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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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개밥바라기별은 청춘의 고뇌, 방황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4.19의 현장에서 친구의 죽음, 고등학교 자퇴, 방랑, 일용직 노동자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 파견을 앞두고 스물한 살 까지의 길고 긴 방황의 경험들은 주인공 유준과 그의 친구들인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가 그 시절을 회상하며 펼쳐지는 서사시다.

 

준이 명문 중학교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는 기뻐하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장기 결석을 하여 하급생이 되었다. 친구 중길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의 노트에 남긴 시편들을 모아 시집을 내주기도 하였다. 등산반 선배인 인호와 보급물품을 구입하여 산속에 들어가 몇 달을 생활하였다. 인호가 먼저 퇴학을 당하고, 준은 자퇴서를 담임선생님에게 제출을 한다.

 

내가 어릴때는 초등학교만 나오고 상급학교는 꿈도 못 꾸는 친구들이 많아서 이런 글을 보면 배부른 투정으로 보인다. 만학도의 길을 걸어보니 공부는 때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청소년기에 한번 쯤 방황을 해봤을테니 이해는 하였다. 학교를 정식으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운 나만의 푸념이다.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가족들은 영단주택에 살았다. 어머니는 소설의 초고를 아궁이에 집어넣고 교과서와 참고서 이외 전집이나 문고판들을 치워버린 적도 있었다. 모짤트라는 음악다방을 아지트로 삼아 친구들과 만남을 가지고 선이와 미아를 알게 된다. 준의 누나들은 대학생이었고 일탈을 일삼는 동생을 못마땅해 하였다. 이 소설에서 최고로 꼽는 장면은 무전여행이다. 서울에서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 인심 좋은 분들을 만나 검표할 때 피해 갈 수 있는 방법과 밥을 사주고 여비를 마련해 주는 대목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당시는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고 사촌이나 친구들의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준과 친구 세 명은 친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댁에 머물기도 하고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 여행은 세상을 알아보기 위한 밑거름인데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작품 속이지만 청년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나는 이제 스무 살이 넘어서야 책을 벗어나 고되게 일하는 삶의 활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회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벽지에서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신을 다시 발견해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불과 몇 달 동안에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내 가슴 깊숙이 끌어안았다.(p256)

 

대숲의 모기는 몸이 새카맣고 날개가 얼룩덜룩한 놈의 모기를 가미카제 특공대라고 부른다. 이런 모기에 물리면 금방 빨갛게 부어 오르고 많이 가렵다. ‘쯩 없는 놈들아하던 선이 아버지에게 발목이 잡힌 정수, 준과 미아와의 어설픈 연애이야기, 연탄가스 중독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소변을 보고 김칫국도 마시고 링거도 맞아 살아났다. 유치장에서 만난 장씨와 전국 공사판을 떠돌고, 혼자 독립하여 진주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기도 하였다. 출가하겠다고 산문에 들이기 위한 시험으로 다른 절로 보내면 쫓겨나기를 세 차례나 거듭한 후 해운대 금강선원의 행자로 있다 아는 사람을 만나 어머니가 찾아와 집으로 돌아온 준은 자살기도를 하지만 닷새만에 깨어났다. 부산의 실제 절일까 검색을 해보았다.

 

도심지의 불빛들이 멀어지면서 어두운 들판이 다가왔다. 베트남으로 떠나는 여정에서 문득 이제야말로 어쩌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출발점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으며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따위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p263)

 

저녁 무렵 초승달 옆에 떠 있는 개밥바라기별은 고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빛을 보내준다. 그 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이 진정한 좌표를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방황하고 헤맬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알게 해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와 함께 그 시절을 돌아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던 각자의 청년 시절을 돌아보기도 하고 가난하여 대학 진학을 반대하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학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청년들의 낙천적인 모습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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