출한 남동생, 가장으로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던 엄마는 자주 앓아누웠다. 소정은 학자금 이자를 갚아 나가야 되기에 한달 쉬고 3개월 일하는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같은 대학, 서클, 동갑내기인 진수는 후배와 자주 다닌다는 친구들의 말을 전해 듣는다. 학교 생활이 바빠 자주 못 만나는 것이리라. 동생이 위험에 처했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을 해준 마음을 달래보려고 벚꽃이 만개한 거리와 봄날 오후를 느끼고 싶었지만 진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걷는 사람들 속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는 여자와 함께였다.

 

석현과 몇 번의 만남은 끝이 났다. 두고 간 옷을 가져가라는 문자를 보내며 울고 있었다. 임신을 하고 아이가 유산이 된 뒤에도 당황하거나 우울함에 빠졌을 뿐 울지 않았었다. 엄마가 죽었다는 영무의 전화를 받고 보호자, 간병인으로 고생했을 그를 잘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엄마가 죽을 때까지 이혼을 미뤄달라는 영무의 말을 들을때만 해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감정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가장 정직하고 공평하게 흐르는 게 시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4월이 끝나 가고 있었다.

 

소정은 국장 모친 장례식에 가서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말 대신 육개장에 밥을 말아서 한 숟갈 떴다.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됐다는 게 거짓말 같았다. [끝의 시작]은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끝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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