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씁니다 -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우수진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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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오직 글맛만을 내세워 첫 에세이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를 출간하며 개인에서 작가로 데뷔한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다. 이름 있는 작가가 쓴 글쓰기 책을 주로 읽었다면 요즘은 일반인이 쓴 에세이를 가끔 읽게 된다. 자극 받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책 읽기 바쁘다는 핑계로 한줄도 쓰지 않는지 내 자신에게 묻는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란? 화가는 종이에 물감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면, 작가는 종이에 글로 자신을 드러낸다. ‘참 어떻게 말로 표현할지 모르겠네하는 걸 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글로 형상화한다. 시대나 유행을 초월한 아주 사적인 영감, 자신만의 생각을 쓴 글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이 되려면 단 하나의 장면을 꽉 붙든다. 예로 가수 윤종신의 노래 이별택시가사를 쓸 때 보통은 연애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두 사람의 대서사를 모두 어떻게 그릴까 고민했을테지만 이별택시는 연인이 헤어지자는 말을 남긴 날은 비가 내렸다. 택시를 타고 가버리고 나는 다른 택시틀 잡아탄다. 한 장면을 붙들고 전체 노래를 이끌어 갈 수도 있구나 감탄했다.

 

초고를 적을 때는 글쓰기 기법이라든가 글쓰기 방법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 그냥 쓰면 된다. 글을 쓰다 삼천포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내버려두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쓴다. 글쓰기 책을 읽다 보면 첫 문장에 공을 들이라는 글을 많이 보았다. 저자는 첫 문장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모든 첫 문장을 명언처럼 좋게 쓰려고 하면 두 번째 문장을 쓸 수가 없다.

 

옛날이야기 아버지와 아들과 당나귀처럼 눈치 보지 말고 글에 대해 어차피 나쁜 말을 들을 거라면 아무튼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제삼자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작 에세이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를 쓸 때 제삼자에게 조언을 받아 고친글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영어회화 수업을 하고 있는 저자는 철학과에 편입을 하였다.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면 영어 말하기가 는다. 영어 쓰기를 연습하면 영어 쓰기가 는다. 책을 많이 읽으면 책이 잘 읽히고 이해가 잘 된다. 결론은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글이 잘 써진다.

 

첫 책치고는 구성도 좋고 잘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이니까 봐주는 마음으로 읽지 말고 차라리 신랄하게 비난해주면 좋겠다(며칠간 우울하겠지만 그것도 잠시 일테다) 이 책은 에세이를 이렇게 써라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다만, 시나 소설, 시나리오 말고 에세이를 권한다. 에세이는 내가 겪었던 일을, 나로선 최선을 다해서 솔직하게 쓰면 된다. 개인으로서 나란 사람이 어떤 시선을 가졌고 내 생각은 어떠한가를 나타내며 나 하나만 잘 간수하면 된다.

 

저자는 철학과 수업 시간에 정해준 주제와 멀어져서 글을 쓰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은 재미가 하나도 없다. 역시 주제보다는 소재에 반응하는 일상형 작가인가보다 말을 한다. 뽑아 쓰는 화장지를 곽 티슈각 티슈도 아닌 갑 티슈라고 써야 바른 표현이고 티슈화장지로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쓴다면 누구에게 먼저 보여줄 것인가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절친이라도 안 맞을 수도 있고 누가 내 글을 제대로 봐줄지는 사실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실감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 머릿속에서 여러 번 되새기고 혼자 되풀이한 말은 글과 같다. ‘어쩌다 어른에 나왔던 손경이 대표의 강연을 소개한 글은 진한 감동이 온다. 우리 모두 자기 치유를 위해서 떠나보내고 싶은 기억을 글로 쓰면 어떨까?

 

한 권의 에세이를 써나가며 경험한 작가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고 진정성 있게 녹여냈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무언가를 주장하는 글이 아닌 오직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취향을 공유한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나도 한번 써볼까?’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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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 우울증과 번아웃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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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루종일 피곤한 나는 우울증일까. 번아웃일까? 독일의 불안 전문가클라우스 베른하르트는 우울증과 번아웃에 걸린 사람들의 뇌를 연구했다. 이 책은 최신 뇌 과학을 통해 밝혀낸 우울증 번아웃 극복 방법을 제시하였다. 책을 절반 쯤 읽어가다 작년에 출간 된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의 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번아웃 경향이 있는 사람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우울증이 모든 에너지를 앗아가기 전에 어땠는지 질문을 체크하고 완벽주의가 나왔다면 이 책을 한 챕터도 빼놓지 말고 꼼꼼히 읽기 바란다고 하였다. 우울증 원인 중에서 당신은 계산된 비관주의자군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동안 쭉 이렇게 살았으니 어쩔 수 없어요라는 믿음 문장은 결국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괴롭게살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운동부족은 BDNF 단백질 결핍과 키뉴레닌 과다를 부른다. BDNF는 뇌세포와 시냅스 생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에 따르면 동물 실험을 통해 뇌에 BDNF 단백질이 풍부하면 불안을 부르는 생각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걸 보여주었다.

 

저자의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충분히 슬퍼해야 우리 정신은 상실을 받아들이고 비로소 슬픔에 짓눌리지 않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친구에게 매일 최소 30분씩 달리라고 조언을 하였다. 3주를 더 달리고 나자 슬픔을 거의 극복하였다. 무심코 먹는 약을 조심하라고 하였다. 티록신, 혈압강하제, 항우울제, 갱년기 호르몬 치료제, 피암약, 위장약, 천식약, 항생제, 코르티솔, 뇌전증약, 그 외에도 우울증을 부를 수 있는 약이 많은데 금연약, 여드름약 등 약들을 많이 복용할수록 우울증이 약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뇌의 부분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영향을 받는다. 비타민, 무기질, 미량 원소의 결핍이 우울증을 부른다는 것은 의학계에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핍하다고 영양제만으로 부족하다고 하였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다발성 경화증 같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어도 우울하기 쉽다. 몸속 염증은 몇 년 동안 이어진 잘못된 식습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알코올, 글루텐, 설탕 섭취가 전형적인 예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 우울증 발병의 원인일 수 있으며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에 수많은 포스팅을 다 읽고 시간을 죽이는 대신 취미를 배워본다. 오디오북을 이용한다. 친구와 산책 약속을 잡고, 옛날에 어떤 일을 좋아했는지 기억해본다. 매일 산책을 하며 책을 읽는다. 고전적인 종이책 독서는 뇌의 부분들을 상호작용 한다.

 

믿음 문장이 우울증으로 가고 있는 사람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 독백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도 자신의 잠재성을 방해하기도 한다. 일로 인한 번아웃은 사고의 오류때문이다. 완벽주의는 자기착취다. 인간이면서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남을 돕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이 헬프 증후군이다. 당사자의 경우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보살피는 양상이 심하면 심할수록 자신이 필요한 것에는 점점 더 무력함을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울과 불안을 부르는 강박적인 생각이 모두 한 언어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뇌의 언어 시스템의 비밀을 알아챈 저자는 환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혼잣말이 떠오를 때 그것들을 최대한 빨리 본인이 아는 다른 외국어로 바꿔 말하게 했다. 예컨대 나는 할 수 없어!”“I can‘t do it”으로 다르게 발음하는 것이다.

 

일이 주는 부담보다 말 그대로 목을 짓누르는 스트레스 때문에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 목은 우리 몸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었고 일상용어에서도 잘 나타난다. 목숨을 건다. 목숨을 담보로 하다. 목이 손상되면 잘못 움직여지고 피로감 증가, 집중력 저하가 올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 환자들에게도 흔한 증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는 생활 습관부터 인간관계까지 원인을 분석하여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는 책이다. 지금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 책이 유쾌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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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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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개밥바라기별은 청춘의 고뇌, 방황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4.19의 현장에서 친구의 죽음, 고등학교 자퇴, 방랑, 일용직 노동자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 파견을 앞두고 스물한 살 까지의 길고 긴 방황의 경험들은 주인공 유준과 그의 친구들인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가 그 시절을 회상하며 펼쳐지는 서사시다.

 

준이 명문 중학교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는 기뻐하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장기 결석을 하여 하급생이 되었다. 친구 중길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의 노트에 남긴 시편들을 모아 시집을 내주기도 하였다. 등산반 선배인 인호와 보급물품을 구입하여 산속에 들어가 몇 달을 생활하였다. 인호가 먼저 퇴학을 당하고, 준은 자퇴서를 담임선생님에게 제출을 한다.

 

내가 어릴때는 초등학교만 나오고 상급학교는 꿈도 못 꾸는 친구들이 많아서 이런 글을 보면 배부른 투정으로 보인다. 만학도의 길을 걸어보니 공부는 때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청소년기에 한번 쯤 방황을 해봤을테니 이해는 하였다. 학교를 정식으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운 나만의 푸념이다.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가족들은 영단주택에 살았다. 어머니는 소설의 초고를 아궁이에 집어넣고 교과서와 참고서 이외 전집이나 문고판들을 치워버린 적도 있었다. 모짤트라는 음악다방을 아지트로 삼아 친구들과 만남을 가지고 선이와 미아를 알게 된다. 준의 누나들은 대학생이었고 일탈을 일삼는 동생을 못마땅해 하였다. 이 소설에서 최고로 꼽는 장면은 무전여행이다. 서울에서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 인심 좋은 분들을 만나 검표할 때 피해 갈 수 있는 방법과 밥을 사주고 여비를 마련해 주는 대목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당시는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고 사촌이나 친구들의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준과 친구 세 명은 친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댁에 머물기도 하고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 여행은 세상을 알아보기 위한 밑거름인데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작품 속이지만 청년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나는 이제 스무 살이 넘어서야 책을 벗어나 고되게 일하는 삶의 활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회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벽지에서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신을 다시 발견해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불과 몇 달 동안에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내 가슴 깊숙이 끌어안았다.(p256)

 

대숲의 모기는 몸이 새카맣고 날개가 얼룩덜룩한 놈의 모기를 가미카제 특공대라고 부른다. 이런 모기에 물리면 금방 빨갛게 부어 오르고 많이 가렵다. ‘쯩 없는 놈들아하던 선이 아버지에게 발목이 잡힌 정수, 준과 미아와의 어설픈 연애이야기, 연탄가스 중독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소변을 보고 김칫국도 마시고 링거도 맞아 살아났다. 유치장에서 만난 장씨와 전국 공사판을 떠돌고, 혼자 독립하여 진주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기도 하였다. 출가하겠다고 산문에 들이기 위한 시험으로 다른 절로 보내면 쫓겨나기를 세 차례나 거듭한 후 해운대 금강선원의 행자로 있다 아는 사람을 만나 어머니가 찾아와 집으로 돌아온 준은 자살기도를 하지만 닷새만에 깨어났다. 부산의 실제 절일까 검색을 해보았다.

 

도심지의 불빛들이 멀어지면서 어두운 들판이 다가왔다. 베트남으로 떠나는 여정에서 문득 이제야말로 어쩌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출발점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으며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따위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p263)

 

저녁 무렵 초승달 옆에 떠 있는 개밥바라기별은 고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빛을 보내준다. 그 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이 진정한 좌표를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방황하고 헤맬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알게 해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와 함께 그 시절을 돌아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던 각자의 청년 시절을 돌아보기도 하고 가난하여 대학 진학을 반대하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학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청년들의 낙천적인 모습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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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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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로, [그레이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된 작품이다. 미모의 가정부 낸시 몽고메리가 임신한 몸으로, 부유한 집주인 토머스 키니어와 함께 살해를 당한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것이다. 지도층 인사들은 그레이스가 협박에 못 이겨 범행에 가담했고, 미국까지 납치를 당했다고 생각했고, 공범인 맥더모트는 그레이스 사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맥더모트는 교수형을 당하고 그레이스는 종신형으로 감형되었다. [그레이스]는 그녀를 직접 만나 관찰한 적이 있는 무디 여사의 자료 조사를 토대로 작품을 썼다고 하였다. 애트우드는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인물로 작품마다 여성이 겪는 질곡한 삶을 다루었다.

 

소설의 시작은 1859, 그레이스가 수감된 지 16년 후의 이야기로 정신과 의사 사이먼 조던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삶과 행적을 쫓는다. 그레이스는 낮에는 교도소장의 집에서 하녀일을 한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평소처럼 교도소장 댁으로 호송되었다. 미인이고 어린 여성인 그레이스에게 교도관 남자들은 성추행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1843, 주인집 나리 키니어와 그의 정부이자 하녀인 낸시를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그레이스는 열여섯 살이었다. 마구간지기인 맥더모트는 죽은 주인에게 보따리장수 제러마이어에게 산 티셔츠를 입히고 그레이스는 자신의 옷을 태우고 낸시의 옷을 입고 도망을 치지만 이내 잡히고 만다. 그레이스는 죽은 친구를 잊지 못해서인지 가명으로 메리 휘트니 이름을 썼다.

 

폭력과 술에 젖어 사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가 아홉이나 되었다. 굶어 죽을수 없다며 이모는 이민을 권했다. 캐나다로 가는 배안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생활비 마련과 밀린 월세를 갚기 위해 그레이스는 가정집의 하녀가 되었다.

 

올더먼 파킨슨 나리 댁에서 그녀보다 세 살 위인 메리를 만났다.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던 메리는 그레이스를 알뜰하게 보살펴 주었다. 하녀도 직업의 일종이고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돈을 모아 멋진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을 상상하던 메리는 주인집 아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그 남자는 자기 자식인지 모르는데 자기를 붙잡지 말라며 5달러를 주었다. 메리는 만약 자신이 죽거든 전 재산을 그레이스에게 넘긴다고 서명을 한 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사를 만나러 갔다가 배 속에 있는 뭔가를 잘라냈다고 너무 아파하며 피를 흘리며 죽었다. 주위에서는 뱃사람과 눈이 맞은거 아니냐며 수근대었다. 그녀가 죽고 그레이스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레이스는 어머니와 메리 죽음의 충격을 받고 자주 실신을 하였고, 악몽에 시달렸다. 피로 물든 시트를 몸에 감고 누워 있는 그녀(메리)와 시트를 온몸에 칭칭 감고 청록색 차가운 물속을 떠다니는 엄마가 등장하는 꿈을 꾸었다.

 

의사 사이먼은 묵고 있는 하숙집 주인인 험프리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집을 떠났던 남편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을 가버린다. 사이먼은 그레이스를 상담하면서 결혼하고 싶은 여성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목사와 박사가 그레이스가 살인 사건 전후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관찰하며 사이먼을 채용하였다. 그는 그레이스의 기억상실증이 위조가 아니라 진짜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날에 공포로 인한 히스테리성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녀도 메리 죽음 이후로 의사를 믿지 못하다 마음으로 의지하던 사람이었다. 장돌뱅이 제러마이어가 영매라는 최면술로 돈을 뜯어내든지 같이 가자고 할 때 따라 나섰다면 그레이스 인생은 달라졌을까. 그녀가 하녀일 때 옆집에 살던 제이미 월시가 멋진 남자라는 생각을 하였다.

 

1872년 드디어 사면을 받았디. 30여 년의 무고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가장 큰 희생양이었던 그레이스는 무지한 희생양이었을까? 끔직한 범죄를 사주한 교사자였을까? 책을 읽고 난 후 그녀의 인생이 안타깝고 슬펐다. 30년 감옥살이를 어떻게 보상 받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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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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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8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글쓰기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낸 25명의 여성들의 삶과 철학을 담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출간하였다. 25명의 여성들은 태어난 시기도, 살았던 장소, 쓴 글의 성격도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에 매달렸다는 점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마거릿 애트우드 책을 읽어서인지 작가들의 이름이 반가웠다. 책 속의 작품을 적기도 하고 메모를 많이 하였다.

 

글 쓰는 여자는 빛난다

글 쓰는 여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글 쓰는 여자는 오래된 비밀을 밝힌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장이 된 뒤라스의 어머니는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져야만 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말에 수학 교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정 원하면 쓰라고 하였다. 여자가 작가로 이름을 얻고 돈을 벌 수 있을까? 만약 작가로 성공하면 우리를 떠나지 않을까? 어머니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뒤라스는 글 쓰는 여자로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냈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는 자신을 닮은 딸을 자랑스러워하며 책을 좋아하는 딸이 읽고 싶은 만큼 다 읽되, 마음에 드는 책은 반드시 두 번 읽어 보라는 독서 지침까지 알려주었다. 처음에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두 번을 읽으면 이해가 되기 때문에 아버지 정말 멋진 분이시다.

 

코코 샤넬도 콜레트의 작품을 읽으며 영감을 얻었다 할 정도로 어머니와 친구들의 호의를 받은 작가이다. 글을 쓰고 작가로 살아가면서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꼭 그렇게 될 거라고 칭찬하며 여성 작가의 탄생을 기다렸다. 콜레트는 자신의 작품 [지지]에 오드리 헵번을 무대에 올리고 그녀는 유명해졌다. ‘펜을 든 사람이 세상을 바꿉니다라며 여성의 삶을 알렸다.

 

실비아 플라스는 부부의 갈등을 겪다 남편이 다른 여성을 만나는 것을 알게 되어 우울증에 빠졌다.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렸고 삶의 전부를 글쓰기에 걸었던 여성 시인이었다.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독신으로 집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평생 글만 쓰면서 살았을까? 대법관 소토마요르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를 옹호하고 나선 여성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다. 판사로 취임했고 대법원 대법관에 임명되었다. 젠더 평등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일관되게 고수한 그녀는 마녀, 괴물, 좀비 등 악담을 듣고도 일절 대응하지 않았고 대신 자신의 삶을 글로 남겼다.

 

토니 모리슨은 자신이 작가가 되어 흑인들의 삶과 역사를 직접 이야기하기로 결심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말과 글의 힘을 믿었다. 글 쓰는 여자는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크리스타 볼프는 신화의 가치를 긍정했다. 소설 쓰기에 입문하기 전 마거릿 애트우드는 생물학자가 될 뻔했다. 1985년 발표한 시녀 이야기는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여전히 글을 쓴다는 80대 현역 작가는 메리 웹스터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수전 손택은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책을 읽을 때만 위안을 찾았다. 유방암을 극복했지만 내전을 겪고, 병들어 가는 사회를 치료하기 위해 문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영화 박열에도 나오는 가네코 후미코는 무적자, 고학생으로 고심참담의 세월을 거친 끝에 사상가, 출판인, 문학가로 자신의 삶을 개척했다. 박경리 선생님은 전쟁에서 남편을, 몇 년 지나지 않아 아이를 잃었다. 고통은 혼자만의 몫이었다.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사벨 아옌데는 삶을 개척하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확장해 갔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한계에 부딪혀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글을 쓰는 그녀들이 대단하고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책만 읽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곁에 두고 읽어도 좋고 선물을 해도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도서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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